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미국 정통 픽업
-탄탄한 파워트레인 인상적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상 픽업이 나왔다. 120년 트럭 헤리티지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갖고 있는 GMC의 공식 출범과 함께 포문을 연 캐니언이다. 프리미엄 중형 픽업을 지향하며 그 특징이 실내외 곳곳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특히, 상남자 가득한 이미지를 앞세워 픽업을 선호하는 소비층에게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자유롭게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활보할 캐니언의 매력을 직접 시승을 통해 확인해 봤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단연 픽업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터프하고 듬직하며 우람하고 강해 보인다. 중심에는 그릴이 있다. 수직으로 뚝 잘라 떨어지는 크롬 그릴은 거대한 GMC 로고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다. ‘ㄱ’자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한 번 끊어 놓았고 커다란 헤드램프와 조화를 이루어 큰 차임을 알게 한다. 여기에 진입각과 이탈각이 매우 높아 어디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2인치 팩토리 리프트 서스펜션을 적용해 지상고가 상당히 높은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넓은 고정식 사이드 스텝도 달았다.
고급 픽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18인치 휠도 유광블랙과 다이아몬드 커팅 방식으로 기교를 부렸다. 뒤는 여느 픽업이 그렇듯이 세로로 작은 테일램프와 큼직한 레터링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와 함께 활용도가 좋은 범퍼 등이 특징이다. 데크 끝단에는 줄자 역할을 하는 눈금을 표시해 놓았고 양 옆에는 각종 충전 소켓이 자리한다. 또 트레일러를 쉽고 빠르게 체결할 수 있는 액세서리 키트도 전부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실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먼저 장점이다. 매우 고급스럽다. 픽업 트럭에 올라와 있는 듯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한 체급 위 고급 SUV 실내를 보는 듯하다. 그 정도로 아낌없이 고급 소재를 둘렀고 시각적인 만족이 뛰어나다. 호화롭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는 물론 넓은 시트에는 두툼한 가죽을 둘렀는데 질감이 좋은 푹신한 쇼파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진짜 나무를 정밀하게 가공해서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했고 유광 블랙과 금속 느낌이 나는 은색 파이핑도 아름답다. 이 모든 것들이 라이벌 픽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캐니언 만의 독보적인 장점이 된다.
이번에는 아쉬운 포인트다. 먼저 사이드 미러다. 크기가 꽤 작아서 사각지대가 많이 보인다. 차체 사이즈를 감안했을 때 위아래로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오토 윈도우는 운전석만 되고 오토홀드는 없다. 대신 버튼 한번만 누르면 모든 창문이 내려가는 기능이 있고 옥스(AUX)단자 활성화 버튼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있지만 숫자가 작아서 직관성이 떨어진다.
썬루프는 있지만 슬라이딩과 틸팅 버튼이 각각 따로 위치한다. 실내 조명도 예전 노란색 전구다. 어딘가 모르게 요즘 차들과는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다. 미국식 감성이라고 이해하면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구성이 다소 낯설 뿐 편의 및 안전 품목은 넉넉하다. 선명하고 화려한 그래픽의 풀 디지털 계기판과 열선 및 통풍을 기본 제공하는 메모리시트, 베이스가 상당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UX/UI 구성도 만족스럽다. 특히, 어라운드뷰가 매우 정교해서 커다란 캐니언을 주차할 때 정말 유용했다.
센터터널에는 길쭉한 변속 레버와 구동력을 바꿀 수 있는 조그셔틀이 위치한다. 험로 주행이 많은 차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는 지금의 전통적인 구성이 더 낫다. 시트가 워낙 좋기 때문에 2열에서의 착좌감은 수준급이다. 등받이 각도가 세워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픽업의 숙명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매우 좋은 2열을 가지고 있다. 공간에 대한 불만도 없고 장거리 이동을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성능
캐니언은 풀사이즈 픽업 ‘실버라도’를 통해 검증한 2.7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m의 성능을 낸다. 내구성을 강화한 실린더 블록과 강성을 높인 크랭크샤프트, 하이드라매틱 젠2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통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특히,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감과 신속한 다운쉬프트를 바탕으로 오프로드 등 저속 주행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동력 전달과 제어 성능을 제공한다.
가속을 전개했을 때 차는 매끄럽게 전진한다. 엔진 회전 질감이 무척 스무스하다. 픽업이라면 지례짐작 걸걸하고 거칠게 나갈 줄 알았는데 세단을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준다. 변속 세팅도 상당히 여유롭고 터보 반응도 예민하지 않다. 일정하게 속도를 올리면서 자연흡기 흉내를 많이 낸 듯하다.
그만큼 운전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경쾌한 가속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터보를 쥐어짜서 무작정 펀치력을 내세우는 피로도 있는 주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차가 마냥 밋밋한건 아니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RPM을 1000 이상 튀기며 훅하고 달려나간다.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흐름을 맞추며 선두자리를 지키고 한계 영역에 도달하는 순간도 기대 이상으로 빠르다. 여기에 고속 안정성까지 우수해서 빨리 달리는 데에 부담이 없다. 오랜 시간 픽업을 만들면서 다져진 기술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서스펜션 완성도도 인상적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굴곡과 충격을 1차적으로 부드럽게 흡수한 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로 전달하는 방식 덕분에 승차감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블록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심형 SUV를 타는 듯한 편안함이 순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거대한 차체와 높은 지상고를 생각하면 상당히 세련된 세팅이다.
반면 핸들링은 전형적인 픽업의 성격을 유지한다. 스티어링 반응은 무난하고 차체 높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여유 있게 돌아나가는 편이 어울린다. 민첩한 스포츠 주행을 위한 차라기보다 넉넉한 차체와 높은 시야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즐기는 성격에 가깝다.
이번에는 캐니언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험로로 향했다. 테스트 장소는 해안 사구. 고운 모래가 깊게 깔린 곳이라 일반 SUV도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캐니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행 모드를 바꾸고 구동력을 4WD 하이로 설정한 뒤 모래사장에 들어섰는데 차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일부러 모래 언덕 중간에 차를 멈춘 뒤 다시 출발해 보기도 했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차는 당황하지 않았다. 잠깐 구동력이 흩어지는 순간에는 전후 구동력을 재빠르게 배분하며 힘을 몰아주고 험로를 빠져나왔다. 경사가 있는 사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탈출했다. 여기에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차의 오프로드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판도 한 몫 한다.
이처럼 캐니언은 일반 승용차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모래사장을 자유롭게 달리며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픽업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캐니언과 함께 라면 길의 끝이 어디인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운전자를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
▲총평
GMC 캐니언은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활용성까지 균형 있게 갖춘 차다. 터프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고급 SUV 못지않은 감각을 보여주며 온로드에서도 충분히 편안한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동시에 험로에 들어서면 픽업 특유의 강인함과 높은 잠재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도심에서는 여유로운 크루저로, 자연 속에서는 든든한 탐험 파트너로 변신하는 다재다능함이 핵심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캐니언은 꽤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한편, GMC 캐니언은 7,68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