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 SUV의 새로운 기준 제시
-우수한 퍼포먼스와 섀시 컨트롤 인상적
변화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진다면 오히려 더 악화 시키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필요한 존재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첫걸음 이자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터스는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브랜드다. 영국 어느 뒷마당에서 경량 스포츠카를 만들던 공방이 아닌 고성능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리의 힘이 컸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로터스가 갖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결합해 전동화 시대, 변화의 주역이 되려고 한다. 첫 주자로 고성능 전기 SUV 엘레트라가 있다. 브랜드 미래 가치와 희망을 심어 줄 지 직접 시승을 통해 확인해 봤다.
▲디자인&상품성
엘레트라의 앞모습은 매우 파격적이다. 하키채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주간주행등과 범퍼 아래 히든 타입으로 표현한 헤드램프만 봐도 알 수 있다. 공기 흡입구 형태의 입체적인 범퍼와 두툼한 카본 스플리터까지 전부 신선한 구성들이다. 빛을 비추는 부분은 매우 정교하게 조각했다. 고급 감을 더하며 굴곡진 보닛은 에어로 다이나믹에 로터스가 얼마나 집중 하는지 알 수 있다.
옆은 거대한 크기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길이만 5.1m가 넘어가고 너비도 2m를 넘긴다. 반면 높이는 1.6m로 낮은 편이다.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3m다. 이와 함께 22인치 크기의 휠과 접지 면적이 상당한 타이어 조합도 끝내준다. 고성능 브레이크 디스크를 비롯해 초록색 캘리퍼까지 조화롭다.
차체 곳곳에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한 가득 이다. 주행에 대한 핵심적인 제어와 주행 환경 모니터링 및 비상 시 대처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라이다 4개와 레이더 6개, HD 카메라 7개 등 다양한 센서를 심었다.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모습이며 라이다는 지붕과 앞 펜더에 감쪽같이 숨었다가 기능을 활성화하면 바깥으로 돌출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만 눈에 들어올 뿐 트렁크를 비롯해 범퍼 형상도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양 끝에는 깊은 보조개를 넣었는데 뒷 타이어가 온전히 보일 정도로 상당히 큰 공기 통로다. 이런 부분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내는 대칭 형태로 이루어진 대시보드와 15.1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HD OLED 모니터 하나만 툭 넣었을 뿐인데 매우 화려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스티어링 휠만 봐도 단번에 알아차린다. 떠 있는 듯한 버튼의 모습과 주변을 감싸는 크롬 및 가죽의 느낌, 통 금속으로 감싼 패들시프트까지 전기차 중에 이렇게 사치스러운 스티어링휠은 처음 본다.
뿐만 아니라 얇게 휘어지는 직접 조명의 범위와 섬세하게 조각해 놓은 금속 패널, 투톤 컬러의 가죽 퀄리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감성 품질을 높인다. 정점은 케프 사운드 시스템이다. 23개의 스피커가 차체 곳곳에 탑재돼 풍부한 음향을 전달한다. 여기에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나만의 극장을 완성할 수도 있다. 스피커 커버는 마치 하나의 오브제를 보는 것처럼 조각품의 영역으로 비춰질 정도다.
디지털 요소도 흠잡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언리얼 3D 엔진 기반으로 그래픽이 정교하고 연동 속도와 반응이 무척 빠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으며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무선 카플레이 역시 커다란 화면을 바탕으로 시원스럽게 표현되는데 보는 맛이 있다. 계기판은 매우 작게 표현 되어져 있지만 속도를 비롯해 필요한 정보만 표시돼 있어 불만이 없다.
2열은 차고 넘친다. 상당한 크기에서 오는 혜택을 온전하게 누렸다. 매우 넉넉한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뿐만 아니라 가운데 턱도 없어 성인 세 명이 앉아 장거리 이동을 하는 데에도 불편하지 않을 듯 하다. 전용 송풍구와 터치 패널로 이루어진 각종 인포테인먼트 조작 시스템, 질 좋은 가죽 시트에 착좌감까지 모두 다 만족스럽다.
