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배터리 기업, 완성차 사업 진출 실현하나

입력 2024년12월28일 09시3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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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L, 전기차 플랫폼 사업 전면 강화

 

 전기차의 제조 생태계는 광물부터 시작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광물을 채굴해 사용 가능한 소재로 만든다(채굴 및 정련).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로 배터리 셀(Cell)을 만들고 셀을 모아 배터리 팩(Pack)을 만든다. 그런 다음 완성 팩을 완성차 기업에 건네면 자동차 제조사는 전용 플랫폼에 팩을 탑재하고 차체와 모터, 기타 부품을 조달해 소비자 구매용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는다.

 



 

 여기서 배터리 기업의 영역 확장이 시도된다. 먼저 셀 제조에 머물지 않고 일단 팩 조립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그리고 이들의 욕심(?)은 팩이 탑재될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옮겨 간다. 이 경우 완성차 제조사의 할 일은 플랫폼을 받아 차체와 기타 부품만 조립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팩과 플랫폼까지 확장한 배터리 기업이 추가로 손댄 것은 차체다. 차체 디자인만 주면 그에 맞춰 철강을 조달해 맞춤형 반제품 전기차를 제공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지어 일체형 플랫폼 판매를 위해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CATL이다. 최근 이 회사가 개발한 신규 EV 플랫폼 판쉬(Panshi)가 적용될 최초 차종은 CATL, 창안자동차, 화웨이가 공동 설립한 EV 브랜드 아바타(Avatr)다. 배터리, 완성차, IT 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전기차에 우선적으로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CATL에게 아바타는 자신들이 설립한 전기차 회사와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동 설립이지만 실질적으로 아바타 브랜드는 CATL이 소유한 것이나 다름 없다. 

 

 CATL의 이런 전략은 BYD에서 차용됐다. 이미 소재, 셀, 팩, 완성차 가치 사슬을 모두 확보한 BYD는 자신들의 완성차 확대 전략에 배터리 사업을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EV 시장의 강자로 우뚝 올라섰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CATL 또한 배터리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자신들만의 전기차 브랜드를 가지고 싶어했고, 시작을 합작 형태로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의 배터리 기업은 어떨까? CATL과 같은 사업 영역 확장을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공급사로 남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배터리 공급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기 완성차를 향한 욕망(?)은 점차 강해지기 마련이다. 전기차 제조 참여가 활발해질수록 자신들의 배터리 공급망 또한 안정적인 지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다양한 전문 기업의 전기차 협업 개발이 활발하다. 일본은 소니와 혼다가 손잡는 행보를 보인데 이어 샤프가 전기차에 진출했다. 중국은 이미 IT, 배터리, 완성차 제조사의 공동 개발이 익숙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나 홀로’ 입김이 강하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내놓는다는 얘기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기아와 삼성SDI가 전기차 브랜드를 만든다는 소식도 없다. SK온과 KGM이 전기차 브랜드에 협력한다는 소식도 없다. 반면 BYD는 이미 KGM과 손잡고 플랫폼까지 제공한다. KGM이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만든다면 BYD가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전기차는 구동력의 에너지로 전기를 이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그러나 전기차의 핵심은 파워트레인 외에 다양한 연결성에 있다. 중국 내 EV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정부 보조금도 역할을 하지만 IT 기업과 연계된 다양한 연결성의 역할이 훨씬 크다. 한 마디로 배터리 기업의 공급 안정성, IT 기업의 지능화 실현, 그리고 제조 부문의 완성차 기업이 서로의 니즈를 적극 융합시키며 성장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도 IT, 배터리, 완성차가 각각의 영역을 융합시켜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기존의 자동차 브랜드는 내연기관의 연장선인 만큼 아예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소비자 인식에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별도의 이동 수단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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