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가격 올라도 관세 전쟁 강행할까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됐다. 대부분의 수출입에 관세가 사리졌고 3국의 교역량은 대폭 늘었다. 특히 미국 완성차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멕시코를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부품 원가가 절감됐고 완성차 가격 경쟁력은 물론 수익도 증대됐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시 파고 들어간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새로운 협상을 요구했고 결국 2020년 7월, 3국 간 ‘USMCA’라는 별도 협정이 발효됐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으로 수출될 때 관세가 면제되려면 부품의 75%가 북미에서 제조되도록 했고, 미국 수출용 자동차에 적용되는 부품 생산 비용을 산정할 때 근로자 임금은 최소 시간당 16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국보다 저렴한 멕시코 인건비(시간당 8달러)를 정밀 공략한 셈이다.
하지만 체결 후에도 멕시코 생산 비중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해마다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북미산 부품 비중 확대와 인건비의 강제 인상에도 완성차 조립 비용은 여전히 멕시코가 미국 대비 유리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2년 멕시코 완성차 생산은 330만대이며 수출은 286만대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377만대를 생산해 330만대를 수출했다. 미국 수출은 330만대의 절반에 달한다. 이를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관세 카드를 내밀며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했다. 완성차의 미국 내 수입 관세를 높여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데 집중했다.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관세 적용 주력 대상 품목은 이번에도 역시 자동차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부문 수입 제동에 신경을 쏟는 곳은 미국 빅3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자동차 360만대를 수출한 멕시코 현지 완성차 수출 상위 7개 기업은 GM, 스텔란티스, 포드, 토요타, 닛산, 폭스바겐, 기아 등이다. 특히 북미 수출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미국 빅3이며 그 뒤를 일본, 독일,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중이다. 따라서 멕시코 생산 완성차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빅3 기업의 타격이 가장 크다.
또한 연간 396억 달러(약 57조원)에 달하는 멕시코산 부품 수출 가격도 함께 올라 미국 내 완성차 가격 인상을 유발하게 된다. 2023년 기준 멕시코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및 부품 수출액 991억 달러(약 143조원) 가운데 41%인 396억 달러(약 57조원)가 부품이다.
캐나다도 비슷하다. 캐나다에 공장을 둔 기업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의 미국 빅3와 토요타, 혼다 등의 일본 업체들이다. 캐나다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내에선 154만대가 생산됐고 이 가운데 12만대만 국내에서 판매됐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판매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실현될 빅3를 포함해 기업은 난감하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둔 이유는 어디까지나 비용적 측면이 큰 탓이다. 생산 비용 최소화로 수익 극대화의 결과를 얻으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관세를 부과하면 그만큼 이익이 하락해 생산 기지의 위치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 생산을 미국 내로 옮기면 완성차 가격이 올라 대당 수익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모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일종의 관세 담합이 아니라면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태도는 확고하다. 미국 정치권을 구축하는 선거권이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권이 없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아니라 선거권이 분명히 존재하는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기업의 이익 감소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각오다. 설령 그것이 미국 기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생산 공장의 위치와 수입 장벽을 가장 우선해 따지는 것이 바로 자동차산업 민족주의다. 여기서 한국은 그저 약자일 뿐이다. 시장이 크지도 않고 완성차의 미국 수출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