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변함없는 경쟁력, 기아 EV6 GT-라인

입력 2026년09월28일 08시5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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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감 좋고 일상 속 누구나 쉽게 다루는 차

 -기아 전동화 라인업 중 남다른 매력 갖춰

 

 전기차 시장의 변화 속도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빠르다.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충전 속도를 비롯한 숫자는 해마다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출시된 지 시간이 흐른 전기차는 금세 과거의 제품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기아 EV6는 조금 다르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EV6는 여전히 신선했고 상품 경쟁력 역시 충분했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진 지금 EV6가 가진 장점은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강점은 절묘한 크기다. 현재 기아 전기차 라인업을 펼쳐 놓고 보면 EV6의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EV3는 전장 4,300㎜, 전폭 1,850㎜, 휠베이스 2,680㎜ 수준이고 EV5는 전장 4,610㎜, 전폭 1,875㎜, 휠베이스 2,750㎜다. 반면 EV6 GT-라인은 전장 4,695㎜, 전폭 1,890㎜, 전고 1,550㎜, 휠베이스 2,900㎜다.

 

 숫자만 놓고 보면 EV6의 전장은 EV5보다 오히려 길다. 하지만 실제 체감은 사뭇 다르다. SUV 비율을 강조한 EV5와 달리 EV6는 차체를 낮고 길게 뽑아 해치백과 크로스오버 사이의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덕분에 운전석에서 느끼는 크기에 대한 부담이 적고 차를 다루기도 편하다. 그러면서 무려 2,900㎜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를 확보했다. EV5보다 150㎜나 긴 수치다. 겉으로는 날렵하고 부담스럽지 않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기대 이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특징은 패밀리카로 EV6를 바라봤을 때 상당한 경쟁력이 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덕분에 바닥은 평평하고 2열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뒤쪽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 때문에 겉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머리 공간도 준수하다. 여기에 넓은 트렁크까지 갖춰 유모차나 여행용 짐을 싣는 일도 어렵지 않다. EV3보다 확실히 여유롭고 정통 SUV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EV5와 또 다른 방향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패밀리카에 필요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큰 차를 모는 부담은 최소화한 절묘한 패키징이다.

 

 디자인도 EV6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앞모습의 변화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날카롭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어우러지면서 최신 기아 전기차의 패밀리룩을 자연스럽게 녹였다. 기존 EV6가 가지고 있던 독특한 비율과 개성은 그대로인데 표정만 최신 기아의 디자인 언어로 바꿔놓은 모습이다.

 











 

 GT-라인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용 프론트 LED 센터 포지셔닝 램프와 전용 앞뒤 범퍼, 차체색 휠아치 몰딩 등을 더해 기본형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장비 몇 가지를 추가한 상위 트림이라기보다 EV6가 본래 가지고 있던 스포티한 성격을 한층 선명하게 표현한다.

 

 뒤태는 여전히 압권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EV6 디자인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부분인 만큼 굳이 크게 손댈 이유도 없었다. 좌우를 길게 연결하는 램프와 풍부한 볼륨의 펜더가 차를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들고 바깥쪽으로 크게 뻗은 루프 스포일러까지 더해져 상당히 역동적인 인상을 만든다. 측면에서도 앞에서 뒤로 갈수록 선이 치켜 올라가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자세를 연출한다. 한눈에 봐도 잘 달릴 것처럼 생겼다.

 

