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로봇 도시를 향한 토요타의 침묵 행보

입력 2026년01월16일 10시2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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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조직 미래기술연구소가 도시 개념 바꿔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때 국내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쏟아낸 것을 기억한다. 1조원의 거액을 들여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부정적 견해는 물론 자동차와 로봇 모두 움직임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모빌리티 측면에선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그런데 당시 흥미로웠던 것은 토요타그룹의 행보다. 혼다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등장시키며 시각적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현대차그룹이 로봇기업 인수로 화제를 모을 때 토요타는 그저 조용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토요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통적 개념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R&D 조직과 별개로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기술연구소는 지능형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손가락의 움직임은 물론 가사 도우미 로봇, 작업용 웨어러블 등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중이었다. 

 

 정확히 토요타 미래기술연구소를 방문했던 때는 13년 전인 2013년 4월이다. 오래 전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때 받았던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연구소를 들어서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이올린을 켜면서 음악을 들려주는데 이때 연구소 측의 설명은 자랑스러움을 드러내면서도 은근히 별거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다. 형태는 휴머노이드지만 악보를 프로그램에 넣으면 손가락이 현(絃)을 음정에 맞게 누르고 오른손은 활(弓)을 움직이며 음악을 연주한다. 인간과 차이라면 연주자의 감정 뿐이라는 설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감정 개입 여부만 다를 뿐 연주곡의 정확성은 차이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왜 연주용 로봇에 집중했냐는 사실이다. 당시 토요타 연구원은 두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왼손은 다섯 손가락의 움직임 제어를 연구하는 차원이고 오른손은 활을 켤 때 힘 조절이 필요한 만큼 음계에 따라 활의 속도 및 압력 제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연구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연주용 로봇을 지나 들어선 곳이 곧바로 손의 악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다. 인간의 모든 노동에는 반드시 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로봇 손 또한 인간에 버금갈 정도로 토크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연구하는 장소다. 최근 CES2026에 등장한 로봇마다 손으로 종이컵을 들고 유리컵을 옮기며 지능을 강조했지만 무려 13년 전에 토요타는 손가락 토크 조절에 연구를 집중했던 셈이다. 손가락 움직임이 자유롭다면 더욱 고도화된 지능을 넣어 다양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손가락 연구실 옆에는 가사 도우미 로봇이 서 있었다. 이른바 ‘사람 지원 로봇(Human Support Robot)’인데 고령화되는 일본 사회에서 실내 휠체어 사용이 증가하고 이때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개념으로 가사 로봇을 개발하고 있었던 터다. 그때 보았던 가사용 로봇의 움직임은 13년 흘러 LG전자가 CES2026에서 선보였던 가사 로봇 클로이드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기억된다. 정수기가 내린 물컵을 가져다주고 바닥에 떨어진 약병을 주워 테이블에 올려놓는 등의 작업이 손쉽게 이뤄졌다. 물론 외형적 형태는 지금 등장하는 로봇이 친숙해 보이지만 13년 전 이미 가사 로봇을 개발, 지능 고도화를 추진했다는 점은 토요타의 로봇 저력을 보여주는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 토요타 미래전략의 힘은 바로 실행에 있다. 이렇게 연구된 결과물은 시간이 흐르며 훨씬 진화했고 현실에 적용되고 있어서다. 토요타 우븐 시티가 대표적이다. 이동 수단과 로봇 등의 상상을 현실에 녹여내기 위해 아예 도시를 새로 짓는다. 이 과정에서 미래기술연구소가 중심에 있다. 에너지, 이동, 삶을 대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 등을 모두 종합해 새로운 실험 도시를 건설했고 미래기술연구소의 모든 결과물이 적용됐거나 적용되는 중이다.

 

 그리고 실증을 거쳐 검증되면 토요타는 도시 전반의 개념을 세계 곳곳에 심으려 한다. 한 마디로 토요타 도시를 글로벌 곳곳에 구축하는 게 궁극의 목표다. 토요타가 에너지를 제공하고, 토요타가 가전 제품을 만들어 이동 수단과 연결하고, 토요타가 지능과 로봇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세상 말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곧 미래 선점이라 여기고 실행에 나선 것이다. 

 

 물론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도 미래를 대비한다. 이를 위해 2021년 선행기술원 조직을 신설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2024년 사라졌다. 미래전략이 분명 존재하지만 기존 R&D 내에서 멀리 내다봐야 하는 ‘미래전략’은 아직 독립시키지 못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상상할 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이고 기술을 만들면 실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때 가장 핵심 사안은 미래 시점의 설정이다. 도시를 만들겠다는 토요타는 최소 50년, 길게는 100년 후의 중장기 관점을 유지한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미래 시점을 어디까지 설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미래전략 부문은 토요타에게 분명 배울 점이 있어 보인다. 당장은 둘이 자동차 판매 대수를 놓고 양적 경쟁을 펼치지만 미래적 관점에선 경쟁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어서다. 따라서 누군가 글로벌 1위로서 토요타의 저력이 무엇이냐를 묻는다면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미래전략이라고 답할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것도 결국 미래에 상용화할 기술인 만큼 경쟁자여도 배울 게 있다면 배워야 하는 그런 미래전략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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