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송호성 사장 인터뷰
-"PBV 사업, 새로운 기회이자 성장 동력"
-"전기차 대중화 가속..EV2보다 작은 EV1 출시도 가능"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는 전기차 전략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스페인에서 만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지만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아의 전기차 전략과 대응 계획을 설명했다. 이른바 '볼륨 EV'로 칭하는 대중화 제품군을 비롯해 이날 EV데이에서 처음 선보인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송호성 사장과의 일문일답.
-EV데이 개최지를 스페인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스페인을 좋아한다(웃음). 유럽은 전기차에 있어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앞서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런 측면에서 전기차를 많이 찾고 있으며 전동화가 가장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첫 EV데이를 한국에서, 두 번째 EV데이를 유럽에서 연 것도 그 이유다. 무엇보다 EV4 해치백, EV2, PV5는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차다."
-전기차 출시에 공격적이다, 캐즘 탈피를 위한 노력이라 봐야하나.
"캐즘 때문에 신차를 늘리는건 아니다. EV6와 EV9 등 고가 제품군을 내놓은 이후 탑다운 방식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다수 소비자는 전기차의 실용성, 가격, 충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기에 시장 확대를 위해선 합리적인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2020년 세운 전략에 따라 순차적인 신차 출시를 이어오고 있다.
차종당 최소 10만대 정도의 판매 규모를 만들고자 하는데 손익이나 가격 부문에서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전략에 의해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볼륨 EV를 투입하는 타이밍은 캐즘과 엮여 오히려 적절한 시기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EV4와 PV5의 유럽 내 판매 목표는 어느 정도로 보나.
"EV4는 8만대 정도, EV2는 10만대, PV5는 2030년까지 25만대 정도를 보고 있다. 특히 PBV(PV5)는 기회가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 생각한다."
-EV2 연간 1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있다면.
"유럽에서만 15년을 살았다. 유럽에 익숙하고 특성을 잘 안다고 개인적으로는 자부한다. 유럽은 3만~3만5,000 유로 이하의 차가 신차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EV2는 3만 유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3만5,000유로 이하를 원하는 소비층에 정확하게 다가가기 때문에 많은 수요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기차의 운행 및 유지관리 비용을 따져보면 내연기관보다 더 저렴한 만큼 사실상 2만 유로 가량의 내연기관차 총소유비용과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피칸토(모닝)나 모닝을 살 수 있는 가격임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경쟁력이다. EV2는 여기에 SUV 스타일을 추구하고 B세그먼트임에도 효율적인 공간 활용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족용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엄청 경쟁력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세그먼트별로 어떤 차들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PV5가 PBV로서는 중형급이고 2027년에는 PV7이 나온다. 오늘 소개한 차들을 합치면 향후에는 14~15종의 전기차를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EV2보다 더 작고 저렴한 EV1도 만나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 EV3를 유럽에서 론칭하며 3만5,000유로 정도에 발매했고 EV2를 3만유로 정도에 맞추겠다고 했는데 더 작은 차, 더 저렴한 차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엔트리 전기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고민하고 있는데 아마 다음 EV데이에서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PBV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글로벌 LCV 시장은 연간 370만대 가량의 판매를 보여주고 있으며 2030년까지 400만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는 이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22만대 정도지만 2030년에는 119만대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 입장에서는 개인에게 전기차 구매를 강제할 수 없지만 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LCV 시장 전기차 공급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상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컨버전 과정에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환경과 사회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PV5를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도 수출할 계획이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은 상용차에 대한 세율이 좀 특별한 편이다. 캐나다에는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데 미국에는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PV5의 중요성, 그리고 일본 LCV들과의 차별점도 궁금하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내연기관 같은 파생차가 없는 전기차라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전기차와 관련해 일본에서 어떻게 소구할 수 있을지를 생각 중이다."
-우버를 비롯해 쿠팡, CJ 등 다른 기업들과의 PBV 협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우버가 원하는 전동화 제품이 없었고 맞는 차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ESG 측면에서도 WAV(휠체어 탑승 차)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7인승이라면 우버 드라이버가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자율주행 관련해서도 우버가 관심이 많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자율주행과 연계해 상당히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쿠팡과 CJ 등은 각 회사가 요구하는 솔루션, 기능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카 헤일링 분야에서는 카카오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택시 프랜차이즈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에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는데 기아는 어떤가.
"슬로바키아 공장이 연간 35만대 생산을 할 수 있고 이곳에서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 일단은 슬로바키아 공장을 유럽의 전기차 수요에 맞춰 운영하는게 우선이라고 본다. 당장은 이 공장이 내연기관 위주지만 전기차 생산 비중을 차츰 늘려가는게 우선순위라고 본다. 추가 공장을 짓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검토해보지는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접근법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고성능 부문에서는 N에 비해 GT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은데.
"모든 전기차에 GT 버전을 갖고 있고 EV5, EV4, EV3 모두 GT가 나올 예정이다. 시장에서의 선택률이 낮은건 사실이지만 GT가 아닌 기본형 자체도 내연기관 대비 가속 성능이 훌륭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들여 GT를 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상품 전략만큼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새로운 관세 정책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워낙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확정 됐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
"태양광, 자원 재활용 등 2040년까지 RE100 준수 등을 포함한 계획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CO2 배출 목표치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연기관을 줄여 전기차를 늘리는 등의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내연기관이 없다면 곤경에 처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전기차를 더 많이 팔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전기차 비중을 높여가면서, 그리고 많은 전기차를 출시함으로서 말이다. 현재 유럽의 CO2 배출 규제를 준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페인 타라고나=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