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플랫폼+AI+이동 수단의 결합
구글 웨이모 프로젝트의 창단 멤버인 지아준주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도심 챌린지에서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우승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페르구손이 손잡고 만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이 뉴로(NURO)다. 이들이 주력해 왔던 분야는 자율주행 물류 부문이다. 그러나 타깃이 물류였을 뿐 지능으로 표현되는 소프트웨어 적용은 모든 이동 수단에 적용 가능하다.
그러자 뉴로를 주목한 곳이 세계 최대 유상운송 호출 플랫폼 기업인 우버다. 사람이 운전하든 로봇이 운전하든 관계없이 우버는 이동이 필요한 수많은 사람의 호출 플랫폼이다. 이때 자율주행 택시로 불리는 로보택시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곳으로 최근 루시드모터스가 선택됐다. 루시드의 전기 SUV ‘그래비티’가 주인공이다. 쉽게 보면 뉴로가 그래비티의 지능 역할을 맡고 루시드는 ‘자동차’ 또는 ‘이동 수단’으로 불리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우버는 루시드 로보택시 이용자를 모으는 역할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각 기업의 수익 창출 방법이다. 뉴로는 루시드에 AI를 제공하고 일정 비용을 받는다. 그리고 루시드는 로보택시를 운행하는 유상운송 사업자로 사람을 태우고 운송 비용을 받는데, 이때 우버는 사람을 모아주는 대가로 운송 비용에서 일정 수수료를 취한다. 다양한 운송 사업자 및 차종을 호출해주는 우버는 루시드의 투자자라는 점에서 은근 루시드 로보택시를 우선 호출에 배정한다.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도 우버 플랫폼에서 호출이 가능하지만 호출 목록에서 은근히 감추면 그만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로보택시의 사업 형태다. 기본적으로 로보택시의 핵심은 인간 운전자만 없을 뿐 기존 택시 사업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누가 사업 주체가 될 것이냐다. AI 지능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기업이 할 수도 있다. 또는 우버와 같은 호출 기업이 택시 사업을 운용할 수도 있다. 구글은 AI 지능을 제공하는 역할자이자 동시에 택시 사업 운용 주체이고 테슬라는 스스로 지능과 이동 수단은 물론 운송 사업자 역할까지 한다. 심지어 호출 플랫폼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그렇다면 지능, 이동 수단, 이용자 모으기(호출 플랫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AI 초창기 시절에는 모든 초점이 인간을 대신하는 ‘지능 고도화’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IT 기업의 모든 노력은 ‘안전’과 ‘저렴한 비용’에 집중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반비례 관계여서 각각의 선택은 회사마다 달랐다. 안전성을 높이려면 인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시야가 제한되는 경우도 감안해야 했고, 도로 정보도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싼 비용이지만 이동에서 가장 우선 항목이 곧 ‘안전’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반면 로보택시의 핵심은 저렴한 이용료에 있다며 비용 최소화를 위해 시각 센서(카메라)에 의존하되 굳이 도로 정보 등을 공부하지 않아도 인간과 동일한 운행 판단을 하도록 지능을 만들면 최소 비용으로도 운행에 전혀 문제없는 로봇 운전자를 만들 것으로 판단한 곳도 있다. 그리고 운행이 늘어날수록 인간처럼 경험이 쌓여 판단 착오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여겼고 이제 그 수준이 인간에 도달했다고 확신하고 로보택시 운송 사업자로 나서려 한다.
이처럼 지능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이제는 로보택시 사업의 주체를 두고 합종연횡이 펼쳐진다. IT 기업이 사업 주체로 나서되 이동 수단 제조사를 하청 업체로 둘 것이냐, 아니면 제조사가 사업 주체로 나서며 IT 기업의 지능을 공급받는 이른바 ‘갑’의 위치에 서느냐를 두고 옥신각신이다. 하지만 사업 주체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지능을 만드는 곳도 제조사도 아니다. 수많은 택시 이용자를 플랫폼에 모아둔 호출 사업자다. 실질적인 이용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어서다. 새로운 사업 주체가 새롭게 이용자를 모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로보택시 사업 주체가 모두 우버와 손잡으려는 이유도 바로 강력한 호출력 때문이다. 그리고 이용자는 인간이든 로봇이든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주면 그만이다. 인간과 로봇 운전자 모두 생존하려면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