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PHEV, 넌 대체 누구 편이냐

입력 2024년07월31일 10시4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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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V인가 BEV인가, 명확한 규정 필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은 해석자에 따라 얼마든지 분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네 편, 내 편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내 편'이 되기도 하고 불리하면 '남의 편'이 된다. 자동차에선 PHEV가 대표적이다. HEV 개념을 '엔진과 전기의 조합'에서 찾으면 PHEV는 당연히 HEV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플러그를 통해 외부 전기를 단 1Wh라도 받으면 BEV 쪽으로 기운다. BEV의 개념이 플러그를 통해 공급받은 외부 전기로 바퀴를 회전시키는 개념인 탓이다.

 

 그렇다보니 제조사마다, 그리고 통계를 내는 곳마다 이현령비현령이 난무한다. HEV와 PHEV를 묶어 '친환경차' 판매를 집계하는 곳도 있고 PHEV를 떼어내 BEV와 함께 EV로 분류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판매를 언급할 때는 PHEV와 BEV를 합산하지만 HEV에 주력하는 곳은 EV의 저조한 판매를 감추기 위해 뭉뚱그려 '친환경차'로 묶기도 한다.



 

 입맛에 따라 PHEV를 여기저기 갖다 붙이니 자동차업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이제 '환경친화적 자동차'에서 HEV를 배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HEV는 보조 역할인 전기 동력 생산 때 기름을 쓰는 내연기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의미에서 PHEV도 내연기관의 연장선으로 분류하자는 얘기도 있다. 비록 플러그를 통해 외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전력이 소진되면 내연기관의 연장선인 HEV와 다를 바 없어서다. 오히려 BEV 범주에 PHEV를 넣는 것 자체가 혼선이라는 강변이다. 이 경우 오로지 외부 충전으로만 운행되는 BEV와 확연히 구분되기도 한다. 필요 에너지는 오로지 전기로만 100% 채워져야 BEV로 삼자는 것이다.

 

 이런 분류법을 언급하는 것은 PHEV의 새로운 구동 방식 때문이다. PHEV 중에서도 최근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외부 전원을 통한 배터리 충전이 기본이고 탑재된 내연기관은 기름을 태워 오로지 전기만 생산한다. 필요에 따라 BEV와 HEV를 오가는 PHEV보다 BEV에 훨씬 가까운 개념이다. 따라서 EV는 BEV와 PHEV EREV에 한정하고, HEV와 PHEV는 내연기관(ICE)에 포함시켜 지원 혜택을 구분하는 게 보다 친환경 정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PHEV EREV는 일반적인 PHEV보다 효율이 높다. 차의 덩치가 커도 탑재된 내연기관이 발전 역할에 머무는 만큼 배기량도 크지 않다. 동시에 EREV는 주 동력이 외부 전원을 통한 배터리 전기이고 보조 동력이 내부의 발전 전력이다. 한 마디로 바퀴를 회전시키는 모든 동력이 전기라는 의미다. 그래서 같은 PHEV라도 EREV의 성격은 전혀 다른 셈이다.



 

 제조사들의 PHEV EREV 개발 흐름도 명확하다. 대표적으로 중국 내 리오토, 샤오미, 지리(Geely) 등이 이미 도입했고 현대차그룹도 PHEV EREV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초창기 볼트 전기차를 내놓을 때 PHEV EREV 방식을 이미 적용한 바 있다. 영국 런던에서 택시로 활용되는 TX의 경우 PHEV EREV 방식이 기본이다. 운송 영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운행에 끊임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력이 소진됐다고 중간에 멈출 수 없고,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추가로 충전할 수도 없다. 이때 내연 발전기가 기름을 태워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한다. 이후 승객이 내리면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고, 충전도 하기 전에 승객이 또 다시 탑승하면 내부 발전으로 다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다 승객이 없을 때라면 언제든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에 충전하면 된다. 



 

 따라서 국내 '친환경차' 분류법은 이제 새롭게 바뀔 때가 됐다. 초창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제정된 법률 내에서 친환경차 구분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내에서 PHEV EREV의 확대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PHEV EREV를 BEV 범주에 넣어야 보조금이 지급되고, 국내 소비자도 충전 우려를 덜어낸 채 EV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EREV를 한국이 선점하자는 뜻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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