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로드에서는 부드럽게, 트랙에서는 날카롭게
-680마력 이상의 가치 보여주는 탄탄한 기본기
-패밀리카와 오너 지향 퍼포먼스카 모두 소화해
폴스타 3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대형 전기 SUV이자 탄소중립을 향한 브랜드의 노력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유로앤캡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차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폴스타 3를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퍼포먼스다. 그만큼 이 차는 크고 고급스러운 전기 SUV에 머물지 않는다. 운전의 즐거움과 재미까지 챙긴 진짜 달릴 줄 아는 차라는 뜻이다.
과연 대형 전기 SUV에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잘 어울릴까. 답을 확인하기 위해 용인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온로드부터 서킷, 짐카나까지 하루 종일 폴스타 3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생각은 명확해졌다. 폴스타 3만큼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기 SUV도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부드럽고 우아하게, 온로드에서 드러나는 반전
첫 번째 프로그램은 온로드다. 폴스타 3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일상적인 도로에서 차의 기본적인 성격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현장에 마련된 차는 폴스타 3 듀얼모터다. 최고출력 544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7초다. 앞뒤 모터의 성능은 초기 폴스타 3와 비교해 큰 폭으로 높아졌고 특히, 뒤쪽에 더욱 강한 힘을 배분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언제든 노면을 박차고 튀어나갈 것 같은 성격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간다. 차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승차감은 여유롭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철저하게 걸러낸다. 매끄럽게 뻗어 나가는 모습은 마치 무거운 차체가 노면 위를 스르륵 미끄러지는 듯하다. 500마력이 훌쩍 넘는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능숙하게 숨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큼직한 차체가 주는 안정감도 상당하다.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 모두가 여유로운 이동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주행 보조 시스템 역시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장거리 이동에서 피로를 줄인다. 거대한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티맵 순정 내비게이션도 만족스럽지만 스티어링 휠 바로 앞 계기판 역시 지도를 넓게 표현해 시선을 크게 돌릴 필요가 없다.
유연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과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편평비 넓은 타이어 세팅까지 조화를 이룬다. 모든 요소가 한 방향을 바라본다. 운전자가 차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크고 강한 차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온로드에서 확인한 폴스타 3의 첫 번째 매력이다.
여유롭게 달리다 보면 또 하나의 만족이 귀를 자극한다. 바로 사운드다. 고요한 전기차 실내를 풍부하고 입체적인 음악 공간으로 바꾸는 일등공신이다.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압권이다. 총 25개의 스피커와 1,610W 출력의 앰프를 기반으로 풍부하면서도 정교한 소리를 들려준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해 입체적인 3D 서라운드 환경을 구현하며 세계적인 녹음 스튜디오인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음향 기술을 반영한 별도 모드도 제공한다. 여기에 액티브 로드 노이즈 캔슬링까지 더해 주행 중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음을 줄인다. 결과적으로 폴스타 3의 실내는 조용한 공간을 넘어 음악에 몰입하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청음실로 변한다.
▲트랙에 들어서는 순간 드러나는 본색
간단한 워밍업을 마치고 다시 서킷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트랙 주행이다. 차도 달라졌다. 최고출력 680마력을 발휘하는 최상위 퍼포먼스 트림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9초 만에 도달한다. 구체적으로 앞바퀴에 299마력, 뒷바퀴에는 무려 381마력을 쏟아낸다. 이전과 비교해 각각 22%, 40% 증가한 수치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고성능 전기 SUV다.
그런데 폴스타 3의 진짜 매력은 680이라는 숫자보다 그 힘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트랙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차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각각의 코너를 마주할 때마다 거대한 차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렵하게 방향을 바꾼다. 거동은 민첩하고 차체의 움직임은 운전자에게 비교적 솔직하게 전달된다. 단순히 직선에서 무섭게 빠른 전기차와는 결이 다르다.
