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다이하츠와 경트럭 튜닝 대결
-"미드십 2인승 아니냐"..현장서 웃음 터져
-진지했던 대결, '본질'과 '즐거움'이 맞서다
토요타가 공개한 '미드십 프로젝트'의 정체는 신형 스포츠카가 아닌 경트럭을 기반으로 한 커스터마이징 대결이었다.
9일 일본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2026 도쿄오토살롱' 현장에서는 토요타와 다이하츠가 경트럭 하이젯을 기반으로 한 튜닝카를 선보였다. 도쿄오토살롱에서 미드십 레이아웃, 2인승이라는 단서로 한때 MR-S의 후속 스포츠카가 나올 것이라 예측됐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공개되는 순간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토요타 내부의 경쟁에서 출발했다. 최근 품질 인증 이슈로 홍역을 치른 다이하츠가 “이럴 때일수록 좋은 제품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모리조)의 제안에 응답하며, 제품 경쟁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다이하츠 측은 이들의 상징과도 같은 경트럭을 개조해 '승부'를 걸었고, 토요타는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대결 구도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완성차 제조사 다이하츠의 경트럭과 토요타 회장의 차량을 전담 커스텀해 온 ‘사사’가 이끄는 팀이 맞붙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제조사와 ‘동네 정비소’를 자처한 커스터마이저의 대결이라는 설정 자체가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다이하츠 측은 제조사로서 경트럭의 본질에 충실한 접근을 택했다. ‘운반하고, 일하고, 지원한다’는 경트럭의 मूल적인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드십 구조가 주는 재미와 튜닝 요소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전투범퍼와 탈부착이 가능한 루프, 서치라이트 등을 탑재해 강인한 인상을 강조하고 작업을 위한 주요 장비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장비들을 마련해 트럭의 본질에도 충실했다.
반변 토요타 측은 하이젯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차'로 재해석했다. 적재함에 시트를 추가해 4인승으로 개조했고 GR86의 서스펜션을 장착하는 한편 적재함 높이를 낮춰 트럭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했다. 머플러 팁은 아키오 회장의 GR코롤라의 것과 똑같은 제품으로 교체했다.
언뜻 봐선 단순 재미만을 위한 이벤트 같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키오 회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터스포츠와 제품 경쟁을 통해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철학 아래 외부 브랜드는 물론 계열사와도 서슴없이 경쟁 구도를 만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는 “제품을 통한 경쟁이라면 무조건 이기고 싶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이 같은 접근은 다이하츠가 스스로 정의해 온 브랜드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다이하츠는 경차와 소형차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특성에 맞춰, ‘작기 때문에 가능한 것’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사토 고지 다이하츠 사장은 “작은 차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다이하츠는 그 어려움을 감수하며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대발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사토 사장은 다이하츠의 역할을 “토요타가 할 수 없는 일을 다이하츠가 해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다이하츠는 1950년대 미드젯을 시작으로 후륜구동 소형 쿠페 코펜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인 경차와 소형차를 꾸준히 선보이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이번 도쿄오토살롱에서 공개된 경트럭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대신, 생활 속 가장 가까운 이동 수단인 경트럭을 무대로 삼아 ‘작지만 깊은 기술 경쟁’을 벌였다는 점에서다. 토요타와 다이하츠가 같은 무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좋은 차’를 정의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치바(일본)=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