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함 속 세심함, 매력 더해
-8단 자동변속기 더해 부드러운 주행감 높여
개인적으로는 꽤 오랫동안 검도를 했다. 겉으로 보기엔 과격해보이고 힘이 지배하는 스포츠 같지만 실제로는 세심한 집중력과 디테일,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한 조화의 예술이다.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스포티지 가솔린이 같은 생각을 스치게 했다. 이름부터 '스포티'고 외관도 공격적인데 생각보다 디테일한 차다.
▲외관&상품성
스포티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검도에 필요한 호구를 착용한 수련자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강렬했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타이거 페이스, 수직형 주간 주행등, 그리고 이 요소들을 이어나간 굵직하고 강인한 선은 대련 직전 상대를 압도하고자 하는 느낌을 준다.
측면에선 큰 변화점이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휠 디자인이 역동적인 느낌을 더한다. 강인한 전면부에 대비해 디테일한 느낌을 강조한 옆모습과 조화를 이뤄 조용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검사의 긴장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후면부는 이 보다는 안정적인 느낌이다. LED 램프 형상 자체가 바뀌었고 범퍼도 차체를 더 넓어보이게 하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단단한 방어구를 연상시키며 전면부와의 통일성을 준다.
실내에서도 바뀐 부분이 많다. 운전자 입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건 2 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과 커브드 타입의 디스플레이다. 1.6 가솔린은 레버 타입의 변속기를 적용했지만 이제는 다이얼 타입을 채택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기어 주변에 위치했던 주행모드 버튼은 스티어링 휠로 옮겨 편의성을 높였다.
송풍구 디자인도 차이점. 디스플레이 양쪽을 감쌌던 방식 대신 그 하단을 쭉 가로지르는 타입으로 바뀌었다. 이렇다보니 부분변경임에도 신차를 타고 있는 느낌을 준다.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 덤이다.
시승차는 기본형 외관을 채택하고 있지만 디자인 특화 사양인 X-라인은 이보다 더 스포티하다.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및 엠블럼, 블랙 색상의 도어 사이드실 몰딩 및 가니쉬, 전용 19인치 디자인 휠 등을 갖췄고 실내는 블랙 스웨이드 헤드라이닝과 파팅 라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프리미엄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안전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대폭 강화했다. 스티어링 휠의 정전식 센서와 진동 경고 기능을 비롯해 운전자 전방 주시 경고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중 시선 이동을 최소화하여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와 같은 첨단 기능들도 새로 추가했다.
이 같은 세밀한 변화 전반은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2열 시트를 평평하게 폴딩할 수 없다. 풀 플랫을 제공하는 현대차 투싼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거슬릴 정도의 경사로는 아니지만, 차박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별도의 보강 작업은 필요하겠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을 낸다. 여기에 기존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과 사륜구동 등 두 종류이며 시승차는 전륜구동이다.
주행을 시작하자 단순히 외형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는 게 단번에 느껴진다. 대련을 연습하며 죽도를 휘두르듯 부드럽고 유려하게 움직인다. 기존 스포티지에서 지적받았던 DCT 특유의 울컥임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매끄러운 가속과 부드러운 변속감만이 이어진다.
정숙성도 단연 인상적이다. 차 내부는 외부 소음과 진동에서 자유롭다. 전륜 스트럿에 2방향 댐퍼를 추가하고 B필러와 도어 트림에 흡차음재를 추가했다는 기아의 설명대로 체감되는 승차감이 제법 좋아졌다. 공격적인 외관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속도가 높아져도 마찬가지. 약간의 풍절음을 제외한다면 일관된 고요함을 유지한다. 이렇다 보니 운전자는 오롯이 주행에 몰입할 수 있다. 엔진이 회전할 때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지만 좀처럼 엔진의 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시대라는걸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SUV 치고는 단단한 느낌에 가깝다. 서스펜션 자체의 지지도도 훌륭해보인다. 이렇다보니 방지턱을 넘어갈 때 서스펜션이 푹 꺼지며 여러 차례 흔들리는 다른 차들과는 다르게 지체없이 자세를 바로 잡는 모습이다.
▲총평
스포티지 가솔린은 강렬함과 세심함,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SUV였다. 외관은 이름 그대로 스포티하지만 내부는 세심함과 부드러움으로 잘 짜여져 있었고 주행 감각도 이 같은 지향점을 잘 담고 있었다. 조화롭다는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시승한 스포티지 가솔린의 가격은 2,793~3,471만원.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