 작은 디테일에서 오는 만족감도 상당하다. 방향지시등은 불빛이 옆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순차점등 방식이며 차에 다가가면 주간주행등을 활용한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없어도 차를 타는 데 지장은 없는 기능이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 하나가 자동차의 첫인상을 꽤 고급스럽게 바꾼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대표적인 것이 충전구 위치다. 차체 오른쪽 뒤편에 자리해 후면주차를 선호하고 주차면 뒤쪽에 충전기가 설치된 경우가 많은 국내 충전 환경에서 사용하기 편하다. 좁은 주차칸에서 충전 케이블을 길게 끌어당기거나 차를 다시 움직이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충전 도어 역시 전동식으로 열리고 닫혀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소소한 고급감을 느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EV6의 또 다른 장점이 드러난다. 공간을 단순히 넓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까지 고민한 흔적이 많다. 센터터널의 제약이 적고 센터콘솔 아래에는 가방이나 부피가 큰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큼지막한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스마트폰이나 음료처럼 자주 사용하는 물건과 큰 짐을 자연스럽게 나눠 보관할 수 있다. 전기차의 공간적 장점을 단순히 '넓다'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쓰임새로 연결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꾸민 운전석도 여전히 세련됐다. GT-라인에는 전용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앰비언트 라이트, 메탈 페달 및 풋레스트 등이 더해져 외관에서 시작한 스포티한 분위기를 실내까지 이어간다. 1열 릴렉션 컴포트시트와 2열 열선시트 등 패밀리카로 활용할 때 반가운 장비도 충실하다. 오래 머물러야 하는 자동차의 실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EV6는 제법 잘 알고 있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 차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호불호 없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전기차다. 숫자만 보면 결코 만만한 차가 아니다. 앞뒤 두 개의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듀얼모터 4WD 시스템은 최고출력 239㎾(325마력), 최대토크 605Nm(61.7㎏·m)를 발휘한다. 웬만한 고성능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더욱이 전기모터 특성상 강한 토크를 즉각적으로 꺼내 쓸 수 있어 마음먹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상당한 속도로 차체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EV6는 자신이 빠른 차라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가속페달 초반 반응은 부드럽고 발끝 움직임에 맞춰 필요한 만큼 힘을 차분하게 꺼낸다.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초기 토크를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운전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속도를 붙인다.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에는 충분히 빠르지만 평소에는 굳이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감속 역시 같은 흐름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차가 갑작스럽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느낌이 적고 회생제동은 단계별 차이가 명확하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을 이용하면 원하는 수준으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으며 강도를 높이고 낮추는 과정 역시 자연스럽다. 적극적인 원페달 주행부터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감각까지 운전자 취향에 맞춰 폭넓게 대응한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EV6는 일부 마니아만을 위한 전기차가 아니다. 매일 출퇴근하고 아이를 태우고 장을 보고 주말에는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대중적인 자동차다. 더욱이 325마력을 내는 듀얼모터 전기차라면 자칫 가속과 감속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어 동승자를 피곤하게 할 수도 있다. EV6는 반대다.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담백하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승차감 역시 이러한 성격을 따른다. GT-라인이라는 이름과 20인치 휠을 생각하면 꽤 단단할 것 같지만 실제 느낌은 부드러운 쪽에 가깝다. 자잘한 요철을 지나면서 충격을 날카롭게 실내로 올려보내기보다 한 번 둥글게 걸러낸다. 큰 충격을 만났을 때에도 차체가 필요 이상으로 튀거나 출렁이지 않는다. 낮은 전고와 긴 휠베이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한 낮은 무게중심이 맞물려 고속에서는 안정적으로 도로를 붙잡는다.

 

 그렇다고 운전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무게중심이 낮아 방향을 바꿀 때 차체 움직임이 제법 깔끔하고 4WD 시스템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강한 힘을 안정적으로 노면에 전달한다. 다만 EV6 GT-라인은 운전자를 계속 자극하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빠르게 달릴 능력을 충분히 갖추면서 평소에는 이를 숨기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극단적인 성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EV6 GT가 별도로 존재하는 만큼 GT-라인은 패밀리카와 스포티한 감각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다.

 

 배터리와 효율 역시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 시승차에는 84.0㎾h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간다. GT-라인 롱레인지 4WD 20인치 기준 복합전비는 4.5㎞/㎾h이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25㎞다. 듀얼모터 4WD 시스템과 20인치 휠을 장착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족함 없는 숫자다. 실제 주행에서도 효율을 끌어내기 어렵지 않고 넉넉한 배터리 용량 덕분에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이 차에는 적당하다는 표현이 많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여기서 적당하다는 말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 갖췄다는 의미에 가깝다. 크기는 절묘하고 공간은 넉넉하다. 디자인은 여전히 세련됐으며 GT-라인은 적당한 스포티함까지 더한다. 325마력의 듀얼모터 시스템은 필요할 때 충분히 빠르고 평상시에는 힘을 드러내지 않은 채 부드럽게 움직인다. 승차감도 편안하고 84.0㎾h 배터리와 400㎞를 훌쩍 넘기는 주행까지 갖췄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EV6의 가장 큰 무기다.

 

 신차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몇 년이 지나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EV6는 그 드문 경우에 속한다. 처음부터 기본을 잘 잡아 놓은 자동차는 쉽게 늙지 않는다. EV6를 다시 타보고 내린 결론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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