특히, 세부적으로 나눠 놓은 주행 설정은 기대 이상이다.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반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차의 성격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가장 하드코어한 설정을 선택하면 대형 SUV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아주 단단하게 조여 놓은 고성능 핫해치를 타는 것처럼 차체가 긴장한다. 불필요한 롤을 억제하고 코너를 칼같이 파고든다. 방향을 바꿀 때마다 운전자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다음 코너를 기다리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유쾌하다. 빠르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코너를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숫자로 증명하는 고성능이 아니라 감각으로 설득하는 퍼포먼스다.
물론 폴스타 3가 하루 종일 서킷만 공략하기 위해 태어난 차는 아니다. 한계를 넘어 무리하게 코너에 진입하면 제어장치가 비교적 빠르게 개입하고 트랙션을 되찾는 과정 역시 안전을 우선한다. 여러 랩을 연속으로 달리면 배터리 온도와 파워트레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출력을 제한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폴스타 3가 무엇을 위한 차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상에서 가족을 태우고 편안하게 이동하면서 필요할 때 강력한 성능을 꺼내 쓰는 스포츠성을 겸비한 SUV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인 랩타임보다 전체적인 균형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폴스타 3는 강력한 파워트레인만 얹어 놓고 고성능이라는 이름을 붙인 차가 아니다. 제대로 달릴 줄 아는 스포츠 SUV라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탄탄한 기본기가 있으며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어떻게 차에 녹여내야 하는지 고민한 엔지니어들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이러한 성격을 완성하는 핵심은 듀얼 챔버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이다. 듀얼모터와 퍼포먼스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가는데 한마디로 물건이다. 초당 500회 속도로 노면 상황을 분석하고 차체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제어한다. 평범하게 달릴 때는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며 대형 SUV다운 편안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고 코너가 연속되는 순간에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긴장하면서 차체를 노면에 붙잡아 놓는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네 바퀴가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감각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조금 전까지 편안하게 몸을 받아주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다. 이처럼 극적으로 달라지는 서스펜션의 감도가 폴스타 3의 운전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좋은 서스펜션은 무조건 부드럽거나 단단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답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폴스타 3는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22인치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올시즌 4 타이어, 브램보 브레이크 조합은 덤으로 챙겨간다.
▲대형 SUV로 짐카나를? 예상 밖의 즐거움
화끈한 트랙 경험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번에는 콘과 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는 짐카나 세션으로 이동했다. 짧은 구간을 전력으로 질주하면서 연속적으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차의 상하좌우 밸런스를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폴스타 3는 이 곳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트랙에서 보여줬던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그대로 이어간다. 좌우로 차체를 빠르게 던져도 자세를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을 곧잘 따라간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경쟁을 의미하는 컴페티션의 성격을 한껏 끌어올리며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도파민을 전달한다. 한편으로는 길이 5m에 육박하는 대형 SUV를 가지고 이토록 화끈하게 짐카나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크기와 무게에 대한 선입견을 운전대 뒤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순간이다.
▲황금비율로 완성한 모던함, 그리고 완벽한 실용주의
숨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차를 살펴봤다. 디자인은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렵다. 완성도가 높고 모던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한 생김새다. 다른 폴스타 라인업과도 자연스럽게 맥을 같이해 멀리서 바라봐도 단번에 브랜드를 알아차릴 수 있다.
비교적 작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비슷한 형태의 유광 블랙 범퍼 장식은 통일감을 높인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의 그릴이 자리했던 부분은 각종 주행보조 센서가 채우고 있으며 보닛 앞쪽에 마련한 프론트 윙은 신선한 인상을 더한다. 공기역학을 위한 기능적인 장치이면서 동시에 폴스타 3의 얼굴을 완성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옆모습에서는 대형 SUV의 존재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길이는 5m에 육박하고 휠베이스 역시 3m에 가깝다. 반면, 높이는 극단적으로 낮춰 일반적인 대형 SUV와 전혀 다른 비율을 만들어냈다. 길고 넓으며 낮다. 스포츠 SUV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자세에 가깝다. 차의 성격을 나타내는 레터링은 측면에 자리하며 매끈하게 다듬은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와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도 만족스럽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선과 이를 강조하는 C필러의 블랙 장식도 멋스럽다.