트렁크는 5인승 기준 688ℓ이며, 보닛 아래에도 46ℓ 용량의 ‘프렁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피가 큰 각종 캠핑 장비뿐 아니라 골프백 4개까지 폴딩 없이 여유롭게 수납이 가능하다. 풀사이즈 SUV 와 비교 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깊고 광활한 공간이다.
▲성능
시승차인 엘레트라 S는 듀얼 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72.4㎏·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까지는 4.5초만에 마치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63㎞, 도심 및 고속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442㎞, 489㎞다. 또 엘레트라 S의 배터리 용량(112㎾h)과 주행거리를 따져보면 복합 효율은 4.1㎞/㎾h다.
초기 발진과 속은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매끄럽다. 반대로 저속에서 중속으로 향하는 구간은 엘레트라 만의 특징이 묻어 난다. 소리 없이 강하게 치고 나가는데 과정이 무척 부드럽고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하는 속도 이상의 영역에서 여유롭게 달리며 도로 위 가장 앞에서 무리를 이끈다. 거대한 크기를 감안하면 무척 민첩하며 언제 어디서나 손 쉽게 속도를 오르내릴 수 있다.
고속 안정성도 인상적이다. 고속 영역에서 한계점을 향해 나아갈 때, 또는 추월 가속 시에 탑승자가 느끼는 체감 가속은 훨씬 낮을 정도로 차가 무척 안정적이다. 하체 세팅이 우수한 것도 있지만 비결은 공기역학 성능 덕분이다. 엘레트라는 보다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수많은 통로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극대화했고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 0.26 Cd를 달성했다. 이는 바람을 빠르게 가르는 순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눌러주며 탑승자에게 깊은 믿음을 심어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의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해진 스티어링 휠 감도, 예민하게 바뀐 스로틀 반응 등이 특징이다.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가고 모든 순간은 짜릿함으로 전달된다. 여러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테스트를 해도 차는 지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으며 시종일관 힘이 넘친다.
무게 중심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눈에 보이는 시야만 높을 뿐 바닥에 바짝 붙어 코너를 돌아나가는 실력은 예전 로터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오랜 시간 차를 만들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순간적인 상황에서 빛을 내는 기분이다. 좌우 롤을 억제하는 능력과 앞뒤 배분에 따른 균형감 있는 모습까지 전체적인 섀시 컨트롤 또한 흠 잡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전기 에너지만 믿고 강한 성능만 내뿜는 그저 그런 SUV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체적인 벨런스가 잘 잡혀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트랙이나 와인딩 로드에서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차다. 실제로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차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정확하게 공략이 가능하고 피드백도 즉각 전달받을 수 있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열심히 달려도 배터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효율도 기대 이상이다. 실제로 WLTP 측정치는 1회 충전 시 600㎞다. 가득 충전을 한 뒤 신경쓰지 않고 주행을 해도 500㎞ 중반은 거뜬히 달렸다. 복합 효율은 4.1㎞/㎾h인데 실 주행에서는 4.8㎞/㎾h 수준까지 보여줬다. 이는 라이벌보다 뛰어난 수치다. 고성능을 지향해 전력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는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높은 충전 성능도 강점으로 꼽힌다. 엘레트라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반영했다. 350㎾ 초급속 충전기를 활용할 경우 10-18%까지 약 20분이면 배터리를 채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초급속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고 로터스코리아 또한 자체 충전 스테이션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빠른 충전 속도를 직접 경헙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평
엘레트라는 로터스가 희망찬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차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실력을 가지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단순 크기와 성능만 키운 전기차가 아닌 브랜드 정신을 간직한 채 도약을 위한 의지가 차 곳곳에 투영돼 있다.
그리고 우수한 결과값과 함께 타면 탈수록 깊은 만족을 주며 이를 증명한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브랜드 인지도만 잘 극복한다면 떠오르는 강자이자 새로운 선택지로 충분한 차가 엘레트라가 될 것이다.
한편, 로터스 엘레트라 S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7,9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