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율 제한으로 전기차 화재 막는다고? 업계 “실효성 의문”

입력 2024년08월13일 08시45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전기차 충전율 80~90%로 제한 목소리 
 -“충분한 안전근거 없고 확인 쉽지 않아”
 -주행거리 축소, 전기차 포비아 커질 것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해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책 중 하나로 충전율 제한이 언급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 9일 서울시가 밝힌 전기차 충전율을 90% 제한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도록 권고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 이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전기차 제조사들에 인증서 발급 요청을 들었다.

 

 소프트웨어 설정을 통해 충전 안전마진을 10%가 되도록 업데이트하고 인증서를 발급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고로 안전마진은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100% 충전이 표시 되도 실질적으로는 90%만 충전되게 한다는 내용이다.

 

 충전율 제한은 최근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적지 않은 연관을 띈다. 사고 차는 100% 충전을 마친 상황에서도 충전기가 꽂혀 있었고 과충전 방지 기능이 도입되지 않은 충전기가 원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또 일부 전기차 매뉴얼을 보면 오랫동안 높은 충전상태를 유지하면 배터리가 손상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권고 충전율을 표시하고 있어 서울시는 이 같은 조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와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충전율 제한은 또 다른 분열과 전기차 포비아(공포감)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산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과충전일 것이라는 건 당시 소방 당국의 설명을 바탕으로 한 추측일 뿐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제조사들이 밝히고 있는 권고 충전율은 대부분 장기간 세워둘 경우를 가정하고 있으며 일부 전기차는 오히려 완충을 권하는 매뉴얼도 담고 있다. 테슬라는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에 차의 전원에 연결한 상태’로 유지하라고 강조했고 GM도 ‘충전 코드를 계속 꽂아두는 것’을 최적의 차 보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배터리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정된 충전기 등을 전재로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충전이 화재에 취약하다면 제조사가 안전을 무시하면서까지 권고하겠냐는 반응이다. 또 소방청이 지난 3년간 발생한 139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를 보면 운행 중 화재가 68건(48.9%)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주차 중(38건),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 등의 순이었다. 충전 중 화재 비율이 낮은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이 외에도 과충전을 막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3~5%가량의 안전마진을 설정하고 있으며 추후 BMS(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를 통해 과충전 우려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더욱 큰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실질적으로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입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만큼 민감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데 맨 처음 차를 구입했을 때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운용하게 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겨울철에는 실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강제로 충전율까지 제한한다면 가뜩이나 내연기관 차보다 주행거리가 안 나오는데 더욱 이점이 떨어질 것”이라며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차 보급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전율 제한을 하는 이유 및 화재와의 상관관계를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들고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 공개, 인증제 도입 등 같이 언급되고 있는 대책의 경우 명확한 사실 확인이 가능하지만 과충전에 따른 화재, 충전율 제한은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충전율 제한은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은 물론 기존의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 모두 큰 단점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설정을 통해 충전율을 제한하고 인증서를 발급해 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의 후속 대책을 보면 전기차 오너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과충전을 막는 충전기 규격, 도입 등과 같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선에도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