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현대차 팰리세이드,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입력 2026년02월18일 08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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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그십의 공간과 부담없는 주행이 매력
 -'아빠차' 별명 뒤 숨은 균형의 설계

 

 도로 위에는 이미 수 많은 팰리세이드가 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아빠들의 로망' 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남자의 삶을 내려놓고 가장의 길을 택한 상징'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이 차는 흔하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이렇게 많은데도 왜 다들 팰리세이드를 사는걸까. 

 


 

 ▲디자인&상품성
 완전변경을 거치며 차는 물리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더 커졌다. 전장은 5,060㎜로 65㎜ 늘었고 휠베이스는 2,970㎜로 70㎜ 확대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큰 변화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실내에 앉는 순간 체감은 다르다. 특히 2열과 3열 공간의 여유는 단순한 ‘넓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무릎과 무릎 사이의 거리, 시트 등받이 각도에서 오는 심리적 여백, 창문 면적에서 비롯되는 개방감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전면 디자인은 과감하다기보다는 단단하다. 수직적 이미지를 강조한 그릴과 램프 그래픽은 차의 폭을 시각적으로 넓혀 보이게 만든다. 측면은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비례가 한층 안정적이다. 대형 SUV 특유의 육중함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장식은 줄였다. 후면은 단정하다. 램프 그래픽을 수평으로 정리해 차체의 넓이를 강조한다. 거리에서 흔히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서면 체급에서 오는 위압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내는 이번 세대 변화의 핵심이다. 칼럼식으로 옮겨간 변속기 덕분에 센터 터널이 비워졌고 이를 아일랜드 타입 콘솔로 재해석했다. 100W까지 지원하는 C타입 USB 포트, 무선 충전 패드, 깊은 컵홀더, 양문 개방 콘솔박스, 하단 수납공간까지. 단순히 수납 공간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 가족이 사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했다는 점이 읽힌다.

 

 대시보드 구성은 수평을 강조해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디스플레이와 공조 조작부는 직관적이며 소재 마감은 이전 세대보다 분명히 세련됐다.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부드럽고 시선이 머무는 부분은 정갈하다. 과시를 위한 실내가 아니라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는 게 한 눈에 들어온다.

 

 9인승 도입은 전략적으로 영리하다. 3+3+3 구조를 통해 1열 중앙을 멀티콘솔로 활용할 수 있고 필요 시 좌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버스전용차선 이용 가능이라는 실질적 이점은 한국 시장에서 매우 강력하다. 단순히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다는 개념을 넘어 시간이라는 자원을 아껴주는 차가 된다.

 






 

 2열은 선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7인승은 전동 독립시트와 릴렉션 컴포트 기능으로 ‘의전’에 가까운 감각을 제공한다. 마사지 기능을 갖춘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는 장거리 이동 시 피로를 분산시킨다. 9인승 2열은 전동 폴딩과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윙아웃 헤드레스트까지 갖춘다.

 

 틸팅형 워크인 기능은 3열 접근성을 크게 개선한다. 시트가 앞쪽으로 기울며 약 92㎜의 추가 공간을 확보한다.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세심한 배려다. 이 차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3열은 더 이상 비상용이 아니다. 리어 쿼터 글래스를 키워 개방감을 확보했고 전후 110㎜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리어 오버행을 35㎜ 늘린 설계는 적재 공간 확대에 기여한다. 최대 615ℓ의 화물 공간은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을 동시에 싣는 수준이다. 캠핑 장비나 유모차, 대형 여행 가방도 부담이 없다.

 




 

 편의 품목은 사실상 플래그십 세단에 준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디지털 키 2 기반 RSPA 구현 등 최신 ADAS를 대부분 담았다. 빌트인 캠 2 플러스는 최대 4일 주차 녹화를 지원하며 후방 카메라 클리닝 기능은 SUV 특유의 오염 문제를 해결한다.

