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트럭부터 차세대 D30 제품까지 한 눈에
-신차 인도 및 식사까지..트럭을 '경험' 하는 공간
-디젤 탄생의 역사와 함께한 만트럭, 기술 계보 한 눈에
100년 이상의 세월을 사이에 둔 트럭들이 한 건물 안에 나란히 서 있다. 나무로 만든 운전석을 얹은 초기 트럭부터 둥근 보닛을 가진 1950년대 디젤 트럭, 1990년데 레이싱 트럭까지.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만 트럭 포럼을 찾았다. 본사 맞은편에 자리한 이곳은 만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인 동시에 새 트럭을 직접 인도받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출고장이고, 행사장과 레스토랑까지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다. 만트럭도 이곳을 브랜드 전시 공간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만트럭이 왜 과거의 제품들을 비중있게 보여주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회사의 역사가 곧 디젤 엔진 발전사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만의 전신인 아우크스부르크 기계공장은 루돌프 디젤과 함께 압축착화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1893년 시험을 시작해 1897년 실제 작동하는 디젤 엔진을 완성했고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만트럭은 디젤 엔진의 시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트럭과 디젤의 결합에서도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만은 1924년 세계 최초로 디젤 직접분사 방식을 적용한 자동차용 엔진을 선보였다. 오늘날 디젤 상용차의 기본 원리를 100여년 전에 제시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포럼에 전시된 클래식 트럭들은 유난히 특별해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차 가운데 하나는 1954년형 만 758 L1이다. 파란색 차체와 붉은 펜더, 길게 돌출된 보닛을 가진 전형적인 1950년대 트럭이다. 758 L1은 V8 디젤 엔진을 얹은 대형 트럭으로 당시 만 중대형 트럭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차종이다.
그 옆의 크림색 박스 트럭은 1957년형 만 F8이다. F8은 전후 독일의 도로를 대표했던 만의 간판 대형 트럭 가운데 하나다. 1957년형 F8은 132㎾(180마력)의 디젤 엔진을 탑재했고 거대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둥근 펜더, 길게 뻗은 보닛은 당시 장거리 화물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1960년대 만 트럭을 기반으로 제작한 붉은 소방차가 자리했다. 화물을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방·건설·공공 서비스 등으로 상용차의 역할이 확장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긴급 자동차는 각종 장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섀시는 기본, 신속한 기동성과 신뢰성까지 확보되어야 하는 만큼 만트럭이 오랜 기간 신뢰를 받아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시물이었다.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돌리면 트럭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시장 한쪽엔 좀처럼 트럭에는 어울리지 않는 낮은 차체의 비주얼을 갖춘 차가 있다. 차체 상단에는 '만트럭 레이스 팀' 이라는 글자까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만 TR 1400 레이스 트럭이다. 화물을 나르기 위한 차가 아니라 트럭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진 경주차다. 자료에 따르면 TR 1400은 1998년 제작된 레이스 트럭으로 1만1.997ℓ 6기통 D28 디젤 엔진에서 무려 1,500마력을 냈다. 최고속도는 안전 규정에 따라 시속 160㎞로 제한됐다.
UXT 422 캡오버 트럭 역시 만의 과거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물이다. 당시 만은 대형 트럭과 모터스포츠를 통해 고출력 디젤 기술을 시험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넓혀갔다. 클래식 소방차와 화물차 사이에 레이스 트럭까지 함께 세워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용차의 발전이 단순히 '더 많은 짐을 나르는 과정'만은 아니었다는 것.
이 긴 디젤의 계보 끝에는 최신 TGX D30 파워라이언이 자리한다. 갈색 차체에 커다랗게 'D30'이라고 적힌 최신 TGX는 만이 내놓은 최신 디젤 기술의 집약체다. D30은 13ℓ급 엔진으로 380~560마력, 최대 2,100~2,800Nm(약 214.1~285.5㎏·m)를 발휘한다. 최고 열효율은 50%를 넘어섰고 팁매틱 14단 변속기와 결합한다.
그 다음은 인근의 뮌헨 공장에서 준비되고 있다. 만은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대형 전기트럭 양산을 시작했다. 디젤트럭과 전기트럭을 별도 공장이 아닌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혼류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생산에는 차 한 대당 약 8시간이 걸리며 현재 하루 최대 생산능력은 동력원과 관계없이 약 100대다.
트럭 포럼에서 인상적인 건 전시차만이 아니었다. 건물 뒤쪽으로 이동하면 이곳의 또 다른 기능이 드러난다. 바로 신차 인도 공간이다.
트럭을 구입한 차주는 뮌헨까지 직접 찾아와 자신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단순히 열쇠를 건네받고 떠나는 방식도 아니다. 만은 출고 전 차를 준비하고 관련 서류를 전달한 뒤 이론 교육과 실제 차를 이용한 개별 설명을 제공한다. 출고 프로그램에 따라 뮌헨 공장 생산라인도 둘러볼 수 있고 식사와 라운지 이용도 포함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위해 독일 북부에서 수백㎞를 달려오는 차주도 적지 않다.
승용차 출고와는 의미도 조금 다르다. 트럭은 운전자에게 이동수단인 동시에 생계를 책임지는 작업장이다. 길게는 수년간 하루 대부분을 운전석에서 보내는 만큼 새 트럭을 처음 만나는 순간의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만도 트럭 포럼에서 차량 인도가 여러 차례 이뤄지며 새 트럭과의 첫 만남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건물 2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라운지가 마련돼 있고 1층에는 커피바도 운영한다. 공장 견학과 클래식 트럭 관람, 신차 상담과 차량 인도, 식사까지 한 건물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트럭 포럼을 단순한 박물관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전시장을 다시 돌아보니 입구와 출구의 풍경이 묘하게 겹쳤다. 한쪽에는 1950년대의 만 758 L1과 F8이 서 있고 다른 한쪽에는 D30을 탑재한 최신 TGX가 자리한다. 그 사이에는 소방차와 장거리 화물차, 레이싱 트럭이 있다.
1897년 루돌프 디젤과 함께 작동 가능한 디젤 엔진을 완성하고 1924년 세계 최초의 직접분사 자동차용 디젤 엔진을 선보인 회사. 그리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 같은 뮌헨에서 디젤트럭과 전기트럭을 한 생산라인에서 만들고 있는 회사.
트럭 포럼은 그 긴 시간을 설명문 대신 트럭 그 자체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과거를 박물관 안에 가둬두기보다 현재 판매하는 차 옆에 세워두고, 바로 뒤에서는 새 차의 열쇠를 차주에게 건넨다. 이곳에서 역사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뮌헨(독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