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수입차 연 30만대, ‘양적 성장’ 뒤에 ‘질적 생존 경쟁’

입력 2025년12월09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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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까지 누적 27만여대, 연 30만대 돌파 유력
 -신규 구매층 줄고 신생 브랜드 대거 유입
 -살아남기 위한 수입차 노력 더욱 치열할 것

 

 1987년 수입차가 한국 땅을 밟은 지 38년만에 연간 판매 30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소수점 비중이었던 국내 수입차 점유율도 이제는 20%를 훌쩍 넘기며 5대중 1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 하지만 수입차 회사들은 마냥 축배를 들기 힘들다. 오히려 앞으로의 급변하게 될 판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신규 등록된 누적 수입 승용차는 27만8,769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3% 늘어난 수치다. 월 평균 2만5,000~3만대가 신규 등록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수입 승용차 판매는 첫 3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심지어 올해 10월에는 전체 등록된 자동차에서 수입차의 비중이 약 20%를 돌파하며 지난해에 18.31%(26만3,288대)를 차지한 것과 다르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즉, 새로 판매된 차량 5대 중 1대는 수입차인 셈이다.

 

 고공 성장으로 수입차 저변 확대라는 결과를 보였지만 이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 신흥 브랜드의 등장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테슬라는 일찌감치 국산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고 올해는 매월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누적 5만5,000여대를 돌파했다.

 

 전체 수입차 순위 역시 톱 3안에 들어오는 결과다. 다른 한 쪽에서는 중국 브랜드 공세가 상당하다. BYD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한국 땅에 선보이면서 줄곧 상위권에 안착하고 있다. 그 결과 터줏대감이었던 유럽차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때 80%까지 육박했지만 지금은 60% 중반까지 내려온 것. 이 같은 양상은 점점 심화될 듯하다.

 

 여기에 젊은층은 점점 자동차 구입을 주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공개한 신차등록 연령별 대수를 살펴보면 2030세대는 해마다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경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누적 1만대 넘게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신차 구입에 소극적이다. 신규 유입은 적고 경쟁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국은 교체 수요로 수입차 시장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만큼 38년전 한국에 들어와 터를 잡았던 기존의 정통 수입 완성차 회사들은 더욱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프리미엄 이미지만으로도 일정 수요가 유지됐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신흥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주요 구매층이었던 2030세대의 이탈까지 겹치며 전통 수입차 회사들이 기댈 곳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할인경쟁을 펼치며 명맥 유지를 하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신생 브랜드가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특화된 상품 전략, 전기차 기반의 파격적인 기술 스펙을 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모션 외에 헤리티지, 상품 경쟁력, 틈새 공략 등 기존 수입차 회사들의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양적 성장’이라는 성취 뒤에 ‘질적 생존 경쟁’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연 30만대라는 숫자는 어느 브랜드에게도 안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년는 올해보다 더욱더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다. 누가 살아남을지는 결코 정해져 있지 않다. 기존 강자들과 신흥 플레이어 간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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