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이동, 2차 사고 막는 요령은?
연휴 기간 고속도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로 붐빈다. 장시간 정체, 단조로운 주행 환경, 늦은 출발까지 겹치면 사고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졸음운전과 경고등 방치, 사고 후 미숙한 대처는 2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오토타임즈가 고속도로 상황을 중심으로 꼭 알아야 할 안전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졸음운전은 왜 오는걸까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 고속도로 일 평균 통행량은 전년 대비 14.1% 증가한 525만대로 예상된다. 특히 설 당일인 17일에는 귀성과 귀경, 성묘 행렬이 얽히며 가장 혼잡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건 눈꺼풀이다. 졸음과의 싸움이다.
일정 속도로 주행이 반복되는 고속도로 환경은 뇌를 단조 자극 상태로 만든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비슷한 방음벽, 비슷한 터널, 비슷한 차선 풍경이 이어진다. 운전자는 분명 눈을 뜨고 있지만 뇌는 ‘자동모드’에 가까워진다.
여기에 생체리듬(서카디안 리듬) 저하 시간대가 겹치면 졸음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특히 새벽 2~6시, 오후 2~4시는 각성도가 떨어지는 시간이다. 점심 식사 후 혈당 변화까지 더해지면 졸음은 더 쉽게 발생한다. 차 안 공기가 밀폐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도 집중력은 급격히 저하된다.
실제 사고 사례를 보면 “갑자기 눈이 감겼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문제는 갑자기가 아니라 이미 수분 전부터 신호가 있었다는 점이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지 못하고 핸들이 미세하게 좌우로 흔들리거나, 앞차와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게 좁혀졌다면 이미 경고 단계다. 내비게이션이 “차선을 이탈했습니다”라고 알릴 때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음악을 크게 틀거나 창문을 여는 건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정차해 20분 안팎의 짧은 수면을 취하는 것. 2시간마다 휴식은 권장 사항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껌이나 커피는 각성을 잠시 연장할 뿐이다. “다음 휴게소까지만”이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하다. 졸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주행 중 경고등, 색깔부터 구분하자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계기판에 경고등이 점등되면 당황하기 쉽다. 일단 이 부분부터 기억하자. 황색은 경고, 적색은 즉시 조치가 필요한 경우다.
예를 들어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황색으로 켜졌다면 급정거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고속 주행을 하면 편마모나 펑크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가까운 휴게소로 이동해 공기압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엔진 체크등이 황색으로 점등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력 저하나 진동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저속으로 휴게소까지 이동은 가능하다. 다만 장거리 운행을 계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적색 경고등은 상황이 다르다. 수온 경고등이 적색으로 점등됐다면 엔진 과열 상태다. 계속 주행하면 헤드 가스켓 손상, 심할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즉시 비상등을 켜고 감속해 비상주차대로 이동한 뒤 시동을 끄고 엔진을 충분히 식혀야 한다.
브레이크 경고등이 적색으로 켜진 경우도 위험 신호다. 당장 브레이크가 불능 상태에 빠지지는 않지만 ABS 등이 불늘 상태에 빠진다면 제동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이때는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 감속하면서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게 원칙이다.
고속도로에서는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하다. 경고등은 제조사가 남겨둔 마지막 안전장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고가 났다면 차부터 빼세요
연휴 고속도로 사고의 상당수는 2차 추돌이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한 뒤 차를 그대로 세워두다 뒤따르던 차량이 연쇄 추돌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부상자가 있다면 즉시 119 신고가 우선이다. 다만 단순 접촉 사고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차를 안전지대로 옮기는 것이다. 일부는 ‘현장 보존’을 이유로 차를 그대로 두지만 블랙박스 영상과 휴대전화 사진만으로도 사고 원인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 실제로 도로공사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조치는 차 이동이다.
갓길이나 안전지대로 이동한 뒤에는 차량 후방 최소 100m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한다. 터널 안에서는 삼각대 대신 비상등 점등 후 즉시 터널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탑승자는 반드시 가드레일 밖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한다. 차 안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견인비 폭탄 피하려면 이렇게
연휴 기간 고속도로에서는 일부 사설 견인업체가 과다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사고 직후 경황이 없는 틈을 노리는 경우다.
예컨대 “정체가 심하니 옆으로만 빼드리겠다”라며 견인 고리를 걸고 이후 수십만원의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고리를 거는 순간 계약이 성립됐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단호하게 보험 출동이나 한국도로공사 긴급 구난을 요청했다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영상이나 녹음으로 추가 비용이 없다는 점을 남겨두는 것도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의 긴급견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근 안전지대나 졸음쉼터, 휴게소까지는 무상 견인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보험 특약을 확인하자. 대부분 일정 거리까지 무료 견인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제조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도 대안이 된다.
견인 방식 확인도 중요하다. 전기차는 반드시 평판 견인을 요청해야 한다. 구동 바퀴가 지면에 닿은 채 끌리면 모터와 감속기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고속도로는 속도가 빠른 만큼 판단도 빨라야 한다. 졸음은 참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 답이고 경고등은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신호다. 사고가 나면 따지기보다 이동이 우선이다. 연휴의 목적지는 휴게소가 아니라 집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가장 값진 선택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