 

 ▲성능
 시승차는 2.5 터보 가솔린이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m, 복합 효율 9.7㎞/ℓ. 수치는 대형 SUV로 충분한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이번 세대의 핵심은 스펙보다 감각이다. 3.8 자연흡기 시절의 ‘배기량으로 밀어붙이는 여유’가 아니라 터보 토크를 앞세워 차체를 더 가볍게 느끼게 만드는 방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출발은 담백하게 치고 나간다. 페달을 얕게 밟는 구간에서도 토크가 비교적 일찍 차오르며 차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는 느낌이 적다. 차체가 큰데도 ‘처음 한 번 굴려내는’ 과정이 매끈하다. 도심 저속에서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점잖게 하지만 느릿느릿하지 않게 움직인다. 그러다 속도가 붙는 중속 영역에서 인상이 바뀐다. 2,000rpm 안팎에서 토크가 살아나는 지점부터 차가 확실히 가벼워진다. 대형 SUV인데 생각보다 잘 나가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추월 타이밍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확신을 준다.

 


 

 고속도로 합류 구간이 파워트레인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속도가 일정한 기울기로 쌓인다. 체급이 있으니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다. 대신 속도 형성이 예측 가능하고 운전자가 의도를 넣는 만큼 성실하게 응답한다. 가족을 태우고도 가속이 불안하지 않다는 점은 이만한 덩치의 차에서 중요한데 팰리세이드는 한 번에 확 밟기엔 미안한데 안 밟자니 답답한 구간이 줄어든다. 

 

 3.8 자연흡기와 비교하면 성격 차이는 분명하다. 예전이 회전이 올라갈수록 뒤에서 밀어주는 맛이었다면 지금은 토크가 먼저 나와서 앞에서 끌어주는 쪽에 가깝다. 대배기량의 여유가 주는 감정적 만족은 줄었을지 몰라도 일상 주행에서 체감되는 효율적인 힘은 오히려 좋아졌다. 

 

 특히 오르막이나 저속-중속 재가속에서 배기량으로 버티는 대신 토크로 해결하는 느낌이 더 또렷하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는 차의 크기를 잊는다기보다 차의 크기를 관리하기 쉬워졌다고 느끼게 된다.

 


 

 승차감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분위기를 만든다. 노면을 미리 읽고 감쇠력을 조절한다는 설명은 흔하지만 체감은 의외로 구체적이다. 1차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2차 반동을 빨리 눌러준다. 결국 큰 차에서 흔한 한 번 흔들리면 두세 번 더 잔상이 남는 상황이 줄어든다. 요철이 연속되는 구간에서도 차체가 들썩이며 리듬을 타기보다는 바퀴가 일을 하고 차체는 비교적 얌전하게 따라온다.

 

 고속 안정감도 같은 맥락이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가 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바닥에 붙어 있는 쪽으로 안정된다. 코너에서는 차체 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롤이 시작되는 속도와 롤이 멈추는 지점이 일정하다. 즉 운전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이게 대형 SUV의 운전 피로도를 줄이는 핵심이다. 빠른 차가 아니라 안심되는 차로 세팅돼 있다.

 

 정숙성은 이번 세대에서 체감 개선 폭이 크다. 강화된 차음 유리와 차체 차음 성능 덕분에 고속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던 풍절음이 한 단계 뒤로 물러난다. 노면 소음도 억제돼 대화가 훨씬 편해진다. 대형 SUV의 가치가 몇 명이 타느냐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로 확장될 때 정숙성은 곧 상품성이다. 팰리세이드는 그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스포츠 SUV가 아니다. 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흥미로운 지점은 있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로 바꾸면서 큰 차가 답답하다는 고정관념을 꽤 덜어냈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큰 차의 거동을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다. 가족을 태운 상태에서도 가속은 여유롭고 승차감은 정리돼 있으며 고속에서는 더 조용하다.

 

 결국 팰리세이드 2.5 터보 가솔린의 미덕은 “빠르다”가 아니라 “크지만 운전이 쉽고, 큰데도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세팅의 방향성’이 꽤 또렷하게 읽힌다.

 


 

 ▲총평
 이 차를 두고 ‘남자의 삶을 포기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취향을 버린 차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재정렬한 결과물이다. 가족이라는 현실을 가장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운전자로서의 자존감과 만족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는다. 크기에서 오는 존재감, 정숙성에서 오는 여유, 주행 질감에서 오는 안정은 여전히 운전자의 몫이다.

 

 결국 팰리세이드는 타협의 상징이 아니라 균형의 결과다. 가족을 위한 공간, 일상을 위한 효율, 그리고 운전자를 위한 완성도.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형 SUV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도로 위에 많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많을 것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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