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SUV를 SUV답게'..르노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입력 2025년12월11일 08시1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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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형 SUV를 넘어 '아웃도어 감성' 담아내
 -실용성 높은 루프박스, 만듦새도 활용도도 '굿'

 

 요즘 SUV는 산보다 쇼핑몰이나 마트에 더 익숙하다. 그럼에도 천장 위에 루프박스를 장식처럼 얹고 다니는 차들은 넘쳐난다. SUV의 상징이던 흙먼지와 진흙은 점점 잊혀져 간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는 조금 다르다. 천장에 무언가를 얹었지만 그 이유만은 분명하다. 패션이 아닌 기능, 장식이 아닌 목적이다. 

 


 

 ▲디자인&상품성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는 이름부터 다르다. 에스카파드는 프랑스어로 ‘일상에서의 짧은 탈출’을 뜻한다. 이 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다. 외관은 기존 그랑 콜레오스보다 한층 묵직하다. 공격적인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해머헤드 스타일의 보닛이 맞물리며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은 더욱 흥미롭다. 측면에서는 세 줄의 캐릭터 라인이 종이접기처럼 교차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여기에 에스카파드 전용 20인치 다크 틴티드 하이랜드 알로이 휠 과 블랙 휠아치 몰딩, 블랙 사이드 엠블리셔 몰딩, 블랙 바디키트 가 적용돼 일반적인 그랑 콜레오스보다 훨씬 스포티하다.

 



 

 루프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개방감을 강조한 선루프 버전 과 실용성을 극대화한 루프박스 버전. 시승차에 얹은 루프박스는 단순히 루프레일 위에 얹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차체 패널과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공기 흐름과 일체감을 유지한다. 이 덕분에 풍절음이 적고 고속 주행 시의 흔들림도 거의 없다. 루프를 올렸음에도 차체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SUV 본연의 기능적 미학을 보여준다.

 

 후면부는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낮게 배치된 번호판이 시각적으로 폭을 넓히며 안정적인 비율을 만든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살짝 키가 커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정제된 인상이다.

 





 

 실내는 프렌치 감성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블랙과 라이트 브라운의 조화가 따뜻하고 퀼팅 가죽 시트와 커스터마이징 플레이트 덕분에 시승차만의 존재감이 확실했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은 세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하단 무선충전패드에는 에스카파드 플레이트를 더해 특별함을 더했다.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은 티맵 내비게이션, OTT, 음악 스트리밍, 웹 브라우징까지 모두 지원한다. 조수석에서는 웨일 브라우저로 유튜브를 보고,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별도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다. 2026년형인 시승차에는 아케이드 게임 기능과 노래방 서비스도 도입됐다. 이를 통해 최대 20여가지 게임을 즐기는 건 물론 무선 마이크 연결만으로 차 안이 나만의 노래방으로 변한다. 

 







 

 르노코리아가 강조한 휴먼 퍼스트 철학은 세세한 곳에서도 드러난다. 등받이를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2열 시트, 3존 독립 에어컨, C타입 포트, 송풍구,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과 폼 재질 흡음 타이어 덕분에 전기차 만큼이나 조용한 실내 덕분이다. 

 

 ▲성능
 시승차는 2.0ℓ 가솔린 터보 4WD.7단 DCT를 사용하는 2WD와 달리 8단 자동변속기와 보그워너 6세대 인텔리전트 사륜 시스템이 조합되어 있다.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3.2㎏·m 라는 수치는 평범해보이지만 주행감은 꽤 단단하고 자신감 넘친다. 도심에서는 부드럽게 나아가며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속도계 바늘이 자연스럽게 오른다.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풍절음 억제는 루프박스 구조의 효과가 크다. 일반적인 루프레일형 SUV보다 고속에서 조용하고 차체 안정감도 높다. 다만 루프박스를 얹은 만큼 고속 주행 시 미세한 바람소리가 귀에 스친다. 방지턱을 빠르게 넘을 때는 루프 구조물의 미세한 진동음이 간헐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하거나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SUV 본연의 체격과 구조에서 비롯된 ‘기계적 존재감’에 가깝다.

 


 

 핸들링은 유럽차에 기대하는 그 느낌 그대로다. 랙 타입 EPS 시스템이 정교한 조향감을 제공하고 멀티 펑셔널 바디(MFB) 구조 덕분에 코너링 시 차체 쏠림이 적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노면을 단단히 붙잡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211㎜의 지상고와 여섯 가지 주행 모드(에코·컴포트·스포츠·AI·스노우·오프로드)는 각 노면에 맞는 적절한 구동력을 선사한다. 덕분에 진창길이나 비포장 도로에서도 토크가 부드럽게 배분돼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SUV의 이름값을 하는 순간이다.

 

 공인 복합 효율은 9.8㎞/ℓ. 하이브리드 경쟁차에 비하면 낮지만, 2톤 가까운 차체와 사륜 구동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총평
 SUV가 점점 승용차처럼 변해가는 시대에,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는 역으로 SUV의 본질을 되찾았다. 단지 사륜구동 시스템이나 루프박스 때문만이 아니다. 기능적 목적이 디자인과 맞닿고 감성적 여유가 실용성과 조화를 이룬 결과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를 통해 SUV의 정의를 다시 묻는다. 골프백이 몇개나 들어가냐는 사소함이 아닌 일반적인 도심형 SUV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질문이다. 화려함 대신 담백함으로, 장식 대신 진심으로 만든 SUV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은 3,497~4,535만원, 시승차인 에스카파드의 가격은 4,187~4,581만9,000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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