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함과 역동적인 느낌 모두 갖춘 원톤 특징
-고출력 파워트레인, 우수한 주행 경험 놀라워
블랙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우직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중후하면서도 역동적인 면모를 갖춰 폭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한다. 이처럼 대표적인 무채색이지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적 요소는 무궁무진한 게 바로 블랙이다. 제네시스는 컬러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차를 골라 색을 칠했고 이렇게 GV80 쿠페 블랙이 탄생했다. GV80 블랙은 ‘제네시스 G90 블랙’에 이은 브랜드 두 번째 블랙 라인업이다. 제네시스만의 진정성 있는 블랙 콘셉트를 바탕으로 내외장의 섬세한 디테일까지 블랙으로 마감하고 전용 소재 및 기능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외관은 크고 작은 요소들이 모두 블랙 색상으로 구현해 차 고유의 라인과 형태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대표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가니쉬, 전면 엠블럼, DLO 몰딩, 루프랙, 리어 범퍼 몰딩을 검게 칠했다. 이와 함께 헤드램프 내부 사이드 베젤 등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빠짐없이 블랙 색상으로 마감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단연 휠이다. 거대한 22인치 휠에는 유광 블랙 색상으로 멋을 더했고 블랙 전용 플로팅 휠캡도 기본 적용해 특별한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테일게이트에는 다크 메탈릭 색상의 제네시스(GENESIS) 레터링 엠블럼만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며 GV80 쿠페 블랙만의 존재감을 완성했다.
차체 컬러도 평범한 블랙이 아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비크 블랙’인데 현무암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비크 지역에서 색상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펄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블랙 색상과 달리 블랙 다이아몬드 유리 안료(Glass flake)를 사용한 덕분에 깊이 있는 고급감을 보여준다. 동시에 맑게 반짝이는 효과를 자아내며 우아함을 키운다.
실내는 작은 요소들까지 일관되게 적용한 블랙 색상이 전용 내장재 및 각종 기능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한다. 먼저 노브 및 스위치류를 전부 검게 칠했고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 글라스 내부 장식, 가죽 내장재 스티치, 글로브박스 개폐 버튼까지도 모두 블랙으로 표현했다. 명암과 농도를 조절한 블랙을 적재 적소에 넣었고 유광과 무광 블랙을 적절히 사용한 부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GV80 쿠페 블랙 전용 리얼우드 가니쉬, 시트 가죽, 시트 퀼팅 및 파이핑, 카매트를 적용하고 승하차 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에 표현되는 웰컴·굿바이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구현해 블랙만의 특별함을 더했다. 이처럼 언뜻 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색 일관성을 가져간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제네시스가 블랙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차의 품격과 가치가 크게 올라가는 듯하다.
이를 제외한 전체적인 상품구성은 훌륭하다.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있으며 가장 최신의 자동차 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끊김 없이 가로로 거대한 와이드 모니터는 시인성이 뛰어나고 화려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폭 넓은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공조장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뒷좌석 온도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세 단계로 나눠 자동 분사되는 디퓨저 기능도 활성화 할 수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뱅앤올룹슨이 기본이다. 좌석마다 3웨이 방식이며 224mm 서브우퍼 2개를 추가해 웅장한 음장감도 연출했다. 그 결과 차 내 18개의 스피커를 통해 높은 수준의 정교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재생하며 뛰어난 청취 경험과 진정한 하이엔드 사운드를 제공한다. 버추얼 베뉴로 불리는 새 기술을 탑재해 프리미어 3D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의 음장 특성을 재현하는 가상 3D 서라운드 음향 기능이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인 베오소닉도 특징이다. 기존 차에서는 오디오 설정 시 고음, 중음, 저음을 하나씩 조절해야 했다. 하지만 베오소닉은 ‘밝음(Bright)’, ‘활동적(Energetic)’, ‘편안함(Relaxed)’, ‘따뜻함(Warm)’의 감성적 언어로 4개의 고유한 사운드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러 요소를 결합한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개인 성향에 따라 손가락 터치 하나로 원하는 사운드의 조정을 가능하게 해줘 편의성을 높인다.
2
열은 쇼퍼 드리븐의 영역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넓고 안락한 감각을 제공한다.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이 충분하고 면적이 넓은 푹신한 시트는 착좌감을 키운다. 전동으로 슬라이딩 및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해 최적의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별 공조장치와 송풍구, 열선 및 통풍 시트, 전동식 햇빛가리개, 파노라마 선루프, 각종 충전 소켓 등 필요로 하는 편의품목이 빠짐없이 들어있다. 트렁크는 기본 644ℓ를 제공하며 2열을 접으면 더욱 크게 늘어난다. 골프백은 물론 부피가 큰 짐도 무리 없이 넣을 수 있다.
