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학습→적용→검증' 반복..양산 기술로 연결
-라이다는 '정답지' 역할..카메라 중심 자율주행 고도화
-아이오닉5 데이터 수집차 40여대가 실도로 누벼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다고 곧바로 도로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사옥에 있는 비히클 워크샵. 겉으로 보기에는 자동차 정비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프트와 각종 장비가 자리하고 그 사이로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5가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루는 것은 엔진이나 변속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다.
박지열 포티투닷 자율주행 테스트팀 TL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때마다 실제 도로에 나가기 전에 기본적인 검증을 수행한다"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켜지는지, 관련 제어기와 제대로 통신하는지, 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은 이를 '스모크 테스트'라고 부른다. 새로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실제 도로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종의 출고 검사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일반 도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간다. 비히클 워크샵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코드를 실제 도로와 연결하는 중간 지점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글레오 AI, 플레오스 커넥트, 차량용 OS 등 포티투닷이 개발하는 여러 소프트웨어를 실제 차에 적용하고 검증한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하는 것은 물론 OTA를 통한 업데이트도 이뤄진다. 인근에는 9,889㎡ 규모의 별도 비히클 워크샵도 운영하고 있다.
워크샵 한쪽에는 아이오닉6 기반 자율주행 테스트카가 자리했다. 외관만 보면 일반 아이오닉6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곳곳에 카메라가 숨어 있었다. 차에는 총 8개의 외부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가 장착됐다. 윈드쉴드에 카메라 2개, 좌우 측면에 4개, 전·후방에는 초광각 카메라 2개를 배치했다. 카메라는 각각 200만~300만 화소이며 60~180도의 화각을 갖는다. 전방 범퍼 부근에 자리한 레이더는 차와 보행자 등 주변 객체를 감지한다. 실내에는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카메라도 있다.
센서만 늘린다고 자율주행차가 되는 건 아니다.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고 차를 움직일 '두뇌'가 필요하다. 박 TL은 조수석 쪽을 가리키며 "글러브박스 안쪽에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트렁크에는 조널 제어 장치를 넣었다. 자동차용 SDV OS를 기반으로 공조와 선루프, 트렁크 등 차의 여러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장치다.
포티투닷이 현재 운용하는 이 같은 SDV 테스트카는 20여대다. 자율주행뿐 아니라 포티투닷이 개발하는 여러 기술을 실제 자동차 환경에서 검증하는 데 쓰인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SDV 페이스카'를 중심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옆에 세워진 아이오닉5는 성격이 달랐다. 지붕 위에 큼지막한 라이다가 올라가 있어 한눈에도 일반 양산차와 차이를 드러냈다. 포티투닷이 운용하는 데이터 수집차다. 현재 약 40대가 실제 도로를 누비고 있다. 목적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지만 이날 공개한 차에는 카메라 12개와 라이다 1개,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가 장착됐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카메라 중심이다. 데이터 수집차의 라이다는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정답지' 역할을 한다. 카메라가 인식한 결과가 실제 주변 환경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하고 검증하기 위한 기준값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오닉5가 실제 도로에서 공부할 문제와 정답을 모아오는 차라면 아이오닉6는 그렇게 공부한 AI를 다시 현실에서 시험하는 차인 셈이다.
이날 워크샵에서 본 핵심은 차 자체가 아니었다. 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데이터'였다. 아이오닉5 데이터 수집차 40여대가 실제 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상황을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아트리아 AI를 학습시키고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학습을 거쳐 개선된 소프트웨어는 다시 아이오닉6 등 테스트카에 올라간다. 이후 비히클 워크샵에서 스모크 테스트를 거친 뒤 실도로로 나간다. 문제가 발견되면 또 데이터를 확보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SDV 시대의 개발 현장은 더 이상 컴퓨터 앞에만 있지 않았다. 도로와 연구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이 워크샵을 계속해서 왕복하고 있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