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오쿠야마 디자이너 인터뷰
-"마세라티 유산 재해석 경험이 협업에 도움 돼"
-"디자이너, 소비자의 시간과 돈으로 꿈 만드는 일"
마세라티코리아가 출범을 알린 이후 우리나라만을 위한 첫 프로젝트로 그레칼레 기반의 스페셜 에디션 '컬러즈 오브 서울'을 공개했다. 오직 한국을 위해 만든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지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차의 디자인을 켄 오쿠야마(이하 오쿠야마)가 맡았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보였다. 산업디자인계의 전설로 꼽히는 그가 말하는 마세라티 디자인 유산과 미래, 그리고 그만의 디자인 철학을 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 자리에는 기무라 다카유키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이하 기무라)도 함께 배석했다. 아래는 두 사람과 나눈 일문일답.
[켄 오쿠야마 디자이너]
-마세라티만의 디자인 헤리티지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오쿠야마)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중 하나다.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럭셔리함과 스포티함을 대표하는 브랜드였고 페라리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부유한 사람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랜 유산과 같은 차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알파로메오나 페라리보다 더 남성적이며 직선형의 모습을 토대로 강인한 느낌을 강조한다."
기무라) "마세라티의 디자인은 항상 세대에 맞는 아이코닉 카가 있었다. 항상 10~20년 간격으로 재단장을 거치는데 앞선 세대에는 알피에리 콘셉트가 등장한 이후 르반떼, 기블리, 신형 콰트로포르테의 시대가 열렸고 2020년대를 살펴보면 MC20을 시작으로 그레칼레, 그란투리스모 등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마세라티는 어떻게 알려나갈 계획인지.
기무라) "마세라티 브랜드에 비해 제품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신차를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에는 남은 기간 동안 최소 1개 이상의 이벤트를 열 계획인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알리는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다.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게 아닌, 작은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의 유산이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기무라 다카유키 마세라티코리아 총괄]
-일부 스페셜 에디션은 특별한 느낌을 주려 애쓰는 것 같은데 그레칼레는 어땠나
오쿠야마) "디자이너는 셰프와 같은 직업이다. 채소가 어디에서 왔는지, 육류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등 재료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기무라 다카유키 총괄과 어떤 디자인을 하길 원하는지, 마세라티가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 부터 시작했다. 마세라라티 콰트로포르테 5세대를 디자인 할 때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유산을 재해석하고자 했던 경험이 이번 협업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
기무라) "과거에도 오쿠야마 디자이너와 협업을 한 경험이 있지만 브랜드를 충분하고 종합적이며 깊게 이해하는 디자이너다."
-처음부터 오쿠야마 디자이너와 협업을 결심했나.
기무라) 한국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푸오리세리에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을 위한 에디션을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오쿠야마 오쿠야마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역사, 스타일 등 모든것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른 디자이너는 생각할 수 없었다."
[켄 오쿠야마가 디자인한 마세라티 그레칼레 컬러즈 오브 서울]
-자동차 디자인은 할 때 예술과 실용성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오쿠야마) "둘 다다. 예술은 나의 시간과 돈을 들여 이상을 실현시키는 일이지만 디자인은 고객의 시간과 돈으로 꿈을 현실화 시키는 일이다. 감탄사가 나와야 하고 사람들이 돈을 쓸 의향이 있을 만큼 잘 만들어내야 한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은 모두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라는건 예술과 산업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어떤 분야에서 영감을 얻나.
오쿠야마) "모든 영감은 손에서 시작한다. 무작정 영감을 받기 위해 무언갈 찾아 나서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스케치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생각해서 그리다보면 손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손이라는건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곱씹어보고 여기에서 창의성 발휘를 시작한다. 가령 스케치를 하다가 이상한 라인이 그려져도 이를 발전시키려고 하고, 마치 팀의 조직원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지속적인 스케치로 영감을 얻는다. 창의적인 사람이 창의적인게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은 창의적인 틀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다."
-평소 무엇을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오쿠야마) "보는 눈에 따라 아름다움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본의 시골에서 자랐고 이탈리아를 포함한 세계 여러곳에서도 지내봤지만 결국 자연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켄 오쿠야마가 디자인한 코드 61 버드케이지(위)와 신칸센 500계 전동차]
-코드 61 버드 케이지는 마세라티가 아님에도 마세라티를 연상시킨다. 어떻게 나오게 된 디자인인가.
오쿠야마) "1960년대에 나온 마세라티에서 영감을 얻었으니까 마세라티를 연상 시키는 건 당연하다(웃음). 피닌파리나에서 근무할 당시 버드케이지 75 콘셉트를 디자인한적 있는데 사실 그 차가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당시 아쉬웠던 부분들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대로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신칸센의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관련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오쿠야마) "디자이너는 셰프 같으면서도 의사 같은 직업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책을 찾기에 앞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이 감기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도 합병증은 아닐지,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 처럼 말이다. 신칸센이 대표적이었다. 일본은 훌륭한 철도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지만 당시 철도 디자인은 지루했다. 이 와 별개로 오사카에서 15개 정도의 철도역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는데, 열차 디자인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역사가 예쁘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는 걸 느꼈다. 에스컬레이터 등 인프라를 더 밝고 안전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고, 역 주면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게 예쁜 열차를 만드는 것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켄 오쿠야마 디자이너]
-조금 추상적인 질문이다.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오쿠야마) "아직 찾고 있는 중이다 (웃음). 우리는 과거에 만족하지 않고 살고 있다. 디자이너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뭔가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삶이란, 내일 아닐까."
-이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주자면
오쿠야마) "T 패턴을 기억하길 바란다. 뭔가 관심이 있다면 누구보다 더 깊이 파야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넓은 영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해 줬던 이야기인데,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이길 수 없지만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