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가 낮아지면 전기차 주행거리 짧아져
 -로터스의 에메야, 안정적인 저온 주행거리 획득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포르쉐 타이칸 등도 우수해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은 겨울은 전기차에 있어 불리한 계절이라고 여겨진다. 온도가 낮아지면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속에서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수행하는 리튬이온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신 전기차는 외부 기온이 낮은 상황에서도 배터리의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최신 배터리 관리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에 로터스코리아가 저온에서도 강한 배터리 기술을 품은 전기차를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로터스 하이퍼 GT 에메야가 있다. 에메야의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524㎞, 도심 503㎞, 고속도로 551㎞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저온 환경에서의 주행거리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외부 기온 섭씨 20도일 때 기준으로 영하에 가까울수록 약 2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메야는 저온 환경에서도 최대 425㎞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으며 ‘전기차는 겨울에 약하다’는 편견을 지웠다. 특히, 에메야의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 편차는 평균치보다 낮은 약 18.1%에 불과하다. 이 같은 특성은 최근 노르웨이자동차연맹(NAF)과 노르웨이 자동차 매체 ‘MOTOR’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혹한 테스트 ‘엘 프릭스(El Prix)’에서도 증명됐다.

 해당 테스트에서 로터스 에메야는 429㎞의 실제 주행거리를 보여줬다. 이는 WLTP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 500㎞보다 불과 14.2% 낮은 수치다. 참고로 같은 테스트에서 포르쉐 타이칸은 14.9%, 테슬라 모델 3는 23.6%의 주행거리 감소율을 기록했다.

 에메야가 겨울철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우수한 배터리 기술력에서 찾을 수 있다. 에메야는 배터리 모듈 단계를 건너 뛴 채 배터리 셀로 배터리 팩을 직접 구성하는 ‘셀 투 백(Cell-to-Back)’ 방식을 사용한다. 덕분에 모듈형 방식 대비 같은 공간에 20% 더 많은 셀을 담아낼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다. 여기에 배터리의 열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된 새로운 냉각 시스템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겨울철 강한 또 다른 전기차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들 수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기반하는데 해당 플랫폼에는 배터리 히터 방식의 승온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 배터리 팩의 온도 유지를 위해 냉각수 유입구에 배터리 히터를 위치시켜 냉각수를 가열해 배터리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기아 EV9 같은 전기차는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한편 충전 전 배터리를 예열시킨다.

 그 결과 상온에서 524㎞의 주행거리를 기록한 아이오닉 6 롱레인지 2WD(18인치 휠)는 외부 온도가 섭씨 0도일 때 444㎞의 안정적인 주행거리를 확보한다. 기아 EV9의 경우도 6인승 4WD(19인치 휠) 기준 상온에서 445㎞, 섭씨 0도에서 366㎞의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등 비교적 적은 편차를 보여준다. 아이오닉 6와 EV9의 온도별 주행거리 편차는 각각 15.2%, 17.8%에 불과하다.

 포르쉐도 전기차에 배터리 열 관리를 적용 중이다. 포르쉐가 타이칸 등에 적용 중인 기술로는 히트 펌프가 있다. 포르쉐 히트펌프는 외부로 방출되는 열을 최소화해 겨울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그에 따라 타이칸에 적용된 히트펌프는 외부 온도, 배터리 잔량 등에 따라 배터리 온도를 조절해 효율성을 최적화한다.

 로터스코리아는 "배터리 열 관리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라 할지라도 모두가 겨울철 효율성이 좋아진다 할 수도 없다"며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제조사에서 발표하는 저온 주행거리 수치를 꼼꼼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