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
-"업무용 신고한 차, 사주 일가 개인차 처럼 사용"
-"고가차 사지 말란 뜻 아냐..업무용으로만 써라"
“운행기록부에는 전부 업무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가족여행, 골프장, 고급호텔 방문 등에 사용된 정황들이 확인됐습니다.”
안덕수 국체청 조사국장은 2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인 명의 슈퍼카 탈세 조사 배경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단순히 비싼 차를 법인으로 샀다는 차원을 넘어 업무용으로 신고한 차가 실제 사주 일가의 개인차처럼 사용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이날 법인 명의 슈퍼카를 이용한 탈세 혐의와 관련 해 19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법인들이 보유한 고가차는 총 90대, 약 300억원 규모다. 탈루 혐의 금액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브리핑을 통해 '사적 사용'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안 국장은 “세법상 기업이 업무용으로 고가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 자체에 제한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사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업무용으로 신고해 법인 비용 처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차를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용으로 한정해서 사용해달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국세청 설명에 따르면 일부 법인들은 업무용 차로 신고한 슈퍼카를 사실상 사주 일가 전용차처럼 사용했다. 가족여행은 물론 골프장, 고급호텔, 유흥업소 방문 등에 활용하면서도 비용은 법인 경비로 처리했다는 것. 한 제조업체에서는 총 36억원 상당의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한 채 사주가 이를 사내 전시용으로 사용하거나 유흥비 약 15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가 포착됐다.
국세청은 일부 법인이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억원이 넘는 차량을 약 3,000만원 낮춘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차량 가액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특히 연두색 번호판 제도 이후에도 고가 법인차 구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안 국장은 “1억원 이상 고가 법인차 감소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이라며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이 ‘진정한 부의 상징’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기사와 무관>
정부는 지난 2024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며 법인차를 활용한 과시 소비와 탈세 관행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직후1억원 이상 법인차 등록 대수는 2023년 5만1,542대에서 2024년 3만3,960대로 감소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다시 3만9,429대로 늘어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안 국장은 “동종 업체와 비교 분석해보니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한 업체들의 탈루 세액 자체가 훨씬 높았다”며 “사적 사용 여부는 실질과세 영역이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대부분 사적 사용 여부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에는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 기업 1곳과 코스피 상장사 2곳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