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이동의 방식을 바꾸다, 기아 PV5 WAV

입력 2026년04월09일 09시45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트렁크 대신 문으로..탑승 구조가 바꾼 '변화'
 -고정 안정성, 프리텐셔너 더해 '안심'
 -승차감과 시야까지 고려한 설계 돋보여

 

 차를 탄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을 열고, 앉고,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그 과정에 특별한 고민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동은 늘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휠체어를 밀어 차도로 내려가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같은 ‘이동’이지만 출발선부터 다르다.

 


 

 기아 PV5 WAV는 바로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차다. 단순히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이동의 과정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목적지보다 ‘가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기존 PV5 패신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을 앞세운 구성이다. 전면부의 히든 타입 LED 헤드램프는 충돌 시 손상을 줄이기 위해 안쪽으로 배치됐고 범퍼는 분할 구조로 설계해 유지·보수 비용을 낮췄다. 보닛에는 무도장 복합재가 적용돼 스크래치와 관리 부담을 동시에 줄였다. 전반적으로 ‘오래 쓰는 차’라는 성격이 분명하다.

 


 

  본질은 측면에서 드러난다. 775㎜에 달하는 슬라이딩 도어 개구폭과 저상 플로어, 그리고 인플로어 방식 슬로프가 핵심이다. 기존 휠체어 특장차가 후면으로 탑승해야 했던 것과 달리 PV5 WAV는 인도에서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차도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안전과 직결된 변화다.

 

 슬로프는 수동식 인플로어 2단 구조다. 상황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740㎜ 유효폭, 최대 300㎏ 하중까지 견딜 수 있어 전동식 휠체어까지 대응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바닥 아래로 수납돼 공간 손실이 없다. 별도의 탈착 과정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운용 환경을 고려한 설계다.

 

 새삼 처음 알게된 부분이지만 휠체어 탑승자 스스로 슬로프를 오르는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일반적인 도로 위에 슬로프를 펼쳐 놓으면 일반인에겐 언덕이라 하기도 민망할 만큼의 경사로가 만들어지지만 휠체어를 스스로 굴려 밀고 올라가는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인도 위에 슬로프를 펼치는건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실내는 기능 중심이다. 2열에는 6:4 팁업 시트를 적용해 우측을 접으면 휠체어 공간이 확보되고 좌측에는 동승자가 앉을 수 있다. 시트 위치도 패신저보다 뒤로 배치돼 휠체어 진입과 회전 동선을 고려했다. 실제로 실내에서 방향 전환이 가능할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휠체어 고정 장치와 3점식 안전벨트도 적용됐다. 체결 방식은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인 편이다. 인포테인먼트는 12.9인치 안드로이드 기반 시스템으로 구성돼 조작이 쉽고 후석 대화 모드와 공조 기능도 갖췄다. 다만 실내 질감 자체는 고급 미니밴보다는 이동을 위한 도구에 가깝다. 감성보단 구조가 더 중요한 자동차인 만큼 차에서 고급감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기존 PV5 패신저와 동일하다. 71.2㎾h 배터리를 기반으로 최고출력 120㎾(163마력), 최대토크 25.5㎏∙m를 발휘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358㎞ 수준이다. 수치 자체는 특별할 것 없지만 이 차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먼저 인상적인 부분은 휠체어 고정 안정성이다. 실제 주행에서 체결된 휠체어는 생각보다 단단하게 고정된다. 급가속이나 제동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크지 않아 탑승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크지 않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불편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프리텐셔너가 적용된 3점식 안전벨트는 인상적인 요소다. 급정차 상황에서도 휠체어 탑승자의 상체를 일정 수준 지지해주며 단순히 고정하는 수준을 넘어 보호받는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이 차가 단순한 개조차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동 안전을 고려해 설계된 차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휠체어 위치 또한 중요한 요소다. 탑승 위치가 차체 중앙에 가깝게 배치되면서 승차감과 시야 모두에서 이점을 만든다. 차량의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적게 전달되는 위치이고 전방 시야도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짐칸에 탑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차의 중심에서 함께 이동하는 구조다.

 

 주행 감각은 전반적으로 차분하다. 하부 배터리 배치로 무게중심이 낮고, 서스펜션은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방향으로 세팅됐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도 충격이 과하게 전달되지 않고 앞뒤 피칭과 좌우 롤도 잘 억제된다. 휠체어 탑승 상황을 고려한 세팅이라는 점이 분명히 느껴진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승하차 상황에서의 차체 안정성이다. 슬로프를 통해 휠체어가 오르내릴 때 차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용 환경에서는 체감이 큰 부분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전고가 높은 박스형 구조 특성상 측풍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고속 주행 안정성보다는 도심 이동과 근거리 운행에 최적화된 성격이다. 대신 약 5.5m 수준의 회전반경은 좁은 골목과 도심 환경에서 충분한 기동성을 제공한다.

 


 

 ▲총평
 기아 PV5가 ‘플랫폼’이라면, PV5 WAV는 그 방향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차였다. 단순히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어디서든, 안전하게 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에 가깝다. 기존 특장차가 안고 있던 구조적 불편, 특히 차도로 내려가야 했던 위험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봉고가 물류와 생계를 책임졌던 것처럼, PV5 WAV는 이동의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동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는 것. 이 차가 지향하는 방향은 결국 그 지점에 있다. PV5 WAV의 가격은 5,30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