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 해결하려는 의지 약해
-견인 단속 유지하며 감독만 강화
공유킥보드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주차 구역에 대한 논의는 뜨거운 주제이자 해결 우선순위로 오르내린다. 이와 관련해 각 지자체와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해법을 찾고 있는데 가장 많은 이용자가 있는 서울시만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 나온 공유킥보드 주차 해결책을 살펴보면 크게 ‘지정주차제’ 및 ‘가상 지정주차구역’이 있다. 지정주차제는 말 그대로 구역을 지정해 놓고 세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페인트 등으로 그려 지자체가 주차구역을 할당하고 업체들은 주차구역을 점용·사용하는 대신 이용료 명목으로 비용을 지자체에 일부 지불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이와 함께 가상 지정주차구역은 업체의 주도로 이뤄진다. 전용 앱을 활용해 이용자가 지정된 가상 주차구역에서만 이용을 종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납 제한구역에 공유킥보드를 반납한 경우에는 이용 제한이나 소액을 가산해 청구하는 등 별도의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정주차제의 경우 별도의 공간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시로 이용하는 공유킥보드 성격상 주차 명목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하면 물리적인 주차 시설 없이도 질서 있는 주차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상 지정주차구역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업체별로 가상 주차 구역에 대한 기준과 관리감독이 다를 수 있어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서울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이 없어 시행하는 데에 무리가 있고 이미 서울 내 각 구에서 공유킥보드 주차구역을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약 300여곳에 불과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와중에 단속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21∼2023년 기간 서울시에서 공유킥보드 견인으로 인해 업체들에 부과된 견인 및 보관 비용은 2021년 하반기(7∼12월) 11억원, 2022년 31억원, 2023년 30억원 등이다. 지난해 역시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면서 총 견인 비용은 수 십 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공유킥보드 견인은 1대당 4만원으로 경차와 동일하고 비용은 견인업체에 귀속되고 있다. 이를 악용해 공유킥보드를 보다 많이 견인하기 위해 셀프로 킥보드 위치를 이동시키고 민원을 접수해 견인을 하는 등 문제도 발생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성동구에서 견인업체 직원이 공유킥보드 업체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할 서울시가 상생 방안을 찾기 보다는 오히려 강도 높은 단속으로 도로 위 공유킥보드를 쫒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시의 대책을 보며 전문가들은 자칫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가상 지정주차제 시행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24년 10월 말부터 빔모빌리티, 씽씽, 알파카 등 퍼스널 모빌리티(PM) 운영사가 대구시청과 협력해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일대에 PM 가상지정주차제를 운영한 바 있다. 시행 이후 85%의 최고 주차 준수율을 기록하며 지역 주민의 민원 감소와 이용자 편의 증가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거뒀다. 또 가상주차제 시행 후 첫 일주일간(24년 10월 29일~11월 4일) 약 800건이 주차 미준수로 페널티 금액을 부과받지만 최근(25년 1월 7~13일)에는 163건까지 줄어들어 주차 문화가 상당부분 개선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구 일대에서도 특정 업체가 자체적으로 PM 가상 지정주차제 진행 중에 있다. 약 3주간 전체 이용 건 중 약 56% 잘못된 주차를 정정했고 가상 지정주차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경쟁사 대비 기기가 주로 보도 폭이 확보된 대로에만 질서 있게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40%은 지정된 주차존에 바로 주차했다.
이처럼 체계적인 제도와 규정이 정립된다면 이용자들은 충분히 따를 수 있는 시민 의식을 갖고 있으며 무분별하게 반납해 보행자들에게 여러 불편을 제공하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관망하거나 단속 형태만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 공유 자전거, 킥보드와 같이 퍼스널 모빌리티(PM)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이동방식으로 자리잡았고 수 백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을 통해 발전하는 모빌리티 사회가 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