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결점의 자율주행 기대는 쉽지 않아
-기술 발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유연성 키울 필요 있어
새로운 모빌리티가 등장했을 때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는 데에 우려했던 수 많은 걱정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5세기 잉글랜드 요크셔의 예언가 쉽튼 수녀(Mother Shipton)는 "말 없는 마차가 달릴 것이고 (Carrages With Horses Shall Go), 재앙이 세상을 슬픔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라고 비관했고 19세기 영국인 엔지니어 알프레드 로버트 세넷 (Alfred Richard Sennett)은 “과연 마부가 말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차를 안전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에 대적하는 똑같은 제목의 예언서를 썼다.
그의 책이 나온 지 1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어느 누구도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를 두고 너무 빠르다 위험하다 패닉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었던 자동차 사용을 엄격하되 유연한 법과 규칙을 통해 인류의 삶 속에 잘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자동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고 이를 위해 현대 문명이 발견한 해결책이 자율 주행 패러다임이다. 자율 주행 패러다임은 자동차에 말이나 인간보다 인지, 계산이 더 빠르고 조작 오류가 적은 가상의 운전자를 태우자는 생각이다. 자동차 기계 기술은 충분히 무르익었으니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자는 후세의 이 노력을 21세기의 세넷은 두 팔 벌려 반겼을 것이다.
자율 주행 기술이 가져다 줄 혜택과 필요성에 대한 인류의 컨센서스는 이미 충분하다. 현재 수준의 자율주행(레벨 2)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도로 교통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아직 컴퓨터 인공지능이 나를 대신해 운전하는 것을 위태롭게 생각한다. 당연하다. 어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무결점일 순 없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오작동 확률이 수천 분의 일이라 해도 교통사고의 피해 정도도 고전 자동차 사고의 수천 분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동차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그 사고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책임의 주체는 차 소유주이건 서비스 사업자이건 차량 제작사이건 결국 인간이다.
인간 행복 증진을 목표로 한 자율 주행 보편화에 가장 필요한 태도는 생산과 유통, 소비 전 영역에서 인간이 만든 기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완전 무결성을 자율 주행기술 보편화의 대전제로 못 박으면 자율 주행 기술은 우리 삶 속에 영원히 자리잡지 못할 수도 있다.
자율 주행의 보편화는 사라졌던 말의 지능을 마차에 되돌리는 수준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습과 판단에 있어 인간의 뇌를 능가는 인공 혹은 생체 지능은 아직까지 이 세상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모든 면에서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율 주행 기술은 완전무결해질 수 없다. 매일 단순 기능만 쓰는 휴대전화도 가끔 오류를 일으킨다. 하물며 복잡계 세상을 학습하며 판단하고 시시각각 불확실성을 처리해야 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무결점을 기대하는 것은 순도 높은 욕심이다.
휴대전화의 에러가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자율 주행의 에러는 실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율 주행의 오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명령할 순 있지만 잘못의 책임을 물을 순 없다. 그렇다고 완전한 무인 자율 주행 상태를 뜻하는 레벨 5 시대가 오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우리는 자율 주행의 부작용 만을 고민하며 누군가 완전체를 내놓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뢰성이 충분히 검증된 자율 주행 기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사용하되 항상 의심하자. 의심하는 태도는 새로운 기술을 성장시키고 안정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조건부' 자율 주행을 '완벽한' 자율 주행으로 의심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고는 늘고, 그 결과 완전 무인 자율 주행을 향한 인류의 노력이 움츠리고 주춤할지 모른다. 자율 주행 기술을 향한 우리의 기대, 우선은 말의 지능 정도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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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