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없는 디자인, 알찬 구성과 공간 특징
-개선 거듭한 우수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9만4,538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차의 숫자다. 이와 함께 SUV 차종이 최초로 연간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며 또 하나의 기록도 세웠다. 바로 기아 쏘렌토 이야기다. 쏘렌토는 라이벌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정상 자리에 우뚝 섰다. 특히, 기아가 1999년 현대차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베스트셀링카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쏘렌토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먼저,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부분 변경답게 앞뒤 램프, 범퍼를 다듬은 정도가 전부인데 훨씬 세련되고 멋을 키운다. 기아 패밀리-룩인 ‘스타맵 시그니처’를 이어 받은 주간주행등은 가로와 세로, 넓은 면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길쭉하게 자리잡은 풀 LED 램프도 조화롭다. 사각형 모양의 18인치 휠과 깔끔한 그래픽으로 바꾼 테일램프도 역시나 마음에 든다.
듬직한 SUV의 표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형상은 크고 볼드하다.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알맞은 크기의 유리창, 시인성이 좋은 사이드미러까지 부분 변경의 이상적인 표본을 보여주며 모두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수평을 강조한 센터페시아부터 입체적인 디자인의 센터터널, 각종 버튼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심플함을 강조한 나머지 단조로운 느낌까지 드는 요즘 차들과 차별화 하며 만족을 키운다.
풍부한 구성의 편의 및 안전품목은 쏘렌토가 보여줄 수 있는 장기 중 하나다. 신형으로 오면서 커브드 디스플레이 속을 채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가장 최신의 기아 것으로 가득하다. 그래픽 구현 능력이 수준급이며 직관적으로 정리돼 있어 운전 중 조작을 해도 불편함이 없다. 카플레이 연동성을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을 이뤄내 완성도를 끌어 올린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면적이 넓어진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는 룸미러는 주행 중 큰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 열선 및 통풍시트는 무릎 받침대까지 겸비한 릴렉션 컴포트 시트다. 최적의 자세를 구연해 주며 편안함을 높인다. 또 개선된 공기청정 시스템, 거대한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캠 및 디지털키 2, 크렐 사운드시스템 등 넉넉한 편의품목이 만족을 키운다.
고급스러운 감각을 연출하는 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시승차는 짙은 네이비와 밝은 화이트 톤 컬러 조합인데 차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린다. 여기에 투톤 스티어링 휠과 도어 패널 가죽 장식, 적재적소에 넣은 유광 블랙 및 은색 포인트까지 매우 조화롭다. 심지어 각 필러와 천장에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느낌 재질로 감싸 넣었다. 조명 범위를 개선한 부분도 신형의 특징인데 빛이 조금 더 강렬했으면 좋겠지만 차의 감성 품질을 높이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다.
공간 활용성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2열은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제공하며 머리 위 공간도 충분하다. 큼직한 시트는 물론 가운데 턱도 없어 성인 세 명이 앉아 장거리 이동을 해도 문제가 없다. 여기에 중앙과 양 끝 총 네 개의 컵홀더와 곳곳에 마련한 넉넉한 수납공간은 SUV 세그먼트의 특징이 드러난다. 전용 송풍구와 충전 포트, 열선 시트, 햇빛 가리개 등 필요한 기능도 빠짐없이 넣었다.
공간에 대한 매력은 트렁크에서도 드러난다. 깊고 넓은 스페이스를 가졌으며 바닥면에는 별도의 칸막이를 나눠 활용성을 키웠다. 2열 시트를 폴딩하면 더욱더 광활한 공간이 나온다. 평탄화도 수준급이어서 차박에도 큰 문제가 없다. 전용 충전 소켓이나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섬세한 기능도 인상적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1.6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조합으로 움직이며 시스템 최고출력 235마력, 시스템 최대토크 37.4㎏·m(엔진 최고 180마력, 엔진 최대 27.0㎏·m)의 성능을 갖췄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넣어서 다소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부 기우였다. 차는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경쾌하게 달려 나간다. 전기 에너지가 주는 매끄러운 가속이 특징이며 언제든지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 놓는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감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저속에서 전기 힘으로 달리다가 속도가 붙었을 때 엔진이 깨어나는 전환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탑승자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는 일등공신이다. 급하게 스로틀을 여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 만큼 운전자는 큰 부담 없이 원하는 상황에 맞춰 가속을 전개하기만 하면 된다.
이질감 없는 모습은 제동에서도 드러난다. 속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유압과 회생 제동 사이를 부드럽게 넘으며 끝까지 안정적인 정지를 유도한다. 몸이 앞뒤로 쏠리거나 울컥 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가속 및 감속에 있어서는 일반 가솔린 차와 큰 차이가 없으며 어느 순간에서는 전기차 보다도 매끄러운 감각을 전달 할 때가 있다.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주행은 물론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불필요한 사운드를 듣기 힘들다. 특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신형으로 오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며 흡차음제 범위를 넓힌 결과를 온전히 경험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이 힘을 더하며 차는 극도로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강인하고 단단한 겉모습과 다르게 주행에서만큼은 섬세하고 매너 있는 신사의 느낌이다. 차의 움직임을 결정 짓는 각종 구성요소는 무난하다. 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알맞게 고개를 돌리고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은 단단함 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차처럼 물렁물렁 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유럽 차보다는 소프트하다. 전체적으로 평균이상 값을 잘 맞췄으며 다분히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올바른 세팅이 돋보인다.
한편으로는 주행 모드의 아쉬움이 다가온다.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나뉘는데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스로틀 반응만 다소 예민해진 정도다.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서 오히려 스마트 모드로 놓고 도로 상황에 맞춰 적절히 대응 하는 쪽이 낫겠다. 이 외에 에코는 도심과 일상에서 최적화 되어 있으며 효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후측방/후방 모니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을 준비했다.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를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후방 충돌방지 보조, 전/측/후방 주차 거리 경고, 서라운드 뷰 모니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안전하차 보조도 챙겼다. 차고 넘치는 구성이며 구현 과정도 자연스러워 탑승자에게 깊은 믿음을 준다. 이와 함께 장거리 주행 시 든든한 동반자가 되며 피로도를 크게 줄인다.
쏘렌토의 성공 이유는 명확했다. 익숙하면서도 참신한 디자인으로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모습을 완성했고 알찬 구성과 신형으로 오면서 개선된 디지털 요소가 상품성을 키운다. 적절한 컬러 믹스매치를 통해 고급감을 끌어 올리며 우수한 패키징은 국산 SUV에 강점을 온전히 드러낸다. 여기에 이질감 없는 파워트레인과 평균이상 값으로 잘 세팅된 주행 퀄리티, 경제성까지 두루 가졌으니 안 팔릴 이유가 없다. 1위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며 당분간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듯 하다.
한편, 쏘렌토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2WD 프레스티지 3,885만 원, 노블레스 4,181만 원, 시그니처 4,464만 원, 그래비티 4,553만 원이며 4WD는 프레스티지 4,260만 원, 노블레스 4,557만 원, 시그니처 4,840만 원, 그래비티 4,929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