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차가 한 자리에"...’포르쉐 바이브 서울’, 심장이 뛴다

입력 2026년10월03일 22시44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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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인 레이스카부터 최신 전동화까지

 -꿈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축제의 향연

 -변함없는 포르쉐만의 브랜드 가치 일깨워

 

 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자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입구에서부터 기대에 찬 표정의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부터 연인, 친구, 오랜 포르쉐 마니아까지 연령과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단 하나, 포르쉐를 향한 호기심과 설렘이었다.

 



 

 퍼블릭 데이 첫날을 맞은 '포르쉐 바이브 서울'의 풍경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최대 규모의 포르쉐 팬 페스티벌답게 시작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올 포르쉐, 원 바이브'라는 주제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메인 스테이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역대 911이 마치 원탁회의를 하듯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초대 911부터 최신 992까지 8세대를 한 자리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차들은 분명 달랐다. 시간이 흐르며 차체는 커졌고 램프와 범퍼, 디테일도 시대에 맞춰 변했다. 그럼에도 낮게 웅크린 자세와 동그란 헤드램프, 뒤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옛것을 그대로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과 감각을 받아들이면서도 본질은 놓치지 않는 것. 60년이 넘도록 911이 포르쉐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됐다.

 

 고개를 돌리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GT3와 GT4 등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하드코어 포르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한쪽에는 독일 포르쉐 뮤지엄 등에서 건너온 전설적인 레이스카와 슈퍼카들이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각각의 차에는 포르쉐가 지난 수십 년간 속도와 싸우며 쌓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자동차를 넘어 역사적인 물건을 바라볼 때의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과거에서 시선을 돌리면 이번에는 포르쉐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스테이지 중심에는 최신 전동화 기술을 담은 카이엔 일렉트릭이 자리했다. 고성능 전기 SUV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관심은 어느 차보다 뜨거웠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열에 직접 앉아보고 트렁크를 열어 공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주행거리와 전비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설적인 레이스카를 향한 동경과 당장 내 차로 구입할 수 있는 신차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한 공간에서 교차했다.

 









 

 그 모습은 포르쉐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전설을 만든 회사가 이제는 전동화 시대에서도 퍼포먼스와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새로운 답을 내놓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시선을 빼앗는 포르쉐가 서 있었다. 911 터보 S 존더분쉬다. 고객의 상상을 현실의 자동차로 구현하는 포르쉐 개인화 프로그램의 정점이다. 정해진 색상이나 소재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수준을 넘어 취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포르쉐를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현장에서 만난 차는 화이트와 블루의 조합부터 강렬했다. 밝은 차체와 깊은 푸른색이 만나 만들어내는 대비는 눈부셨고 빛의 각도에 따라 표정마저 달라졌다. 가까이에서 바라볼수록 디테일은 더욱 영롱했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볼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래식 포르쉐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공간에 들어서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건너간 기분이었다. 세월의 흔적보다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각 시대를 대표했던 자동차들이지만 관리 상태는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 당장 시동을 걸고 서울 도심으로 뛰쳐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도로 위를 달린다면 주변의 최신 스포츠카보다 더 많은 시선을 독차지할 것 같았다. 오래됐지만 낡지 않은 것 클래식 포르쉐가 가진 힘이었다.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다.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으로 완성한 포르쉐 클럽 회원들의 차들이 행사장을 풍성하게 채웠고 오너들은 차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했다. 일반 관람객이 차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다. 직접 소유하고 타봐야 알 수 있는 경험과 에피소드도 거리낌 없이 공유했다.

