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수입차, 무조건 프리미엄이라고 봐야할까

입력 2024년07월30일 08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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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프리미엄' 공식은 철 지난 이야기 
 -'바깥 명성' 의지보단 자체 경쟁력 보여줘야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물 건너 온 자동차라면 무조건 고급차라고 인식했던 시절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객관적으로도 당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고급차를 만들어낼 만큼의 실력은 부족했다. 고유 차종과 독자 개발 엔진이 점차 태동하던 시기였지만 정작 고급차 만큼은 외국의 기술을 빌렸다. '해외 기술=선진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보니 특정 회사의 파워트레인을 썼다는 점이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지금에야 접근 장벽이 낮은 브랜드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쉐보레를 탔고 최규하 전 대통령은 푸조를 탔으며 유명 연예인들은 포드와 토요타를 즐겨탔다. 당시 수입차가 어떤 위상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이렇다보니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부자들 중의 부자만 탈 수 있었던 자동차였다.

 

 그 때의 인식이 강해서일까. 수입차를 여전히 프리미엄이라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소위 '카푸어' 라고 하는 경제 형편과 관계없이 무리하게 특정 브랜드의 수입차들을 구입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수입차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에서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다. 
 

 수입차 업계가 이 같은 심리를 모를리가 없다. '수입차=고급차' 라는 인식을 반영해 합리적인 성격의 대중 브랜드를도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준하는 비싼 가격표를 내세운다. 판매량이 저조해지면 급하게 프로모션을 내걸어 물량을 소화해낸다. 수입차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결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이들이 내거는 가치는 대부분 비슷하다. 국산차보다 부족한 기능의 차를 비싼 가격에 내걸고 자신들의 브랜드가 해외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만을 설명한다. '박리다매' 해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생각 보다는 '똘똘한 한 대'를 꿈꾸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계산한다. 

 



 

 결국 이들이 내걸 수 있는건 딱히 없다. 감나무 밑에서 홍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다. 배타고 물건너온 자신들의 자동차가 고급차로 인식되기만을 바랄 뿐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간극이 모호해진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에 대해서는 노력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나 기아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하고 있지도 않고 자신들을 프리미엄이라고 칭하지도 않는다. 경쟁 제품보다 더 비싼 전략을 취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지위는 우리나라에서 '수입차' 역할을 하는 브랜드들의 앞마당에서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본 결과다. 

 

 수입차 업체들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국산차 대비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성과 그에 부합한 가격을 보여주고 국산차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시장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파워트레인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냉철하다. 그만큼 한 번 떠나간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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