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디젤로 복귀한 어린이 통학버스, 해결책은 없을까?

입력 2025년01월09일 09시01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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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전기차 전환 정책 잠정 보류…디젤 허용
 -통학버스 주행 여건 고려하지 않은 행정 비판
 -환경과 어린이 안전 위한 보다 세심한 대책 필요해

 

 정부가 기존 경유차로 구성된 16인승 이상의 어린이 통학버스를 전기차로 바꾸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즉 ‘통학버스 대란’을 우려해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 관련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수도권 4개 권역 등 대기관리권역에서 어린이 통학차로 경유차를 쓸 수 없도록 했다. 대기관리권역은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4개 권역(수도권·중부권·동남권·남부권) 15개 시도 77개 시군이다.

 

 다만 경유차를 전기차나 액화천연가스(LPG) 차로 대체하기로 하고 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당국에 신청하면 작년 12월 31일까지 경유 통학 차 운행이 가능했다. 이 같은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혼란이 예상되자 전환 계획을 보류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정국 혼란으로 새 학기 전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이자 적극행정 차원에서 미리 적용하기로 한 것이고 밝혔다. 그 결과 중대형 경유 차를 어린이 통학차로 새로 신고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신고된 차를 계속 운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어린이 통학 차 8만6,416대 중 76%인 6만5,908대가 경유차다. LPG차는 1만9,960대이고 전기·수소차는 495대에 그친다. 경유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하루 아침에 전환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꾼다고 해도 16인승 이상 중대형 통학차의 경우 경유를 LPG로 개조 및 교체하는 것이 힘들고 사례가 거의 없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전기차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구입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카운티 기준 경유는 8,000만원 중반인 정도인데 반해 전기차 버전은 2억원에 육박한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도 1억원대에 머문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학원 입장에서는 구입이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또 차를 인도받는 시간도 훨씬 길어 당장 투입해야 하는 업종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다. 대안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저렴한 차를 찾는다면 중국산 전기버스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보조금이 해외로 빠지게 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차를 출고한 후에도 문제다. 수 십 여대의 학원차를 충전할 만한 커다란 전기 충전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차가 커서 지하주차장을 들어갈 수도 없으며 대부분 도심 속 상가에 학원이 밀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큰 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잇따른 전기차 화재와 사고 등을 접하며 포비아가 확산됐고 불안해진 학부모들의 여론 형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결국 현재 국내의 어린이 통학차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무리한 정책을 실행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심 속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환경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친환경 통학 차에 대한 선택지가 많지 않고 부작용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 통학차의 보다 현실적인 친환경 전환 대책은 없을까? 업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중에서도 LPG의 활용을 꼽는다.

 

 LPG의 친환경성은 매우 높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경유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실제로 앞서 시행한 LPG 트럭의 경우 10만대 판매되면 연간 1만㎞ 주행 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1.6만톤, 질소산화물(NOx) 106만톤을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치도 있다.

 

 경유를 LPG로 교체하는 방법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노후 경유 스쿨버스를 LPG 스쿨버스로 교체 시 2만5,000달러(한화 약 3,000만원)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환경성·경제성·차 가격 등 운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LPG 버스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우리도 이 같은 지원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LPG 파워트레인을 얹은 스타리아 킨더와 같이 기존 소형 어린이 통학차를 보다 활성화해 점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추후 중대형 전기버스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타리아 킨더의 경우 최대 15인승까지 나오기 때문에 중형 통학버스와 비교해서도 일정 부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전기차 포비아 해소와 중대형 전기버스 대중화가 오기 전까지 LPG를 활용해 어린이 통학차의 기준을 재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혼선을 최소화하며 점진적 친환경을 달성해야만 진정한 탄소배출 제로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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