GV80 쿠페 블랙은 2.5ℓ와 3.5ℓ 가솔린 터보, 3.5ℓ 터보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더한 고성능 버전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시승차는 전기 에너지의 힘을 추가한 3.5ℓ MHEV로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m를 발휘한다. 일반 3.5ℓ 터보 엔진 보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앞당겨 저·중속에서의 가속 응답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저속에서의 반응은 매우 부드럽다. 전기 에너지가 출발과 감속 시 적극 개입하면서 차분한 감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미끄러지듯이 나가며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만큼 극강의 정숙성을 가지고 플래그십 SUV다운 자태를 유지한다. 흡차음제 범위가 상당하고 풍절음과 바닥 소음도 철저하게 잡아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시종일관 고요하게 질주한다.
반대로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영역에서는 전기 에너지의 추가적인 힘을 기대할 수 있다. 순간적인 가속감이 상당하며 생각 이상의 펀치력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출력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속 시원하게 달려나간다. 직결감을 강조하는 유럽차들의 성격과는 확연히 다르며 한번에 훅 하고 치고 나가는 느낌이 매우 즐겁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크게 숨을 고른 뒤 강하게 속도를 올린다. 나름의 거친 엔진음도 들리며 흥분을 부추긴다. 이후 육중한 차체를 들어올린 뒤 도로를 박차고 내달리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빠른 반응과 정제된 엔진 리스폰스, 회전질감이 모두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운전자로서는 차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커지는 부분이다.
변속 세팅은 무난하다. 칼 같이 단수를 찾아 들어가고 나오는 성격은 아니지만 정확한 로직에 맞춰 최대한 정교하게 변속을 이어나간다. 동력 손실을 받는 부분이 거의 없고 엔진의 능력을 적절하게 뽑아내 유쾌한 결과값을 이끌어 낸다.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엔진회전수를 바탕으로 운전자는 여유롭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된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노면 대응이 가능한 것. 조금 욕심을 부리면 적당한 롤을 허용하지만 소프트 세팅에 따른 성향 차이이기 때문에 단점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잔진동부터 굵은 요철, 과속방지턱까지 상황에 맞춰 의연하게 대처하고 장거리 고속 크루징에서는 저절로 잠이 올 정도로 편안하다.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승차감을 확보하고 있으며 에어서스펜션이 굳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주행 모드는 다양하게 있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차의 성격을 온전히 바꾸는 건 아니고 파워트레인을 민첩하게 다듬어 스로틀 반응을 조금 빠르게 유도하는 정도다. 물론 엄청난 가속으로 체감 이상의 속도를 보여주지만 이 과정이 자극적이거나 짜릿하지는 않다. 그만큼 일반 컴포트 모드에서의 벨런스와 궁합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주행 보조 기술은 압도적이다. 국내 지형에 최적화 되어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는데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속도를 파악하고 카메라를 활용한 증강현실 기술까지 동원한 뒤 정확도를 높인다. 심지어 터널을 만나면 자동으로 내기순환으로 바꿔주는 센스도 챙겼다. 차선과 차간 거리를 맞추는 능력은 수준급이고 여러 변수에도 당황스럽지 않게 대처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GV80 쿠페 블랙의 가격은 3.5ℓ MHEV 기준 1억965만원부터 시작한다. 같은 엔진의 일반 GV80 쿠페와 비교하면 약 1,000만원정도 더 비싼 셈이다. 하지만 블랙의 경우 대부분의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 동일한 편의 및 안전품목을 적용했을 때 실질적인 차이는 약 400만원 수준이다. 처음 차를 생산할 때부터 다양한 부분을 블랙 전용 파츠로 꾸몄고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가격 차이는 수긍할 만 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GV80 쿠페 블랙은 여러 성격과 감각이 숨어있으며 양면성을 보여주는 차다. 때로는 진지하고 중후하게 보이다가도 또 때로는 젊고 모던한 감각을 앞세워 역동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블랙이 주는 의미와 상징을 잘 녹여낸 결과이며 완성도 높은 제품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린 부분이 주효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소비자들에게 기회의 폭을 넓힌다는 점은 분명 칭찬받을 일이다. 도로 위를 주름잡을 GV80 쿠페 블랙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