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 카레딧 대표 인터뷰
-"자동차 부품 수명·고장 예측 솔루션 공급 목표"
-"정비 분야 정보 불균형 해소 효과 기대"
폭우가 주춤하기 무섭게 불볕더위가 쏟아진 어느 날,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에서 이정아 카레딧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해 홀로서기 1년차에 나선 그는 창업허브 내에 입주한 사무실을 소개하며 "직원 둘을 더 채용했더니 사무실이 조금 정신없어졌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불과 1년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실제로도 카레딧은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자동차별 정비 이력 데이터를 토대로 부품의 잔여 수명과 수리비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차의 상태를 진단하고 예상 수리비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와 중고차 플랫폼은 물론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차까지 내로라 하는 대기업을 마다하고 뛰쳐나와 '사장'이 된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내 벤처를 꾸리기 전 현대차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품질보증팀에서 4년 가량 근무했다. 어떤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를 보고 필요하면 무상점검을 시행하는 일을 하는 부서다. 차에 발생한 문제들을 데이터 확인하고 조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좋아하면서도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덕후'는 아니기 때문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차에서 문제가 생기는 내용을 구두로 들어도 잘 이해하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설명을 들어서 이해할 사람이 얼마 없지 않은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장이나 정비 시점을 예측한다는게 흥미로운데, 자세히 듣고 싶다.
"실제 자동차의 정비 요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건 보증기간이 끝난 이후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완성차 업체들보단 사설 정비소들이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고장이나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짜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레딧의 솔루션은 중고차 경매 앱처럼 차 번호를 입력하면 이력을 보여주고 동일 차종들에서 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어떻게 정비를 수행하는게 타당한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차를 직접 보지 않고도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는 어떻게 산출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비소, 검시소 등과 연계해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예측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 수록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자동차 진단 분야에서도 혁신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계상으로 많이 잡히지 않는 차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나.
"신차가 400~500만대 가량 팔려도 평가되는 차는 10대 남짓이다. 통계학적으로 모수 추정 방법이라고 한다. 정비 현장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포함해 10년치 분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량은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판매량이 적은 고가차의 경우 데이터 산출이 어려울 것 같은데.
"절대적인 데이터의 볼륨은 적을 수 있으나, 해당 차에 적용된 부품, 플랫폼의 유사성으로 카레딧만의 데이터 증강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외 다른 업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중고차 판매 플랫폼은 물론 보험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중고차 판매 시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성능보증보험이 대표적이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해 차의 특징들을 파악하고 예상 수리비를 예측하기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정비 분야에서도 고객들에게 보다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협업할 수 있겠다."
-데이터의 정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사례를 하나 듣고 싶다.
"차종이 아닌 개별 차 한대 한대에 맞춘 데이터 제공도 가능하다. 같은 날 생산한 그랜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운행했는지에 따라 차의 상태는 다르지 않나. 이 부분을 사례에 따라 진단할 수 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언급하는 특정 차종들의 고질병에 대한 정보 보다 명확하게 데이터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모성 부품에 대한 예측도 가능한건가
"가능하다. 차종을 베이스로 학습 데이터를 선별하고, 카레딧의 교체 판정 알고리즘을 통해 필요한 소모성 정비요소를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데이터를 계속 추가했을 때 특정 방향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결과값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여러 모빌리티 데이터들이 표준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부품을 어셈블리 단위로 교환했는지 일부만 교환했는지를 구별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 값을 보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지 1년이 됐는데, 현대차에서는 어떤 지원을 해주나
"회사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초기 투자자다. 회사 입장에서 주주로서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고 현대차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할 때에도 유용한 부분이 있다(웃음)."
-당장은 B2B 서비스에 주력하는 것 같은데, B2C로서는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객들이 정비소를 가기 전에 차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게 신차건 중고차건 차를 타면서 정비소는 언젠가 반드시 가야한다. 어떤 정비를 받아야 할지에 대한 정보가 방대할텐데, 고민을 하기 전 이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홈페이지에서 조회하는걸 넘어 정비소나 검사소가 이를 진단 리포트 형태로 발급해준다면 고객에게도 좀 더 와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