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부드러운 전기트럭..피로 줄일 요소 곳곳
-변속 부담 없고 옵티뷰로 사각지대 최소화
-운송 효율 넘어 ‘운전 노동 변화’ 가능성 확인
트럭 운전석에 올라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렇게 다루기 쉬워도 되나.’
최근 독일 하노버 메쎄 인근에서 만트럭의 중대형 전기트럭 eTGM을 직접 몰아봤다. IAA 트랜스포테이션이 열리는 전시장 주변의 일반도로를 달리는 짧은 시승이었지만 전기트럭이 기존 내연기관 트럭과 무엇이 다른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출력이나 가속 성능이 아니었다. 운전자가 트럭을 다루는 데 들여야 하는 ‘수고’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었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선 정숙성이 체감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차체가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전기모터 특성상 동력 반응도 즉각적이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동력 전달 과정이 부드럽다.
eTGM은 최고출력 210㎾(285마력), 최대토크 800Nm(81.6㎏·m)를 내는 eCD210 전기 구동 시스템을 탑재한다. 감속과 제동 과정에서는 회생제동을 활용해 에너지를 회수한다. 잦은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는 도심 배송을 고려한 구성이다.
숫자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과정이 운전자에게 거의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상용차에서 운전자가 신경 써야 했던 엔진 회전수나 적절한 변속 시점 등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운전자는 사실상 가속과 감속, 조향에 집중하면 된다.
여기에 서스펜션 시트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한 차례 더 걸러냈다. 트럭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일종의 ‘작업장’이다. 짧은 시승에서는 작은 차이처럼 느껴지지만 하루 8시간, 10시간씩 운전한다고 가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사라지고 동력 전달이 부드러워진 데다 시트까지 충격을 흡수한다면 운전자가 받는 피로도 역시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시야 확보도 쉬웠다. 특히 카메라 기반 미러 시스템인 옵티뷰가 유용했다. 거대한 차체를 운전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 가운데 하나가 사각지대인데, 주변 상황을 화면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대형 트럭임에도 차체 크기에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다.
eTGM을 타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단순한 ‘친환경’이나 ‘운송 효율’ 이상의 변화였다. 지금까지 대형 상용차는 경험이 중요한 영역이었다. 거대한 차체를 다뤄야 하고 장시간 운전에 따른 육체적인 부담도 크다. 전기트럭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기술로 덜어낼 가능성이 있다. 조용하고 진동이 적으며 동력 전달은 매끄럽다. 운전 과정도 단순해지고 각종 카메라와 운전자 보조 기술은 차 주변을 파악하는 부담을 낮춰준다.
물론 현실적인 숙제는 남아 있다. 전기트럭은 초기 구매비용과 충전 인프라, 충전에 필요한 시간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장거리 운송에서는 운행거리와 충전 계획도 중요한 변수다.
eTGM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를 2개부터 4개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가용 용량은 320㎾h이며 차 구성에 따라 1회 충전으로 최대 480㎞를 달릴 수 있다. 필요 이상의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고 운송 목적에 따라 용량을 선택해 비용과 중량을 조절하려는 접근이다.
활용 범위도 넓다. 허용 총중량은 기본 16.01톤이며 선택 옵션을 적용하면 16.5톤까지 지원한다. 섀시 적재중량은 최대 약 10.6톤이다. 피견인차를 연결하면 연결차량 총중량은 최대 33톤까지 허용한다. 식품·슈퍼마켓 물류부터 공공 서비스, 건설, 폐기물 처리, 지역 배송 등을 염두에 둔 이유다.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전기 구동계가 갖는 구조적인 이점을 기대할 만하다. 엔진과 관련된 오일류와 각종 소모품 등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에서 관리해야 했던 요소가 줄어드는 만큼 장기간 운용하는 상용차에서는 정비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다.
하노버에서 eTGM을 몰고 돌아와 운전석에서 내릴 때까지 머릿속에 남은 것은 ‘전기라서 친환경적이다’라는 당연한 결론이 아니었다. 전기트럭은 트럭 운전을 조금 덜 힘든 일로 만들 수 있다. 물류 효율이나 탄소배출량 못지않게 중요한 변화다.
특히 상용차 운전자 부족이 갈수록 중요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조작이 쉽고 피로 부담이 적은 트럭은 새로운 운전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문턱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
eTGM에서 확인한 전동화의 가치는 그래서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거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전기트럭은 운송수단을 바꾸는 동시에 ‘트럭을 모는 일’ 그 자체를 바꾸고 있었다.
하노버(독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