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으로 부족, 과학에서 혁신 찾는다"
-현대차가 GBC에 과학관 만드는 이유
현대자동차그룹이 과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가운데 한발 더 나아가 기술의 근간이 되는 과학적 사고에서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그룹은 6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체험형 과학 전시 'Have Fun with Science(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를 열고 과학과 기술을 바라보는 그룹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이번 전시는 2032년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들어설 체험형 과학관을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다. 자동차 회사가 대규모 과학관을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현대차그룹은 과학과 기술이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지만 두 영역이 만났을 때 한 단계 높은 혁신이 가능하다는 데 주목했다.
지성원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부사장은 "과학이 주는 질문은 '왜(Why)'이고 기술은 '어떻게(How) 구현할 것인가'에 가깝다"며 "서로 다른 솔루션을 주지만 두 영역이 연계됐을 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걸어온 길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기계공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력전자 기술이 중요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 자율주행은 AI와 센서, 통신 기술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며 로보틱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 요구되는 과학과 기술의 범위는 더욱 커진다.
그만큼 어떻게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이 차가 '왜 필요한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과학을 단순한 교육 영역이 아닌 기업 혁신과 연결해 바라보는 이유다.
세계적인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손을 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익스플로라토리움은 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1969년 설립했다. '과학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원리를 발견하는 '핸즈온' 방식을 개척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익스플로라토리움과 교류를 이어왔고 지난 4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워크숍에 참여하고 국내에서는 실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전시물을 시험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 역시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이다. 움직이는 보드 위에서 균형의 원리를 경험하거나 도미노 블록의 연쇄 작용을 통해 에너지 법칙을 확인하는 등 복잡한 과학 원리를 직관적인 경험으로 바꿨다. 설명을 먼저 읽고 이해하는 대신 직접 행동하고 그 과정에서 질문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GBC에 들어설 체험형 과학관으로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약 300개의 전시물을 마련할 계획이며 물리학과 역학, 기계학을 예술과 접목한 공간부터 화학과 실험,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예정이다.
현재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선보이고 있는 12개 전시물도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GBC 과학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국내 방문객의 반응을 살펴보고 한국의 문화와 교육 방식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과학관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혁신의 범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지 부사장은 "우리는 항상 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활동 역시 이러한 비전의 일부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