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100여대, 용인에 집결..참가 경쟁률 5대 1 달해
-GTI 짐카나·서킷 체험 인기..몇 시간 만에 접수 마감돼
-골프 R 국내 출시 발표 소식에 일제히 환호성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주차장이 폭스바겐 골프로 가득 찼다. 나란히 세워진 차들은 멀리서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이가 드러난다. 차체 색상부터 휠, 각종 장식까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같은 골프라도 오너의 취향과 손길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차를 구경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자신의 골프 옆에서 다른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차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거나 연인과 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분위기는 여느 자동차 행사보다 한결 느긋했다.
17일 열린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2026'의 풍경이다. 골프 트레펜은 골프 오너와 팬들이 모여 서로의 차를 구경하고 경험을 나누는 축제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대의 골프가 참가했다. 참가 경쟁률은 5대 1. 참가자들은 골프를 몰고 이곳에 오기 위해 적지 않은 경쟁을 거쳐야 했다.
행사장을 걷다 보면 같은 차종을 두고도 이야깃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골프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차이를 살펴보거나, 다른 참가자의 차에 적용된 장식을 눈여겨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골프는 매일 출퇴근하는 차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아끼고 꾸며온 취미의 대상이다. 이날만큼은 서로 다른 이유로 골프를 선택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
차주들의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골프만 여러 대를 타고 있었고, 누군가는 오래된 연식에도 신차급 주행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병적인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어렸을 적 읽던 자동차 잡지를 통해 골프를 사겠다는 꿈을 이뤄낸 '성덕(성공한 덕후)'도 있었다.
서킷 쪽에서는 또 다른 즐길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골프 GTI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GTI 핫 랩'과 'GTI 택시'였다. 짐카나 주행을 통해 GTI의 핸들링을 경험하고,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GTI 택시에 동승해 트랙을 달리고 온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두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당했다. 선착순 접수를 받은 두 프로그램은 행사 시작 1~2 시간만에 모든 신청이 마감됐다. 골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지난해부터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차를 세워놓고 구경하는 행사에서 직접 운전하고 즐기는 행사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골프의 성능을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게 하는 편이 브랜드의 성격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날 가장 큰 반응이 터져 나온 순간은 신형 골프 R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독일 본사에서 방한한 마커스 부트로스 폭스바겐 세일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한국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골프 R은 최고출력 333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해치백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6초가 걸린다. 4모션 사륜구동 시스템과 R 퍼포먼스 토크 벡터링까지 갖추는 등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골프를 지향한다. 그동안 골프 R의 국내 도입을 기다려온 팬들이 "계약서 주세요", "빨리 출시해주세요", "폭스바겐코리아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모습도 관찰됐다.
골프 GTI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차도 등장했다. 한국 시장을 위해 마련한 '골프 GTI 다크 모스 리미티드 에디션'이 그 주인공. 짙은 녹색 차체와 검은색 장식이 특징으로, 오는 11월 100대 한정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날 무대에는 지난 2월 취임한 마이클 안트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올랐다. 취임 이후 첫 공식 대외 행사였다. 안트 사장은 "지난 50년 동안 GTI는 일상에서의 실용성과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지켜왔다"며 "골프의 역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골프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행사에서 신차만큼이나 기존 오너들의 차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다. 최신 고성능 제품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면 행사장 곳곳에 늘어선 골프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세대가 달라도, 색상이 달라도 골프라는 공통점 하나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행사장에 모인 100여대의 골프는 모두 같은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를 선택한 이유도, 함께한 시간도, 쌓아온 추억도 달랐다. 골프 트레펜은 바로 그 차이를 즐기는 자리였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골프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거창한 전시물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날 서킷에 모인 골프와 그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그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