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일론 머스크, 테슬라 사고 조사도 막을까

입력 2025년01월14일 08시42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NHTSA, 테슬라 원격 운전 기능 결함 조사 착수

 

 흔히 영어 단어 ‘서몬(summon)’은 누군가를 ‘소환’하거나 ‘호출’, ‘소집’ 등을 표현하는 단어다. 따라서 서몬이 자동차에 붙으면 자동차를 소환, 즉 부르는 기능이다. 주차된 차를 호출하면 호출자가 있는 곳으로 자동차 스스로 움직여 이동의 불편함을 덜어준다. 테슬라는 해당 기능을 ‘액추얼리 스마트 서몬(Actually Smart Summon)’으로 부른다. 줄여서 ASS로 불리는 이 기능은 그간 논란이 많았다. 호출자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매거나 정작 주차공간에 스스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초음파 센서의 한계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지난해 9월 테슬라는 ASS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초음파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카메라에 입력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덕분에 주행이 매우 정확해졌고 움직임도 훨씬 빨라졌다. 물론 개선된 기능을 사용하려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때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ASS를 안전 기능으로 판단했다. ASS 기능 오작동으로 테슬라 자동차가 주차장 기둥을 충격하거나 옆에 서 있는 다른 차를 추돌한 사례가 종종 신고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HTSA는 2016~2025년 생산, 판매된 모델S와 모델X, 그리고 2017~2025년 사이에 출시된 모델3, 마지막으로 2020~2025년에 판매된 모델Y 260만대를 대상으로 ASS 기능의 정밀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의 명분은 ASS의 안전성이다. NHTSA의 최대 핵심 역할은 자동차의 안전성 확보인데 ASS가 오작동으로 사고를 일으켰으니 조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해당 기능을 안전성으로 판단할 때 해결 방안이 업그레이드라면 이때 비용은 받지 않는 게 정상적인 리콜 조치라는 관점이다. 

 

 반면 테슬라는 ASS 기능은 안전이 아니라 편의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물건을 들고 주차된 차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를 호출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사용 구역도 주차장이 대부분이며 오작동에 따른 책임도 소유자에게 있다고 명시했다는 게 반박 논리다. 따라서 보다 고도화된 편의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업그레이드는 비용 지불이 뒤따르는 게 정상이라고 맞선다. 

 

 이런 상황에서 시선은 일론 머스크의 공적 역할에 쏠린다. 새로 들어설 트럼프 정부 내 주요 공직에 오르면 상대적으로 껄끄러웠던 NHTSA를 상대로 압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현재 NHTSA 최고 책임자가 바이든 정부 때 임명됐다는 점에서 ASS의 ‘안전성 vs 편의성’ 갈등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편의성 쪽에 힘이 실리면 NHTSA가 자동차 안전부문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안전 쪽으로 기울면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어서다. 

 

 이처럼 일론 머스크의 태도에 글로벌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테슬라의 사업과도 연관이 있다. 현재 테슬라자동차의 주력 사업인 BEV 제조 및 판매는 국가별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당장 한국만 해도 테슬라 구매 때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 제한 가격 상한을 낮추었고 유럽은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메신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전기차 판매사업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따라서 미국 내 ASS 기능이 안전성 문제로 결론나면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각 나라도 문제 제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기차 판매가 영향을 받는 구조다. 이때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테슬라에 불리한 환경을 막아낼 것인지가 관건이고 NHTSA의 이번 조사는 그 첫 번째 판단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 무대에 올라탄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은 NHTSA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