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길 질주, 랠리카 연상케해
-오프로드·캠핑까지, 픽업 라이프 한번에 경험
-타스만 인텐시브, 합리적 가격에 레저 활동 가능
"아, 이래서 픽업트럭을 타는건가."
충청남도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타스만 인텐시브'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든 생각이었다. 흠히 경험해볼 수 있는 가설 오프로드 코스 정도만을 넘나드는 데에서 끝났다면 아마 이런 반응도 나오지 않았을 테다.
타스만 인텐시브 프로그램은 자갈길에서 차를 미끄러뜨리고, 진흙탕을 내달리고, 서해 바닷가가 보이는 캠핑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1박 2일간 전부 하나로 이어진다. 기아가 타스만이라는 차를 통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은지 꽤 선명하게 느껴졌다.
준비된 차는 타스만의 최상위 트림 X-프로, 오프로드에 특화된 제품으로 최저지상고가 일반적인 타스만보다 높고, 매끈한 터레인 타이어 대신 울퉁불퉁한 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했다. 쉽게 말해 그냥 '험하게 타라고 만든 타스만'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겠다.
첫 일정은 오프로드 교육이었다. 경사로나 자갈길에서는 어떻게 차를 움직여야 하는지 터레인 모드는 언제 써야 하는지 같은 내용을 인스트럭터가 하나씩 설명해준다. 그리고 바로 실전이다. 경사로와 범피, 자갈, 수로를 차례대로 통과하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꽤 본격적이다.
특히 경사 구간은 처음 보면 살짝 겁난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가파른 언덕을 그대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스만은 의외로 담담하게 올라간다. 여기서 인상적인 기능이 X-TREK 모드였다. 차가 알아서 저속을 유지해준다. 진행을 맡은 차준호 인스트럭터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선장이 된 것 처럼 방향타만 조절하면 된다'. 오프로드 초보도 긴장을 꽤 덜 수 있는 기능이겠다.
프로그램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래블로드 택시 체험이다. 사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그래블로드를 달리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코스는 있었지만 본래 한국타이어가 트럭·버스용 타이어 내구성을 시험하는 비포장 시험로다. 거친 자갈길을 반복해서 달리며 타이어가 얼마나 버티는지 확인하는 장소인데 기아가 이걸 타스만 체험 코스로 활용했다.
솔직히 정말 재밌다. 자갈이 깔린 노면이라 접지력이 계속 달라지고 차 뒤가 살짝 흐른다. 그런데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타스만은 그걸 오히려 즐기듯 달린다. 코너에 들어가며 일부러 뒤를 미끄러뜨리고, 자갈을 양옆으로 날리면서 빠져나가는데 감각이 거의 랠리카에 가깝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뒤가 흐르는데도 차가 크게 불안하지 않다는 점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자세를 꽤 안정적으로 잡아낸다. 차 안에서는 기울기나 조향각, 구동력 배분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재밌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차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센터를 나와 실제 공도로 이동하는 구간도 의외였다. 편도 약 42㎞ 거리인데, 타스만은 생각보다 훨씬 편안했다. 올-터레인 타이어를 끼운 픽업이라 승차감이 꽤 거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부드럽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기능도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그냥 SUV 타듯 편하게 이동하는 느낌이다.
2열도 꽤 공들였다. 등받이 각도 조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KTX 좌석처럼 방석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등받이 각도에 여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픽업이라고 하면 보통 뒤는 그냥 참고 타는 자리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타스만은 가족용 SUV 역할까지 어느 정도 욕심낸 흔적이 보였다.
산악 오프로드 구간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서 곳곳이 진창이었다. 물웅덩이도 꽤 깊었다. 타스만은 그 웅덩이를 그대로 들이받듯 지나간다. 양옆으로 물보라가 터지고 흙탕물이 사방으로 튄다. 이런 장면은 사실 남자라면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오프로드 폭 자체는 넓지 않았다. 타스만 한 대 지나가면 거의 꽉 차는 수준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긴장되는 구간도 있다. 그런데 또 그런 긴장감이 오프로드의 재미 아니겠는가. 돌부리를 피해 조심스럽게 핸들을 돌리고 진창을 통과하면서 차가 버텨내는 감각을 몸으로 느끼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목적지는 서해 어은돌 오토캠핑장. 여기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하루 종일 흙을 뒤집어쓴 타스만을 옆에 세워두고 서해 노을을 보고 있으면 아까 그 험한 차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아무런 탈 없이 든든하게 달려준 타스만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캠핑 구성은 꽤 현실적이다. 먹을것만 챙겨 몸만 오면 된다. 4인용 텐트와 의자, 테이블은 기본이고 낭만을 더할 수 있는 캠핑용 스탠바이미 모니터까지 준비돼 있다. 조리도구와 전기그릴, 인덕션도 다 갖춰져 있다. 심지어 물도 무거우니까 생수 2ℓ 6병을 기본으로 넣어둔단다. 캠핑 초보 입장에서는 은근 귀찮은 준비 과정을 대부분 덜어낸 셈이다.
차도 캠핑과 꽤 잘 어울린다. 사이드 스토리지는 열면 간이 테이블처럼 쓸 수 있고, 220V 인버터 덕분에 전자기기 사용도 편하다. 그냥 적재함 큰 차가 아니라 캠핑 가는 차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프로그램 비용은 28만원. 최대 4인까지 함께할 수 있다. 처음엔 조금 비싸다고 싶었는데, 숙박과 캠핑 장비, 차 체험까지 포함이라는 걸 생각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특히 가족 단위 참가가 가능하고 성수기와 비수기를 타지 않는다는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꽤 현실적인 가격이다. 여름휴가의 절정에 이런 프로그램을 즐기려면 얼마가 들어야할까.
타스만 인텐시브는 결국 픽업이 왜 필요한가를 숫자나 제원 대신 경험으로 설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갈길에서 뒤를 흘리며 달리는 감각, 진흙탕을 가르는 물보라, 그리고 노을 아래 캠핑까지. 타스만은 단순히 짐 싣는 픽업이 아니라 주말을 더 재밌게 보내기 위한 차처럼 느껴졌다.
태안=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