[시승]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 911 스피릿 70

입력 2025년12월02일 08시5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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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하게 쌓아 올린 포르쉐 헤리티지의 결과
 -기술과 역사 사이 넘나드는 한정판 특급 911 

 

 70년의 시간을 기념하는 한 대의 911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피릿 70으로 불리는 새 차는 과거의 상징적 요소와 최신 기술을 정교하게 결합해 포르쉐가 축적해온 유산의 깊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다. 외관의 명암, 실내의 질감, 그리고 차를 구성하는 디테일 하나까지 고유의 철학이 정확하게 배치돼 있다. 차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존재감이 단단하면서도 감성적이게 전달한다. 스티어링을 잡기 전부터 이미, 이 차가 왜 기념비적이라는 표현을 허용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911 스피릿 70과 시간여행을 떠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역사적인 스타일의 특별한 컬러 콘셉트가 시선을 끈다. 올리브 네오라는 독창적인 전용 컬러를 칠했는데 빛에 따라 깊은 그린과 옐로우가 섞여 오묘한 느낌을 낸다. 때로는 깊고 풍부하게 보이면서도 또 쨍한 곳에서는 한없이 발랄하고 활기차 보인다. 헤리티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포르쉐 도장 전문가들의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와 함께 문짝에는 숫자 70을 세겨넣었고 보닛에는 911 데칼을 붙였다. 실크 글로스 블랙 스트라이프는 소프트톱과 이어져 존재감을 더한다. 여기에 1963년 최초의 911에 적용했던 클래식한 엠블럼이 보닛과 네 바퀴 휠에 부착된다. 프런트 펜더에는 골드 컬러의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배지도 넣었다. 기존의 911과는 차원이 다른 한정판 에디션만의 품격을 온전히 드러낸다. 

 

 이는 리어 하단과 프런트, 훅스 디자인의 스포츠 클래식 휠로 이어진다. 그레이 골드톤의 브론자이트 컬러와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것. 차체와 마찬가지로 명암에 따라 블랙과 브론즈가 섞여 보이며 심플한 센터락 휠 디자인 역시 차의 정체성과 잘 부합한다. 뒤는 포르쉐 356에서 영감을 얻은 뱃지를 엔진룸 덕트 한켠에 붙여 특별함을 키웠다. 또 포르쉐 레터링과 차명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전부 금 도금으로 표현해 반짝 빛난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들어간 실내 역시 놀랍도록 눈이 부시다. 아이코닉한 파샤 패브릭 패턴 덕분이다. 원단의 그래픽 디자인과 다양한 크기의 직사각형이 정교하게 배열된 패턴은 마치 휘날리는 체커기를 연상시킨다. 옛 것을 가장 현대적으로 표현한 무늬를 보며 헤리티지를 향한 포르쉐의 감각과 재현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참고로 파샤 패턴은 18방향 스포츠 시트 플러스의 중앙 패널, 도어 미러, 그리고 글러브 박스 내부에도 적용되며 시트 등받이의 데코 인레이와 대시보드 트림 역시 선택할 수 있다. 기본으로는 파샤 패턴의 리버서블 트렁크 매트도 포함한다. 또 플로킹 처리된 원단이 결합된 소재를 적용해 더 스포티한 감성과 우수한 촉감, 그리고 장거리 주행 시 뛰어난 편안함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멋과 기능을 모두 잡았다는 뜻이다.

 

 감성 포인트로는 계기판을 빼 놓을 수 없다. 고해상 12.6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아날로그 스타일의 화이트 포인터와 눈금선이 특징이다. 그린 컬러의 숫자는 전설적인 356을 연상시킨다. 레터링은 디지털화된 타코미터에 우아하게 통합했다. 스포츠 크로노 스톱워치 역시 화이트 바늘과 그린 숫자를 적용한 스페셜 버전으로 중앙에 자리잡았다.

 

 우아한 바살트 블랙 컬러의 클럽 가죽 트림에는 올리브 네오 색상의 장식 스티치가 적용되고 콘솔 박스에는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메뉴펙쳐를 음각으로 새겨 넣었다. 시선을 돌려 도어쪽으로 내려가면 도어 실에 911 스피릿 70 조명이 반짝인다. 이 상태에서 퍼들 램프를 보면 헤리티지 로고가 애니메이션 효과와 함께 마음을 훔친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 패널에 붙은 금색의 911 장식까지 온통 영롱하고 예쁜 것 투성이다. 오너의 만족과 내 차에 대한 애정, 자부심은 하염없이 높아진다.