뒤쪽은 더욱 기분을 좋게 한다. ㄷ자 형태로 정제한 테일램프와 주변을 감싸는 검은색 테두리, 콤팩트한 뒷유리와 대비되는 넓고 깔끔한 트렁크 면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마치 황금비율이 무엇인지 차체로 설명하는 듯하다. 양 끝에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에어로핀을 디자인 요소로 승화했고 범퍼 역시 투톤으로 구성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실내 역시 외관과 분위기를 같이한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깨끗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로형으로 배치한 거대한 센터 디스플레이다.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아낌없이 담았고 조작 과정도 크게 어렵지 않다. 그래픽 역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주행 중에는 정면에 위치한 풀 디지털 계기판이 핵심 정보를 전달한다.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콤팩트하고 두툼하다. 3스포크 타입이며 입체적인 은색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센터터널은 플로팅 타입으로 위아래를 모두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물리적인 조작계는 극도로 줄였으며 사실상 볼륨 다이얼 정도만 남겨놓았다. 단순함을 위한 단순함이 아니라 디지털 경험을 중심으로 실내 전체를 다시 정리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2열은 아쉬움을 찾기 어렵다. 차체가 워낙 크고 휠베이스도 긴 만큼 공간에 대한 걱정 없이 여유로운 이동을 즐기면 된다.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 루프가 만들어내는 개방감도 상당하다. 버튼 조작만으로 수 초 안에 투명과 불투명 상태를 전환할 수 있으며 99.5%의 자외선을 차단해 강한 햇빛 아래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적재 능력도 충분하다. 트렁크는 기본 597ℓ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11ℓ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도 90ℓ의 추가 공간을 마련했고 앞쪽에는 23.8ℓ 용량의 프렁크까지 갖췄다. 일상적인 쇼핑부터 온 가족이 떠나는 장거리 여행까지 부족함이 없다. 달리기만 잘하는 차가 아니라 패밀리 SUV라는 본분 역시 잊지 않았다.
▲강력하고 독보적인 추격자의 등장
폴스타 3를 타기 전에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680마력, 3.9초, 초당 500회의 서스펜션 제어 같은 화려한 숫자들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차를 경험하고 난 뒤 기억에 남은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 힘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순간에 꺼내 보여주는지가 훨씬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도로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여유롭다. 가족을 태우고 음악을 들으며 먼 길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다 굽이치는 길에 들어서면 숨겨놓았던 발톱을 꺼낸다. 단단하게 몸을 조이고 거대한 차체를 날렵하게 던지며 코너를 탐욕스럽게 삼킨다. 짐카나에서는 크기와 무게마저 잊게 할 정도로 경쾌하게 몸을 비튼다.
이것이 폴스타 3가 말하는 퍼포먼스다. 무작정 강한 힘을 쏟아내는 것도 아니고 랩타임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는 힘을 감추고 있다가 운전자가 원할 때 정확하게 꺼내 보여준다. 빠름과 편안함, 날카로움과 여유로움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을 탄다.
그래서 폴스타 3를 빠른 전기 SUV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아깝다.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 고급스러운 이동 경험이라는 대형 SUV의 미덕을 품은 채 운전대를 잡는 사람의 심장까지 뛰게 만든다. 좋은 고성능차는 숫자로 겁을 주지 않는다. 한 번 더 코너를 돌고 싶게 만들고 조금 더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폴스타 3가 그랬다. 온로드에서는 우아했고 트랙에서는 뜨거웠다. 그리고 그 두 얼굴 사이 어디에서도 어색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빠른 차는 많지만 제대로 달릴 줄 아는 차는 흔치 않다. 폴스타 3는 분명 후자다.
용인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