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민트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관심을 끄는 무언가 필요..특별함과 도발적 요소 담아야"
-"진짜 폭스바겐 다운 GTI 무엇인지 논의 이어왔다"
“폭스바겐에도 약간의 특별함과 도발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폭스바겐 ID.폴로 GTI 월드 프리미어 현장. 안드레아스 민트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은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전기 GTI를 소개하며 전동화 시대의 GTI가 지켜야 할 디자인 가치로 안정감, 친근함 그리고 시크릿 소스를 꼽으며 이 같이 말했다.
1996년 폭스바겐그룹에 합류한 민트 총괄은 아우디와 벤틀리 총괄을 거쳐 2023년 폭스바겐 승용차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ID. 폴로 GTI 프로젝트가 시작될 무렵 폭스바겐에 다시 온 그는 초기 단계부터 ‘진짜 폭스바겐다운 GTI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개발진과 논의를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안정감이었다. 민트 총괄은 “넓은 전폭과 슬림한 차체를 원했고 그 결과 휠 아치가 강조된 자세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세는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스포티한 인상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ID.폴로 GTI는 전장 4,096㎜, 전폭 1,816㎜, 휠베이스 2,599㎜의 차체를 갖췄다. 전반적인 크기는 골프보다 작지만 휠베이스는 더 길다.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차체 바깥쪽으로 밀어낸 휠 배치는 소형 해치백의 비율 안에서도 단단히 웅크린 듯한 자세를 만든다.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넓히면서도 외관에서는 GTI 특유의 낮고 안정적인 인상을 살린 셈이다.
전면부에는 GTI의 상징적 요소가 집중됐다. 붉은 라인은 여전히 차의 얼굴을 가로지르고 IQ.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가 최신 폭스바겐 디자인 기조를 보여준다. 민트 총괄은 “허니컴 패턴은 GTI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라며 “쇼카(ID. GTI 콘셉트)에서 보여드렸던 디자인 요소들을 양산차까지 가져올 수 있을지 처음에는 지켜봐야 했지만 결국 거의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D.폴로 GTI의 얼굴은 공격성보다 친근함에 무게를 둔다. 민트 총괄은 “모든 폭스바겐은 친근한 얼굴과 미소를 가져야 한다”며 “ID.폴로 GTI에도 그런 인상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GTI의 상징인 레드 라인에 대해 “전형적인 GTI 요소이지만 공격적인 느낌이 아니라 끝부분이 살짝 올라가면서 미소 짓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이것이 우리가 폭스바겐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레드 라인은 단순한 색상 장식이 아니라 소재 디테일로 구현됐다. 민트 총괄은 “레드 라인은 이중 소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가까이서 보면 몰딩 안에 구현된 고급스러운 디테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GTI 상징을 전기차 디자인 안에서 보다 정교한 장식 요소로 다시 해석한 것.
측면에서는 전기차가 되며 사라진 변속 감성을 그래픽으로 되살렸다. 민트 총괄은 “전기차에는 기존의 변속기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GTI의 감성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기어 시프터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를 다시 가져왔다”며 “그래픽 역시 과거 GTI의 패턴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휠 디자인도 헤리티지와 전동화의 접점을 보여준다. ID.폴로 GTI에는 19인치 전용 휠이 적용된다. 이 휠은 과거 골프 GTI의 ‘덴버 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옵션으로 제공되는 뵈르터제 휠도 마련된다. GTI가 단순한 성능 등급이 아니라 팬덤과 문화까지 포함하는 이름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후면부는 기능과 디테일을 함께 담았다. 민트 총괄은 “후면을 보면 전용 스포일러가 적용돼 있다”며 “브레이크 조명도 통합해 보다 특별한 인상을 만들었고 공기역학적인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미등에 대해서는 “‘위스키 글라스’라고 부르는 디테일”이라며 “두꺼운 유리잔처럼 깊이감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내는 GTI 헤리티지와 소비자 요구를 함께 반영했다. 체크 패턴 스포츠 시트와 붉은색 스티치, GTI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고 디지털 계기판은 초기 골프 GTI 스타일의 ‘레트로 디스플레이’ 모드도 지원한다. 계기판 그래픽과 음악 트랙 화면에는 카세트테이프 감성을 재해석한 디자인도 담겼다.
조작성 역시 강조했다. 민트 총괄은 “과거의 회전계처럼 중요한 정보를 운전자 정면 중앙에 배치했다”며 “여기에 물리 버튼까지 함께 구성해 직관적인 조작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온도 조절과 공조, 볼륨 등 주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되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요 기능을 다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중요하다”며 “실내 소재도 더 두껍고 견고하게 느껴지며, 간접 조명과 도어 패널의 디테일도 더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민트 총괄의 설명을 종합하면 ID.폴로 GTI의 디자인은 붉은 라인, 허니컴 패턴, 체크 시트, 레트로 그래픽처럼 익숙한 장치를 남기면서도 폭스바겐 전기차의 비율과 디지털 인터페이스 안에서 이를 새롭게 조율한 결과물에 가깝다. 단순히 기존 GTI의 상징을 전기차에 옮겨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GTI가 전기차로 바뀌었지만 폭스바겐이 보여주려 한 건 전기차의 새로움보다 GTI라는 이름의 연속성이었다.
뉘르부르크(독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