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라인으로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 강조
-여유로운 출력과 탁월한 고속 안정성 인상적
같은 E클래스지만 성격은 사뭇 다르다. 앞서 시승한 E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가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품격과 풍부한 편의품목을 앞세웠다면 이번에 만난 E300 4매틱 AMG 라인은 조금 더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E450 시승 이후 두 차의 차이를 직접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다시 한번 E클래스 운전대를 잡았다. 사실상 라인업의 허리를 책임지는 E300은 과연 어떤 가치를 보여줄까.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시승에 나섰다.
첫인상부터 확실히 다르다. AMG 라인 특유의 디자인 요소가 차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전면부는 스포티한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강조한 범퍼가 시선을 끈다. 익스클루시브의 클래식한 그릴과 크롬 장식이 우아함을 강조했다면 AMG 라인은 한층 낮고 넓어 보이는 인상을 연출한다. 보닛 위에 자리한 삼각별 대신 그릴 중앙에 커다란 엠블럼을 배치한 것도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측면 역시 마찬가지다. AMG 스타일의 블랙 휠과 날렵한 차체 비율이 조화를 이루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후면부는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과 디퓨저 형태의 장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곳곳에 적용한 유광 블랙 소재가 젊고 세련된 분위기를 더한다. 전체적으로 화려함을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적절한 포인트를 통해 차의 성격을 구분한 모습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성능 AMG의 공격적인 디자인과는 결이 다르다. E300 AMG 라인은 어디까지나 E클래스가 지닌 기본적인 성격과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AMG 특유의 감각을 가미한 차다. 지나치게 과격하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점잖지도 않다. 고급 세단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실내는 외관만큼 극적인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구성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앞서 시승한 E450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시보드를 넓게 감싸는 MBUX 슈퍼스크린이 대표적이다. 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동승자석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패널처럼 이어지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운전자 앞 디지털 계기반까지 더해지면서 첨단 기술을 강조한 벤츠의 최신 실내 디자인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티맵 오토를 활용한 길 안내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실제 운전에서 활용도가 높다. 각종 기능을 화면에 모아놓으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내 소재와 마감에서도 프리미엄 세단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손끝에 닿는 가죽의 질감과 세밀한 스티칭, 유광 블랙 장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화려한 디지털 화면과 감성적인 앰비언트 라이트가 자칫 복잡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소재와 색상의 조화를 통해 균형을 잡았다. 벤츠가 오랜 시간 쌓아온 고급차 제작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2열로 자리를 옮기면 아쉬움이 커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족한 편의품목이다. 뒷좌석 열선 기능과 중앙 송풍구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경쟁 차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뒷좌석 독립식 공조장치가 없고 B필러에 별도의 송풍구도 마련하지 않았다. 측면과 후면 유리창의 햇빛가리개 역시 찾아볼 수 없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라는 차급과 가격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구성이다.
특히 E클래스가 단순히 운전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때로는 뒷좌석에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차다. 이런 관점에서 경쟁 제품 대비 부족한 2열 편의품목은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나마 위안은 시트다. 가죽의 질감이 좋고 퀼팅 패턴도 고급스럽다. 등받이와 방석의 형태를 세심하게 다듬어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한다. 시트 자체를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덕분에 실내 공간이 한결 넓고 깔끔해 보이며 실제 착좌감도 만족스럽다. 화려한 기능보다는 기본적인 시트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모습이다.
파노라믹 선루프도 살펴볼 만하다. 경쟁 제품처럼 지붕 전체를 하나의 유리로 연결한 형태는 아니다. 중간에 차체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어 시각적인 개방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틸팅과 슬라이딩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고정식 글라스 루프가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면 E300은 실제로 지붕을 열어 실내 공기를 환기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보기보다는 사용 목적에 따라 장단점이 나뉘는 부분이다.
반대로 트렁크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적재 공간이 깊고 양옆으로 불필요하게 돌출된 부분이 적다. 휠하우스나 각종 구조물이 공간을 크게 침범하지 않아 실제 활용도가 높다. 부피가 큰 짐을 넣거나 여러 개의 여행용 가방을 적재할 때도 유리한 구조다. 제원표에 표시된 적재 용량을 넘어 공간 자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다. E300 4매틱 AMG 라인은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중심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한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와 4매틱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린다. E450의 직렬 6기통 엔진과 비교하면 배기량과 실린더 수에서 차이가 있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성능을 확보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역시 벤츠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차를 밀어붙이기보다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인다. 엔진과 변속기의 호흡이 매끄럽고 가속 과정에서 불필요한 충격이나 거친 반응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에 도달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유롭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 추월 가속에서도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한번 탄력을 받으면 속도를 높이는 능력이 상당하다. 중속 영역을 지나 고속으로 향하는 과정이 시원스럽고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면 속도계 바늘이 거침없이 움직인다. 숫자로 드러나는 출력 이상의 만족감을 전달하는 이유다.
진가는 고속 주행에서 드러난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가 도로에 더욱 밀착되는 듯한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고 차체의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끝으로 전달되는 안정감도 뛰어나다. 실제 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낮게 느껴질 정도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벤츠의 고속 주행 노하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단순히 엔진의 힘으로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높은 속도를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300은 이 부분에서 E클래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준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운전자라면 특히 만족할 만한 대목이다.
조금 욕심을 부려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AMG 라인이라는 이름과 스포티한 외관이 만들어낸 기대감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굽이진 도로에서는 E클래스 본연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너를 빠르고 날카롭게 파고들며 짜릿한 감각을 전달하는 차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기본적인 코너링 실력은 훌륭하다.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정직하게 움직이고 차체의 반응도 예측하기 쉽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다만 그 이상의 적극적인 스포츠성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도 마찬가지다.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한층 민첩해지지만 차의 기본적인 성격까지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단점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애초에 E300 AMG 라인을 구입해 굽이진 산길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E클래스는 운전자를 자극하기보다는 운전자가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돕는 데 더 많은 가치를 둔다. 역동적인 주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별도로 마련된 메르세데스-AMG 고성능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오히려 이런 성격이 E300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의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뒷좌석 승객을 편안하게 모시는 쇼퍼드리븐의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차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차체 움직임, 정숙한 실내 환경은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만족감을 전달한다. 그래서 앞서 지적한 2열 편의품목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차가 지닌 기본적인 이동 품질은 훌륭한데 이를 뒷받침할 편의장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E300의 가치가 한층 명확해졌다. E450이 풍부한 출력과 고급 편의품목을 통해 E클래스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제품이라면 E300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보다 현실적인 영역에서 구현한 차다. 고급 세단에 기대하는 안락함과 정숙성, 뛰어난 고속 안정성은 충실히 갖췄고 AMG 라인 디자인으로 젊고 세련된 분위기까지 챙겼다.
물론 스포티한 외관만큼 날카로운 주행 감각을 기대하는 소비자에게도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E300의 본질은 애초에 그런 곳에 있지 않다. 매일 타도 부담스럽지 않고 장거리를 달려도 피로가 적으며 필요할 때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는 고급 세단이다.
E300 AMG 라인은 E클래스가 왜 오랜 시간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사랑받아 왔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겉모습은 AMG의 감각을 빌렸지만 달리는 방식과 지향점은 철저하게 벤츠답다. 그리고 그 익숙하면서도 높은 완성도가 바로 E300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