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현대차그룹을 겨냥한 BYD의 화끈한 도전

입력 2025년01월20일 08시27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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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경쟁은 이미지일 뿐, 화살은 국산 전기차

 

 BYD가 글로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22년이다. 74만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판매가 불과 1년 만에 188만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국내외 언론에선 중국의 테슬라로 BYD를 지목하며 관심을 쏟아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테슬라와 경쟁 소식이 전해지며 BYD의 인지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경쟁 대상이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흐름은 없었다. 

 



 

 이후 2023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에서 730만대를 판매할 때 BYD는 304만대를 기록했다(트렌트 테크놀러지). 현대차그룹이 전년 대비 50만대를 늘릴 때 BYD는 두 배인 116만대를 확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722만대를 달성할 때 BYD는 427만대로 전년 대비 123만대를 추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가 제자리였던 반면 BYD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몸집을 불렸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올해 BYD의 글로벌 판매는 500만대를 훌쩍 넘고, 2~3년 후에는 700만대에 도달하게 된다. 자동차산업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최대 규모의 완성차 기업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도전자에게 현대차그룹의 안방 격인 한국은 뚫고 싶은 시장이다. 소형 SUV에 해당되는 아토3 BEV 가격이 3,150만원으로 급격히 낮아진 것도 그런 욕망이 담긴 결과다. 들리는 후문은 당초 아토3 가격은 BYD코리아 내에서도 3,800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무려 700만원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왕첸푸 회장이 직접 내렸다고 한다. 왕 회장은 도전은 공격적이어야 하고 그러자면 한국 소비자들이 수긍할 만한 가격이 돼야 한다며 출시 일주일 전에 파격 선택을 단행했다는 후문이다. 

 

 이 얘기는 BYD가 직접적으로 겨냥한 경쟁자가 바로 현대차와 기아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품 가격 자체가 테슬라와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경쟁력이 높아서다. 가격만 놓고 보면 BYD 중국 본사는 한국 판매로 얻는 수익이 거의 없는, 오히려 손해 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손해는 개의치 않는다는 게 왕 회장의 판단이다. 일단 시장에 진입했으면 소비자에게 최대한 인정받는 게 우선이고 이때 수익은 없어도 된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국내 기업도 당혹스럽다. 3,800만원 정도 예상했던 가격이 갑자기 3,100만원으로 떨어지자 예상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관심 정도에 불과했던 사안이 한순간 위협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렇다고 가격을 따라서 내리기도 쉽지 않다. 지금도 전기차 판매로 얻는 이익이 거의 없어서다. 게다가 이 경우 BYD는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판매에서 한국 비중이 높지 않아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탓이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자본 싸움을 해보자는 의지가 역력하다. 

 


 

 BYD의 내부적인 판매 목표는 1만대다. 아토3 외에 중형 세단, 소형 CUV 등을 내세워 목표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아토3로 지난해 연간 1만2,851대가 판매됐던 기아 EV3의 일부 점유율을 가져오고, 아이오닉 5(1만4,3213대)와 EV6(9,054대)는 중형 세단으로 공략하되 여의치 않으면 최소 같은 세단인 아이오닉 6(4,957대) 판매를 잠식하려 한다. 현대차와 기아 공략을 삼되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KGM,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의 내연기관 보유자도 염두에 둔다. 공세를 강화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방어에 나서고 이때 영향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 미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분명 존재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불리함 극복을 위해 파격 가격을 제시한 것도 결국 관심 유발을 위한 것이고, 이때 누구의 관심을 자신들에게 돌리는가를 살펴본 결과다. 

 

 BYD의 판매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가세는 늘 소비자에게 긍정적이다. 가격 인상의 억제 효과는 물론 오히려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마디로 BEV의 가격이 내려갈수록 보급과 확대가 뒤따르고 국내 운송 부문의 탄소 감축은 빨라지기 마련이다.  최종 선택은 소비자 몫이지만 BYD의 진출은 BEV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 일단 주목할 수밖에 없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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