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 우리는 왜 안되나

입력 2025년02월03일 09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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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금지
 -기술 발전과 규제의 부조화, 이해안돼 
 -안전과 공정성 위한 새로운 논의 필요

 

 일전에 할리데이비슨의 초청으로 태국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전 처음 해본 경험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이 '첫 경험'을 딱 걸려버렸다. 다른 나라에서 온 기자들이 "고속도로를 달려보지 않은 것 처럼 신나있다"고 한 말이 쿡 찔렸다. 정말 처음이라는 말이 돌아오자 마주앉은 필리핀 기자는 "한국은 선진국인데 왜 그런 문제가 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고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1972년 불법 개조된 삼륜차의 사고 위험성을 근거로 시행됐고 삼륜차가 사라진 지금까지 해묵은 규제로 남아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통행 금지가 유지되는 명분은 단순하다. 위험하다는 이유다. 이륜차의 사고 발생 가능성과 치사율이 바퀴 넷 달린 자동차보다 높다는 게 핵심이다. 개인적으로는 비약이 심하다고 느낀다.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각종 첨단 안전장치와 차체 제어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3월부터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0년 이 문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전면적 금지의 입법적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260㏄를 초과하는 대형 오토바이는 사륜자동차와 동등한 주행 성능을 지니고 있다”며 “이륜차의 통행을 위한 관련 제도 확대 노력을 통해 이륜자동차 운전행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이어 “적어도 일정 구간에서는 통행을 허용하는 방법 또는 차로를 분리하거나 제한속도를 달리하는 방법을 통해 일률적인 통행금지가 가진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을 위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통행 허용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일본은 배기량 125㏄ 이상의 이륜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대만 또한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 통행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이륜차의 고속도로 이용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책은 오히려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당장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을 허가하는 건 한계가 있다. 그만큼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뜻이다. 고속도로 진입을 위한 배기량 기준 설정, 보호 장비 의무화, 운전자의 안전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할 테다. 동시에 이륜차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과 준법 운행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 금지는 더 이상 단순히 과거의 관습에 따라 유지될 사안이 아니다. 국제적 흐름과 기술 발전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이륜차와 자동차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규제는 공정하고 시대에 맞아야 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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