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이 아닌 쓰임새 배려한 3열시트
-뒷좌석 안전성 강화 테스트서도 '최고점'
-아틀라스, 숫자보다는 매일의 경험에 집중한 차
대형 SUV 시장은 오랫동안 명확한 기준 위에 서 있었다. 크기, 공간, 가족을 위한 안전.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기준은 조금씩 흐려졌다. 전동화와 효율 중심의 흐름 속에서 SUV의 존재 이유는 때로 숫자로 환원됐고 실제 사용성보다는 제원표와 옵션 경쟁이 우선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폭스바겐 아틀라스가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가 선정한 ‘2026 대한민국 올해의 내연기관 SUV’를 수상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대형 SUV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명확한 답이기 때문이다.
아틀라스는 애초에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차다.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만 골프나 티구안의 확장판이 아니라 처음부터 북미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설계됐다. 그 결과 전장 5,095㎜에 달하는 차체는 단순히 ‘큰 SUV’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쓰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구성된 구조를 갖는다.
이는 숫자보다 체감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많은 3열 SUV가 ‘비상용 좌석’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는 반면 아틀라스의 3열은 성인 탑승을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다. 레그룸과 헤드룸의 여유는 물론 별도의 송풍구와 USB 포트까지 갖춘 구성은 3열 시트가 단순한 보조석이 아니라 실제 생활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공간 설계는 아틀라스의 핵심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특히 2열에 카시트 3개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구조는 단순한 패키징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SUV가 가족의 이동 수단이라는 본질적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카시트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시트 슬라이딩이 가능해 3열 접근성을 유지하는 설계는 실제 육아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공간적 완성도 위에 더해지는 건 폭스바겐 특유의 주행 감각이다. 2.0ℓ TSI 엔진은 최고출력 273마력, 최대토크 37.7㎏·m를 발휘한다. 수치만 보면 경쟁치 대비 특별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출력이 아니라 전달 방식이다. 1,60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특성은 2.1톤에 달하는 차체를 다루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초기 발진부터 중속 영역까지 이어지는 토크의 밀도는 운전자에게 차체 중량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제공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의 정교한 변속 로직과 4모션 AWD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아틀라스의 주행 감각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 드러나는 직진 안정성과 차체의 일체감은 이 차가 단순히 ‘큰 SUV’가 아니라 독일 브랜드 특유의 섀시 완성도를 갖춘 제품임을 보여준다.
안전성 역시 아틀라스의 중요한 축이다. 아틀라스는 미국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점인 ‘톱 세이프티픽+’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뒷좌석 승객 보호 능력까지 평가하는 IIHS의 새 기준에 의거해 진행된 충돌 테스트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던진다. 차체 구조와 충돌 에너지 분산 설계가 근본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상품성이 가격 구조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6,7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은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이다. 2.0ℓ 엔진을 기반으로 한 세금 구조 역시 유지비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구매 가격뿐 아니라 장기적인 소유 비용까지 고려한 설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아틀라스의 진짜 경쟁 상대는 특정 차종 하나가 아니라 가족용 대형 SUV라는 개념 자체다. SUV가 미니밴의 공간성과 세단의 주행 안정성, 그리고 패밀리카로서의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 아틀라스는 그 균형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는 차다.
대형 SUV의 가치는 숫자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건 가족을 태우고 이동하는 매일의 경험이다. 아틀라스는 그 경험을 구성하는 공간, 안정성, 주행 감각을 충실하게 구현한 차다. 아틀라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