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폭스바겐 골프 R 24H 레이스카

입력 2026년05월20일 09시1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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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I 이어 R 브랜드 앞세워 뉘르부르크링 도전
 -양산형 골프 R 기반 설계..전문 드라이버 개발 참여
 -브랜드 출범 25주년 맞는 2027년 출격 대기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공기는 묘하게 다르다. 오래된 피트 건물과 거대한 관람석, 끊임없이 들려오는 배기음 사이에서는 ‘빠른 차’보다 ‘끝까지 살아남는 차’가 더 존중받는다. 폭스바겐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이곳에서 전격 공개한 레이싱 프로토타입은 의외로 익숙한 이름이다. 골프다. 

 


 

 물론 평범한 골프는 아니다. 고성능 브랜드 R을 적용한 제품이다. 폭스바겐은 R 브랜드의 출범 25주년을 맞는 2027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개한 차가 바로 ‘골프 R 24H’ 쇼카. 전시된 차를 직접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폭스바겐이 꽤 진심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공개된 골프 R 24H는 아직 완성된 레이스카는 아니다. 하지만 차를 한 바퀴 둘러보는 순간 단순 전시용 콘셉트카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전면부는 양산형 골프 R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낮고 넓게 다듬어졌다. 거대한 프런트 스플리터와 깊게 파인 공기 흡입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냉각 성능과 다운포스를 위한 구조물처럼 보였다. 헤드램프는 익숙한 골프의 얼굴을 유지하지만 주변을 감싼 검은색 디테일과 공격적인 범퍼 형상 때문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평범한 해치백이 헬멧을 쓰고 서킷으로 들어온 느낌에 가깝다.

 


 

 측면에서는 뉘르부르크링용 레이스카 특유의 긴장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차체는 극단적으로 낮아졌고, 넓게 부풀린 펜더 안에는 대구경 휠과 레이싱 슬릭 타이어가 꽉 차 들어가 있었다. 공력 성능을 고려한 사이드 스커트와 덕트류 역시 시각적인 과장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설계된 분위기다. 특히 차체 곳곳에 배치된 ‘R’ 그래픽과 블루 컬러 포인트는 폭스바겐 R 특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후면은 사실상 차의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거대한 리어 윙이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다. 일반 도로에서는 다소 과해 보일 정도의 크기지만 노르트슐라이페의 초고속 구간과 긴 코너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납득이 가는 구성이다. 범퍼 하단의 대형 디퓨저와 중앙부 레이싱 배기 시스템 역시 기록과 완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쇼카임에도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는 점이다. 미래지향적 콘셉트카처럼 과장된 디테일보다는 '당장 내일부터 테스트 주행에 들어갈 것 같은 차'에 가까웠다. 실제로 현장에서 바라본 골프 R 24H는 화려하다기보다 묵직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강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는 단순히 출력만 높다고 버틸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24시간 동안 수백 개의 코너와 거친 노면,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서도 차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결국 기본기가 중요한데 폭스바겐이 골프를 내세웠다는 점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판매 중인 골프 R은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2.8㎏·m를 발휘하는 2.0ℓ TSI 엔진을 탑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6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진짜 핵심은 섀시와 구동계의 완성도다. 이미 양산형 골프 R에 ‘R 퍼포먼스 토크 벡터링’이 포함된 4모션 사륜구동 시스템과 VDM을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이 플랫폼을 내구 레이스용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나선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폭스바겐 테스트 및 개발 드라이버이자 막스 크루제 레이싱 공동 창립자인 벤야민 로이히터도 직접 참여한다. 그는 폭스바겐 고성능 양산차 개발 과정에서도 셋업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양산차와 레이스카의 감각을 동시에 이해하는 드라이버가 프로젝트 중심에 있다는 점 역시 기대를 키우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폭스바겐이 단순히 과거의 GTI 헤리티지만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랜드 출범 25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시점에 가장 혹독한 트랙으로 다시 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슈퍼카가 아니라 ‘골프’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도전했고, 또 좌절한 뉘르부르크링, 폭스바겐은 2027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차를 꺼내들고 벌써부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나긴 뉘르부르크링의 거칠고 긴 밤을 어떻게 버텨낼지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

 

 뉘르부르크(독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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