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증 611㎞ 뛰어넘는 놀라운 효율
-평균 전비 7.3㎞/kWh 기록, 환산 주행거리 약 870㎞
-노이어 클라쎄의 진가 확인, 전기차 효율의 새 기준
전기차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강력한 가속 성능과 첨단 디지털 기술, 편안한 승차감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주행거리다.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실제 도로에서도 제조사가 밝힌 수치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전기차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BMW가 내놓은 차세대 순수전기 SAV 'iX3'는 시작부터 남다른 숫자를 제시했다.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 유럽 WLTP 기준 805㎞에 이르는 1회 충전 주행거리다. 그런데 과연 실제 도로에서도 이 같은 수치가 가능할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작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였다. 서울 스테이트타워남산까지 약 389㎞를 이동하는 전비 챌린지에 참가한 것. 중간 기착지인 부여백제휴게소를 거쳐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장거리 여정이다. 그리고 이번 챌린지는 일반적인 시승과는 접근부터 달랐다. 주행 성능이나 역동적인 코너링보다 오직 효율에 집중했다.
그만큼 출발과 동시에 주행 모드를 이피션트로 설정했고 에어컨 사용도 최대한 자제했다. 다행히 선선한 가을 날씨가 도와줬다. 굳이 공조장치를 적극적으로 가동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도로 흐름을 살피며 가속 페달을 섬세하게 조절했고 고속도로에서는 가능한 범위에서 타력주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도심에서는 맥스 레인지를 활성화해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했고 주변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출발 당시 계기판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98%, 주행가능거리는 677㎞였다. 이미 국내 인증 수치보다 긴 거리가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예상 주행거리는 이전 주행 패턴과 전력 소비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직접 달려봐야 알 수 있었다.
해남을 벗어나 국도와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iX3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가속하고 불필요한 감속을 줄이니 전비 수치가 꾸준히 올라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속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였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조절해도 차는 부드럽게 속도를 이어갔고 타력주행을 활용할 수 있는 구간에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거리를 늘려나갔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안정적인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첫 번째 놀라움은 부여백제휴게소에서 찾아왔다. 출발 후 213㎞를 달린 시점이었다. 계기판을 확인하자 평균 전비는 6.9㎞/kWh를 가리켰다. BMW가 밝힌 복합 전비 4.8~4.9㎞/kWh를 크게 웃도는 숫자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배터리 잔량이었다. 출발 당시 98%였던 배터리는 69%로 줄어드는 데 그쳤고 예상 주행가능거리는 여전히 538㎞를 표시하고 있었다.
단순히 배터리 사용 비율로 환산하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213㎞를 달리는 동안 배터리 29%를 사용했으니 같은 효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완충 상태에서 약 734㎞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계기판에 표시된 남은 주행가능거리 538㎞를 실제 주행거리와 합산하면 총 751㎞에 이른다. 어느 방식으로 접근하든 국내 인증 주행거리 611㎞를 여유롭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첫 번째 기착지에 도착했을 뿐인데 이미 챌린지의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었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그다음부터였다. 부여를 출발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혼잡해졌다. 내비게이션의 예상 도착시간은 당초 안내보다 40분 이상 늦어질 정도였다. 이른바 러시아워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라면 반복적인 가감속과 정체가 연료 소비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낮은 속도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고 감속 과정에서 회생제동을 통해 일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정체 구간이 전기차에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행에서는 도심의 느린 흐름이 오히려 효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시내에 진입한 뒤에는 맥스 레인지 모드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주행 성능과 일부 편의 기능을 효율 중심으로 조정하는 기능이다. 빠른 가속이나 즉각적인 출력 반응보다는 한정된 배터리로 더 멀리 이동하는 데 집중했다. 차의 움직임은 한층 차분해졌고 운전 역시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졌다. 그렇게 서울 도심을 통과하는 동안 평균 전비는 오히려 상승했다. 배터리 잔량이 줄어드는 속도도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마침내 서울 스테이트타워남산에 도착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계기판을 확인하는 순간 잠시 숫자를 다시 살펴봐야 했다. 총 주행거리 385㎞, 평균 전비 7.3㎞/kWh, 배터리 잔량 49%, 예상 주행가능거리 495㎞. 출발할 때 98%였던 배터리를 정확히 절반인 49%만 사용하고 385㎞를 달린 것이다.
여기서 단순 계산을 적용하면 완충 상태에서 약 770㎞를 달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실제 주행거리 385㎞에 계기판이 표시한 남은 주행가능거리 495㎞를 더하면 총 880㎞에 이른다. 출발 당시 배터리 잔량이 98%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완충 기준 환산 주행거리는 약 870~900㎞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측정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 611㎞를 크게 웃도는 효율을 실제 장거리 주행에서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효율의 배경에는 BMW가 새롭게 개발한 6세대 eDrive 기술이 있다. iX3는 BMW의 미래 전략인 노이어 클라쎄를 처음으로 구현한 양산형 제품이다.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셀과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20% 높였고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도 각각 30% 향상시켰다. 여기에 배터리 셀을 하우징에 직접 배치하는 셀 투 팩 구조와 배터리 팩을 차체 구조의 일부로 활용하는 팩 투 오픈 바디 기술까지 적용했다.
공기역학적 완성도도 빼놓을 수 없다. iX3의 공기저항계수는 0.24에 불과하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와 넉넉한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는 공기저항이 전력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다듬은 차체 설계가 효율 증가에 기여한다.
BMW의 새로운 통합 주행 제어 시스템인 '하트 오브 조이'도 주목할 부분이다. 가속과 조향, 제동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주행 역동성뿐 아니라 효율적인 회생제동 구현에도 관여한다. BMW는 이를 통해 전기차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운전 즐거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활용 능력까지 높였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비 챌린지에서 경험한 부드러운 가감속과 효율적인 에너지 운용은 이 같은 기술적 변화가 실제 도로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iX3가 효율에만 집중한 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에 먼저 선보이는 iX3 50 xDrive는 최고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65.8㎏·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9초다. 강력한 성능을 갖춘 사륜구동 프리미엄 SUV가 이처럼 높은 전비까지 구현했다는 사실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동안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에 가까웠다.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충전소를 찾게 되고 예상보다 주행가능거리가 빠르게 감소하면 불안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iX3는 달랐다. 해남에서 서울까지 국토를 길게 가로지르는 여정을 마치고도 배터리가 49%나 남아 있었다. 계기판에는 앞으로 495㎞를 더 달릴 수 있다는 숫자가 표시됐다. 충전소를 찾기는커녕 남은 배터리로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충전 걱정보다 다음 목적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 순간이었다.
385㎞를 달리고도 배터리 절반이 남았다. 평균 전비는 7.3㎞/kWh였다. 이 두 가지 숫자만으로도 이번 챌린지의 결과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BMW iX3는 멀리 가는 전기차를 넘어 운전자가 주행거리와 충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이동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결과물이 앞으로 등장할 BMW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