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모빌리티의 시대, 주차장은 왜 멈춰있나

입력 2024년08월13일 09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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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지하주차 금지, 현실적으로 어려워
 -노후화 기계식 주차장, 무용지물 사례 많아져
 -무인화만 받아들이는 주차 산업도 혁신 필요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국 곳곳의 아파트단지가 고민에 빠졌다.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와 충전기를 들어내야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련의 사건들이 자칫 전기차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상 주차장이 있고 모든 주민들의 숙의를 거쳐 이뤄지는 일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 공간을 놀이터나 공원 등 주민 공동이용시설로 대체하고 주차 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배치하는 추세다. 

 

 현행법상 신축 아파트와 공동주택 등의 경우 이제는 전체 면 수의 5% 이상의 충전 구역을 확보해야한다. 신축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고 있고 대부분은 이 같은 구조를 갖고 있으니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상황. 그렇다고 전기차 소유자들의 입주를 막거나 단지 밖에 주차를 하게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충전 시설을 빼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가정용 전력보다 더 높은 전압을 쓰는 전기차 충전기는 가전제품 이전설치하듯 쉽게 뜯어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전을 예방하기 위한 접지공사부터 고전압 배선을 따와야 하는 공사까지 챙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여기까지는 아파트라는 건축 특성을 반영한 문제점들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당국의 발표가 나올 때 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주차장의 '빈 틈'이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초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다른 보조 소화 설비도 부족했다. 

 

 실제로도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공고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시설 안전에 대해서는 전기 설비 규정 일부만 언급되어 있을 뿐 소방 시설 등 안전과 관련한 내용은 전무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이 전기차 화재대응 매뉴얼을 발간하긴 했지만 지하 3층 이하에는 충전소 설치 또는 전기차 주차를 지양하라는 식의 권고만 있다.

 

 물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관련법을 개정해 소방시설을 확충하고 충전소 주차면 바닥에 스프링쿨러를 심어 배터리 조기 진화를 유도하는 등 아이디어는 충분히 많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주차장만이 아니라는 점. 도심 곳곳에 좁은 공간만으로 여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이다. 

 


 

 기계식 주차장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보다 더욱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지하 혹은 지상으로 높게 쌓아올린 구조를 갖고 있고 최근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최신 기계식 주차타워는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90% 이상의 전기차를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다 할 소화 장비를 갖추고 있지도 않았고 화재가 날 경우 제어 장비들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물 지하에 매설하거나 건물 옆에 타워 형태로 쌓아올리는 구조상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킬 수 있지만 이와 관련된 대책을 들어본 적은 없다.

 

 최근 거대 IT기업들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주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로봇이 주차구역까지 차를 들어올려 옮겨주고 번호판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 주차 요금을 자동 결제하는 등 대부분은 '무인화'에 초점을 맞춘 발전만 해나가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에도 어느 때 보다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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