 





 

 그리고 이날 현장의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은 순간이 찾아왔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전설적인 레이스카 917이 잠에서 깨어났다. 917은 1970년 포르쉐에 르망 24시 첫 종합우승을 안긴 상징적인 레이스카다. 사진이나 박물관 전시로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차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살아 있는 엔진 사운드를 코앞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시동과 함께 터져 나온 소리는 엔진음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하기 부족했다. 거대한 기계가 숨을 들이마셨다가 한꺼번에 토해내는 듯했고 회전수가 올라갈 때마다 천둥이 치듯 묵직한 소리가 문화비축기지를 뒤흔들었다. 가슴팍으로 진동이 전해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스마트폰을 높이 들었고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차를 바라봤다. 917과 사진을 남기려는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건너온 레이스카가 2026년 서울에서 다시 수많은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문화비축기지 위쪽 공간에서는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포르쉐 최초의 순수 레이스카로 레이싱 DNA의 출발점이 된 550 스파이더를 비롯해 911 GT3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대를 모터스포츠의 세계로 이끄는 911 챌린지가 관람객을 맞았다.

 

 이곳을 둘러보고 있으면 포르쉐에게 모터스포츠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레이스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양산차에 녹이고 다시 양산차의 발전이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다. 그래서 포르쉐를 설명할 때 레이싱 DNA라는 표현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피가 흐르듯 브랜드 곳곳에 모터스포츠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건 자동차만이 아니었다. 미쉐린과 모빌1, 태그호이어, 키움DRX 등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해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그 중에서도 미쉐린 부스는 유독 긴 줄이 이어졌다. 미쉐린과 포르쉐의 인연은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터스포츠와 고성능차 분야에서 시작한 협력은 오랜 시간 이어졌고 포르쉐 전용으로 공동 개발·승인한 'N 마킹' 타이어는 두 회사의 관계를 상징하는 결과물이다.

 

 아무리 강력한 엔진과 정교한 섀시를 갖춰도 자동차가 노면과 만나는 곳은 결국 네 개의 타이어뿐이다. 특히 높은 출력과 예민한 핸들링을 가진 포르쉐에게 타이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날 미쉐린은 관람객의 운전 성향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타이어를 소개했다. 제품을 늘어놓는 전시가 아니라 포르쉐의 성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접점으로서 타이어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행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축제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공간으로 변해갔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키즈&패밀리 존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DJ 퍼포먼스와 시간대별 토크 세션, 각종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포르쉐 라이프스타일 컬렉션과 한정 굿즈를 구입하려는 줄 역시 길게 늘어섰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포르쉐라는 브랜드를 각자의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라이브 콘서트에서는 자동차와 음악, 사람이 하나로 섞였다. 첫날에는 존박과 거미가 무대에 올라 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입구 근처에 섰을 때 비로소 '올 포르쉐, 원 바이브'라는 문장이 제대로 와닿았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에는 오래된 356과 최첨단 카이엔 일렉트릭이 함께 있었고, 전설적인 917과 최신 레이스카가 공존했다. 수십 년 된 클래식 포르쉐 옆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더분쉬가 서 있었다. 자동차를 평생 사랑해온 마니아와 이제 막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도 같은 공간을 누볐다. 시대도, 취향도, 자동차를 즐기는 방법도 전부 달랐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포르쉐라는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많다. 빠른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도 많고 비싼 스포츠카를 만드는 브랜드 역시 적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를 넘어 오랜 역사와 모터스포츠, 디자인, 기술,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사람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할 수 있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사람들이 포르쉐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917의 굉음에 환호하고, 911 앞에서 한참을 머물며, 카이엔 일렉트릭의 뒷좌석에 가족을 앉혀보고, 클래식 포르쉐를 보며 언젠가 갖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포르쉐가 오랜 시간 꿈의 브랜드로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꿈은 반드시 소유해야만 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라보고 동경하고 이야기하며 언젠가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과정 자체가 사람을 설레게 한다.

 

 78년의 역사를 한 공간에 펼쳐놓은 포르쉐 바이브 서울은 자동차를 전시하는 행사를 넘어 그 꿈을 함께 나누는 축제에 가까웠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자신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잊지 않는 브랜드 그리고 그 이야기에 기꺼이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해가 기울어가는 문화비축기지를 뒤로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순간에도 917의 우렁찬 포효가 귓가에 남아 있는 듯했다. 역시 포르쉐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꿈의 자동차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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