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엣지 케이스 집중 확보
-AI가 어려워하는 상황 선별해 반복 학습
-급제동·끼어들기·공사구간 등 실제 도로가 '교과서'
자율주행차가 1만㎞를 아무 문제 없이 달렸다고 해서 반드시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도로를 반복해서 달리는 것보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 한 대, 공사로 사라진 차선 하나를 경험하는 것이 인공지능(AI) 학습에는 더 중요할 수 있어서다.
11일 현대자동차그룹은 판교에 위치한 포티투닷 사옥에서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전략을 '양'에서 '질'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작정 많은 주행 데이터를 쌓기보다 AI가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이른바 '엣지 케이스'를 찾아 집중적으로 학습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약 40여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차를 주야간으로 운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은 물론 도로 공사구간과 악천후, 급격한 차로 변경, 이면도로 주정차 등 실제 도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수집한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것은 '엣지 케이스'다. 엣지 케이스는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이 판단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상황을 뜻한다. 갑자기 차선을 바꾸며 끼어드는 차나 갓길에 세워진 차, 복잡한 이면도로처럼 정형화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대표적이다.
상황을 골라내는 작업에도 AI를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 기술을 활용해 AI가 오인식하거나 판단에 어려움을 겪은 상황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이렇게 골라낸 데이터를 다시 AI에 집중적으로 학습시키고 실제 차에서 평가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투입한다. AI가 틀린 문제를 골라 오답노트를 만들고, 맞힐 때까지 반복해서 공부시키는 방식이다.
차가 스스로 '어려웠던 순간'을 기록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가 대표적이다. 운전자가 직접 기록을 요청하는 경우뿐 아니라 급가속이나 급제동, 불안정한 차간거리 등이 발생하면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저장한다. 운전자나 시스템이 자율주행 기능을 해제한 상황도 기록 대상이다.
자율주행이 해제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이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평범한 주행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대신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순간을 골라내는 것이다.
향후에는 이 과정도 더욱 자동화한다. 현대차그룹은 AI 모델이 어려워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확보하도록 SER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어떤 상황을 수집할지 지정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도로에서 다시 만들기 어렵거나 위험한 상황은 가상공간에서 반복한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3차원 환경으로 재구성하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얻은 영상을 토대로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고 위험하거나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복해 AI를 검증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은 것이 현대차그룹이 강조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실도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 AI를 다시 학습시킨 뒤 개선된 모델을 차에 적용한다. 이후 도로에서 또 다른 문제를 찾아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권정현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포티투닷 AD 디비전 리드는 "자율주행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과 검증, 성능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