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지프 어벤저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렸다

입력 2024년09월02일 09시0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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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강하고 다부진 느낌 담아
 -차체 대비 부족함 없는 공간감 인상적
 -거침없는 주행 성능과 반전의 핸들링 매력

 

 우리말로 '복수자'를 뜻하는 어벤저(Avenger)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가 처음 등장하는 영화 이름이 '퍼스트 어벤저'였고 이 세계관 속 히어로들이 한 데 뭉쳐 빌런에 맞서는 영화가 잘 알려진 어벤저스(Avengers)다. 그리고 미군은 2차세계대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기에 어벤저 라는 별칭을 달았다. 어디에 붙은 이름이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름임은 틀림없다. 지프 어벤저도 이름만큼 강할까. 이름값을 하는지, 그리고 지프의 일원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산속으로 향했다. 

 


 

 ▲디자인&상품성
 어벤저의 외형은 제법 견고해 보이는 인상이다. 전장 4,085㎜, 전폭 1,775㎜, 전고 1,530㎜, 휠베이스는 2,560㎜에 불과한 작은 차체 곳곳에 지프 고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요소를 채워넣으니 단단하고 야무져보이는 인상이다.

 

 각진 외형을 바탕으로 지프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전면부에 자리잡은 세븐 슬롯 그릴은 뻥 뚫려있는 대신 전기차라는걸 보여주듯 매끈한 소재로 막혀있다. 테일램프에는 제리캔(스페어 연료탱크)을 형상화한 X자 패턴을 추가해 위트도 살렸다. 

 



 

 곳곳에 자리잡아있는 이스터에그도 볼거리를 더한다. 전면 센서 부근에는 어벤저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토리노의 스텔란티스 유럽 디자인센터를 가리키는 나침반 이스터에그를 새겨넣었다. 휠에는 랭글러의 전면부를 넣었고 전면 윈드쉴드와 리어 윈도우 등 곳곳에도 숨은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컬러 선택지를 높인 것도 특징. 에메랄드빛 신규 색상 레이크를 비롯해 스톤(베이지), 스노우(화이트), 루비(레드), 볼케이노(블랙), 썬(옐로우), 그라나이트(회색) 등이다. 유럽에서는 옵션으로 제공하는 블랙 컬러 루프를 상위 트림에 기본으로 제공했고 오픈 글라스 선루프로 개방감도 높였다. 

 

 실내도 아이디어가 넘친다. 작은 차체에 널찍한 수납공간을 넣는 대신 손이 닿는 곳곳을 뚫어 34ℓ 가량의 스토리지를 확보했다. 기내 캐리어와 엋루 비슷한 용량이고 캐빈에 보관하는 물건들이 대부분 작다는걸 감안하면 제법 아이디어 넘치는 구성이다. 

 



 

 수납 공간을 살피는 것도 이스터에그 못지 않게 흥미롭다. 송풍구 하단에 패인 공간을 비롯해 버튼식 기어를 적용하면서 기어레버가 위치했을 자리를 수납 공간으로 썼다. 암레스트 앞쪽과 도어 패널 하단 등 전통적인 공간 자체도 차급을 감안하면 꽤 넉넉한 편. 321ℓ에 달하는 트렁크 게이트는 전동식으로 열고 닫힌다. 

 

 중앙에 마련한 10.2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스텔란티스의 유커넥트5 서비스를 적용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무선 프로젝션을 지원하고 다양한 서드 파티 앱과 공조장치 조정, 에너지 흐름 등 다양한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2열은 체급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레그룸이라 할 만한 공간이 없다시피 하지만 의외로 헤드룸이 만족스럽다. 손가락 네 개 정도를 쌓아올린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있음에도 차체가 전반적으로 낮아 무릎이 서는 것도 아니다. 레그룸만 좁을 뿐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조수석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등받이는 이른바 '돌돌이' 라고 불리는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 한다. 방향지시등 소리도 조금은 아쉬운 대목. 마치 비트박스를 하듯 쿵짝대는 소리를 내는데, 사람에 따라 거슬린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성능
 어벤저의 배터리팩은 54㎾h 리튬이온(NCM) 제품이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115㎾(약 156마력), 최대토크는 27.5㎏∙m를 발휘하며 100㎾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20부터 80%까지는 24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292㎞다. 섀시를 공유하는 푸조 e-2008과 비교하면 출력과 배터리 에너지밀도, 주행거리 측면에서 소폭 높다. 

 


 

 제법 든든한 장비들까지 갖추고 있다.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을 선택하면 에코·노멀·스포츠 모드 외에 샌드·머드·스노우 등 노면 상태에 따른 맞춤 기능도 마련했다. 험로를 달리는 SUV들에선 필수 옵션인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도 기본 탑재하고 있다. 

 

 비가 내려 흙길이 살짝 젖어있었지만 차가 푹 빠질 정도로 깊어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곳곳에 깔려있는 자갈 때문에 미끄러울 것 같아 샌드 모드를 선택하고 주행을 시작했다. 전기차 답게 즉각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오프로드를 주파할 때에도 유용했다. 랭글러나 갈법한 더 험한 코스도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곳곳에 가상의 클리핑 포인트를 설정하고 단숨에 가속 페달을 밟아 나갔다. 오프로드에서 가장 중요한건 동력을 점진적으로 꾸준히 공급하는 것. 가속 페달을 뗐다 밟았다 하기보단 지긋이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B모드가 유용했다. 'D' 기어 버튼을 한번 더 누르면 진입할 수 있는 기능이다. 본래 회생제동을 더 강하게 걸어주는 기능이지만 가속 페달을 더 꾸준히 가져갈 수 있고 내리막에서는 자연스레 동력을 회수하니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전기차로 달리는 오프로드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소음이 없으니 돌 구르는 소리, 물 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만 들린다. 오프로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그에 맞지 않는 조용한 구동음은 이색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면 주변 동물들을 놀라게 할 일도 없겠다. 

 

 이 쯤 되면 차체 하부 배터리팩 손상 그리고 이로 인한 화재를 우려할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프는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전기차이기 이전에 지프인 만큼 광범위한 오프로드 테스트를 거쳤고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설계 구조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동급에서 가장 넓은 진입각(20°)부터 브레이크 오버각(20°) 및 이탈각(32°)을 확보한 것도 배터리를 보호하는 데 일조한다. 지상고는 200㎜. 랭글러처럼 바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도 조금 불친절한 임도나 비포장로를 주파하는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겠다. 

 

 어벤저의 매력은 온로드에서도 드러난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운전 재미가 꽤 좋다.  SUV가 아니라 잘 짜여진 유럽산 해치백을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 와인딩로드에서는 콤팩트한 차체를 바탕으로 전기차 특유의 경쾌함을 보여주고 스티어링 휠 응답성은 즉각적이다. 지프에서 핸들링을 논할 수 있을 줄이야. 새삼 놀라웠다. 

 


 

 ▲총평
 오프로드에서 만나본 어벤저는 아웃도어를 위한 소형 SUV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었다. 캠핑이나 차박 같은 아웃도어를 즐기기 위해선 큰 차를 사야한다는 편견을 어느 정도는 지워낼 수 있겠다. 온로드에서 그간의 지프에서 볼 수 없었던 당찬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건 덤. 레니게이드가 그랬듯 아이코닉한 디자인 만으로도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전기차로 향하는 첫 발을 뗀 지프의 '퍼스트 어벤저'는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프 어벤저의 가격은 5,290~5,6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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