 











 

 ▲성능
 911 스피릿 70의 파워트레인은 부분변경 신형으로 돌아온 카레라 GTS의 것을 사용한다. 배기량을 3.0에서 3.6으로 올렸고 대신 터보를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1개만 남은 터보에 전기 모터를 더해 엄청난 회전력을 발휘하며 압력을 높인다.

 

 이와 함께 PDK 변속기에도 모터를 추가해 조금 더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여기에 작은 배터리까지 들어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포르쉐는 이를 T-하이브리드라고 명명했다. 결과적으로 성능이 부쩍 올라갔다. 시스템 최고출력 541마력, 최대토크 62.2㎏∙m을 뿜어낸다. 카브리올레 기준 제로백은 3.1초 만에 끝난다.

 

 시동을 걸면 상당히 거친 사운드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알린다. 시작부터 흥분을 부추기는 요소다. 초기 발진 가속은 여느 포르쉐가 그랬듯이 묵직하고 정제되어 있다. 일상 영역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며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적어도 노멀 모드에서 만큼은 말이다. 차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스포츠로 돌리면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엔진 회전수가 500에서 700RPM 이상 올라가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이 상태에서 스로틀을 활짝 열면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간다.

 









 

 출력보다도 강력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순간 펀치력이 상당하며 훅하고 수백 미터를 이동하는 듯하다. 실제로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매우 빠르고 곡선 분포도 일정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강력한 힘을 가지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물론 고속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고 RPM으로 치고 올라가는 출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운전자가 생각하는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키는 계기판과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주변 사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엔도르핀은 덤이다.

 

 이 상태에서 주행 모드를 한 단계 더 돌려 스포츠 플러스로 두면 차는 또 다시 변신한다. 1000RPM 이상 올리고 달릴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4000RPM 밑으로 내려가질 않는다. 그만큼 고회전 영역에서 모든 역할을 수행하며 감동적인 결과물로 보답한다.

 

 여기에는 사운드가 한 몫 한다. 짱짱한 하이톤으로 바뀌었으며 음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물론 음장감도 곱절로 커졌다. 그만큼 실내로 들이치는 소리가 매우 자극적으로 바뀌었고 엔진음과 배기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운전자는 그저 손과 발끝의 감각으로 음악 한 곡을 연주하면 된다.

 








 흡사 GT3나 GT4처럼 대배기량 자연흡기 포르쉐를 모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파워트레인 구성을 바꾸면서 배기 시스템까지 전부 뜯어고친 결과가 아름다운 청각으로 승화됐다. 시승차에는 엄청난 음질의 버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지만 잘 듣지 않을 정도로 차가 갖고 있는 소리에 취해 온종일 운전했다. 

 

 이와 함께 차의 움직임은 명불허전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포르쉐의 느낌 그대로를 구현한다. 절도 있게 반응하고 칼같이 꺾어 돌아 나간다. 심지어 운전자가 원하는 의도를 차가 미리 파악하고 반 박자 먼저 행동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그래서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고 도로 위에서 화려한 묘기를 부리며 무대를 휘젓고 다닐 수 있다. 파워트레인 변화로 살짝 걱정했던 운동신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낮은 무게중심과 이상적인 밸런스로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강하게 앞머리를 넣을 수 있고 탈출 시점을 더 빨리 가져가도 차는 온전히 받아낸다. 공격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뒤를 조금씩 미끄러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순간은 감동으로 다가오고 역시 포르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총평
 포르쉐 아카이브를 꺼내 헤리티지 요소만 골라 신형 911에 녹여낸 결과물은 단연 환상적이었다. 911 스피릿 70은 값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에디션이자 포르쉐의 저력과 영향을 다시한번 알게 해준다. 이처럼 포르쉐의 새 911은 단순한 한정판이 아니라, 오래된 기록을 다시 꺼내어 지금의 기술로 새롭게 숨을 불어넣은 ‘헤리티지의 재생’ 그 자체다.

 

 첫 눈에 들어오는 올리브 네오의 깊은 명암부터 도어를 여는 순간 퍼지는 공기의 온도까지, 모든 감각은 자연스럽게 1963년과 2025년 사이를 왕복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꿈을 꾸고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명실상부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로 남는다.

 

 한편, 911 스피릿 70은 전 세계 1500대 한정 판매하며 국내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3억2,60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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