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확대될수록 합자회사 위기 가속화
토요타가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190만7,600대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는 78만4,000대로 2023년 대비 무려 10.8% 줄었다. 토요타 또한 중국 토종 브랜드의 거센 BEV 공세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위기를 느낀 토요타는 합작사인 광저우토요타를 통해 뒤늦게 2,000만원 이하 소형 전기차 bZ3X를 내년부터 중국 시장에 투입키로 했지만 한번 기울어진 판매가 다시 회복될 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내 토요타의 하락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차적으로 중국 자동차기업이 넘어서려던 브랜드는 현대차와 기아다. 전기차가 득세하기 이전부터 중국 토종 브랜드가 내심 1순위 장벽으로 여겼던 곳이 현대차와 기아였던 탓이다. 그래서 사드 갈등으로 한순간 중국 내에서 입지를 잃었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시각도 많다.
물론 사드 갈등이든 중국 토종 기업의 거센 공략이든 결과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 입지는 옛날 같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점유율은 최근 5년 사이 8.8%에서 1.6%로 크게 줄었다. 결국 현대차는 ‘다시 중국’을 외치며 합작법인에 추가 투자를 단행, 직접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물론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를 투입키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넘어선 중국 기업들이 두 번째 겨냥한 목표는 폭스바겐이었다. 중국 소비자 시선에서 현대차와 폭스바겐은 브랜드 레벨이 같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둘 모두 대중적인 브랜드인 만큼 토종 기업들에겐 공략 대상이다. 그리고 실제 폭스바겐의 중국 내 입지는 이미 흔들린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는 134만대로 전년 대비 7% 줄었고 3분기 누적으로는 12%나 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화살은 일본차로 대표되는 토요타로 향하는 중이다. EV 시장이 커질수록 토요타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토종 기업의 해외 기업 공략은 토요타에서 멈추지 않을 태세다.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 BMW, 포르쉐도 중국 내에서 영향력이 떨어지는 중이다. 해외에선 인지도가 낮지만 중국 내 프리미엄 BEV 브랜드의 확장세가 매우 공격적인 탓이다. 그리고 이들 제품은 모두 EV다. 지리그룹의 지커(Zeekr), BYD가 만든 양왕, 광저우자동차의 하이퍼(Hyper), 샤오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 태생부터 프리미엄을 지향한 니오(NIO), 장화이자동차와 화웨이가 손잡은 프리미엄 브랜드 마에스트로 등도 등장한 지 오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판매 마감될 신차는 3,100만대를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EV가 1,300만대에 이른다. 점유율만 봐도 이미 31%를 넘는 수준이다. 그리고 2025년 EV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중국 내 EV 비중이 확대될수록 합작기업이 타격받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뒤늦게 새로운 EV 등을 내놓지만 고민은 가격 경쟁이다. 너무 격해 EV를 팔아도 이익이 거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의 EV 신차 구매 보조금이 없으면 토종 기업도 버티기 어려운 곳이 많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위기 타개로 꺼내든 카드가 수출 확장이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성장 측면도 있지만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훨씬 강하다. 수출로 이익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강력한 수출 의지는 한국과 일본이 선점한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경쟁에서 앞섰다는 자신감이 배경이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서 노리는 것은 반등이다. 더이상 내연기관에 매달리지 않고 중국 내 비중이 늘어나는 EV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원가에 영향을 주는 한국 및 일본산 부품 비중이 높아서다.
따라서 합작 회사도 중국에서 생산,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쏘나타 택시용 LPG가 수입되는 곳도 중국이다. 거대 시장을 포기하는 건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생산을 최대한 유지하되 EV 신제품을 투입, 중국 내수 점유율을 높이는 게 최선이다. 결코 쉽지 않더라도 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