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화재, 전화위복 삼아야

입력 2024년08월08일 11시0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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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물, 사용 과정, 안전 대책 동시에 이뤄져야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이동하는 모든 수단을 만들 때도 세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1원칙은 안전성이고 2원칙은 에너지 사용의 최소화다. 그리고 3원칙은 1원칙과 2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편의성의 극대화다. 



 

 물론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안전이다. 그리고 안전은 사고를 예방하는 능동 안전과 사고 순간 인체 상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동 안전 기능으로 구분된다. 차로이탈경고, 전방추돌경고 등이 능동 안전이라면 고장력 강판, 안전띠, 에어백 등은 수동 안전 품목이다. 그런데 1원칙은 이동 수단이 실제 이동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이동하지 않으면 위험 가능성 또한 ‘제로(0)’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엔진 작동이 멈추거나 전원이 차단된 주차 상태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다. 물론 주차 중 화재는 내연기관 또는 배터리 전기차 모두에서 발생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동 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해자가 없고 피해자만 남아 당혹스럽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기차의 위험성이 엇갈린다. 내연기관 화재는 상대적으로 진화가 쉬운 반면 배터리 전기차는 가연물이 배터리팩 내부에 있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는 탓이다. 

 

 기본적으로 불(연소)의 3요소는 연료(가연물), 열(점화원), 산소다. 이를 배터리 전기차 화재에 적용하면 셀 내부의 단락 등으로 급격한 온도 상승(열)이 일어나고 손상된 셀이 산소를 발생시키며 스스로 가연물이 된다. 한번 불이 붙으면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 한 셀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진화가 어렵다. 그래서 외부 산소와 반응을 차단하는 질식포를 씌우거나 수조에 담가 배터리 내부 열을 식히는 방법이 동원된다. 반면 내연기관은 일반 화재 진압처럼 물을 뿌리면 손쉽게 진압된다.

 

 이런 특성에 따라 전기차 충전 구역 및 전용 주차장은 가급적 실내가 아닌 외부에 두는 게 그나마 연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거주지의 대부분은 지하 주차장을 갖춘 공동 주택이다. 인구 대비 좁은 국토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한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등도 같은 고민이다.  



 

 우려되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다. 지하 주차장 출입을 두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시에 화재를 우려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심리가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재 발생율은 전기차가 내연기관 대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지나친 걱정으로 확산이 주춤하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멀어지게 된다.  

 

 우려와 걱정을 동시에 불식시키는 방법은 충전 및 주차 공간의 개별화다. 일종의 방벽 설치로 주변까지 번지는 화재를 사전에 차단하고 불연성 소재로 덕트를 설치해 유독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면 된다. 

 

 당연히 공간 설치 때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적어도 지하에 충전 및 주차 공간을 설치하려면 일종의 방화벽 설치를 늘려야 한다. 물론 그 사이 화재 없는 배터리를 등장시켜 이미 사용 중인 배터리와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차 보급을 아예 하지 않겠다면 모르겠지만 탄소 배출 과다에서 벗어나려면 지금의 보급 속도도 느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안전성이 우려되니 두 가지를 동시에 대책으로 삼자는 제안이다. 막을 수 없다면 확산 방지 및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함께 진행하자는 뜻이다. 전기차 보급률이 아직은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시도할 만한 대책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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