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낯설어도 괜찮아'..현대차 아이오닉9

입력 2025년03월10일 08시30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넉넉한 공간과 직관적인 주행감 인상적
 -VGS, 전기차가 낯선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아이오닉9에 많은 이들의 초점은 공간감에 맞춰저 있다. 넉넉한 휠베이스와 V2L 등의 기능을 바탕으로 광고 슬로건처럼 ‘살아볼 수 있는’ 차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이오닉9은 단언컨대 전기차가 낯선 사람이라도 마치 어제 탄 차처럼 편안하게 몰 수 있는 차다.

 


 

 ▲디자인&상품성
 차를 처음 보면 크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전장 5,060㎜, 휠베이스 3,130㎜로 최근 나온 팰리세이드보다 긴 휠베이스를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긴 허리가 도드라지고, 이렇다 보니 SUV라기보단 MPV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각져보이는 외관은 효율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끄러운 곡선과 흐름이 돋보인다. 항공기 엔진이나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보트테일 형상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은 공기를 자연스럽게 뒤로 빼내며, 공기저항계수 0.259Cd라는 뛰어난 공력 성능을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전면 범퍼 하단에 자리잡은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 시킨다. 이는 EV9에 없는 아이오닉9만의 독자적인 공력 성능 개선 장치로 다양한 형태로 플랩이 여닫히며 공기 흐름을 최적화 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면부를 감싸는 픽셀 램프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서 선보인 파라메트릭 픽셀 패턴은 아이오닉9이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이 일원이라는걸 명확하게 드러내는 요소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12.3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다. 현대차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조작감도 직관적이다. 각종 OTT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건 기본, 블루링크 스토어를 통해 서드파티 앱을 내려받고 인포테인먼트 테마도 바꿀 수 있다. 

 




 

 눈에 띄는 포인트 중 하나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음성인식 기술이다. 챗GPT를 기반으로 설계해 자연어 명령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차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아이오닉9과 기아 EV9을 비교해줘" 같은 비교적 복잡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터져나오는 대답도 꽤나 신기하다. 

 

 실내는 말 그대로 넉넉하다. 3열까지 평평하게 다듬어진 바닥 덕분에 이 같은 느낌이 더 크다. 2열과 3열 모두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을 제공하고 6인승에서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 스위블링 시트,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같은 옵션이 준비돼 있어 다양한 요구를 충족한다.

 



 

 100W USB-C 충전 단자를 제공해 모바일 기기를 보다 빠르게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과 대용량 보조배터리도 원활하게 충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은 최대 190㎜까지 후방 이동이 가능하고 전방과 후방에서 모두 열 수 있는 양방향 멀티 콘솔을 적용해 1열뿐만 아니라 2열 탑승자까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성능

 시승차는 항속형 AWD로 두 개의 전기모터로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61.7㎏∙m을 낸다. 110.3㎾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3㎞를 갈 수 있고 싱글모터를 탑재한 19인치 버전은 최장 532㎞까지 갈 수 있다. 

 

 도로에 나서자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이다. E-GMP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들이 가진 성격을 생각하면 단단할 거라 예상했지만 서스펜션이 잔충격을 잘 걸러내고 방지턱도 자연스럽게 넘는다.

 


 

 낮은 무게 중심은 덕분에 뒷바퀴가 불필요하게 튀지 않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속도를 줄일 때 차체가 앞뒤로 살짝 흔들리는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전반적인 주행감은 고급스럽고 묵직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아이오닉9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무게 중심이 낮고 차체가 단단하게 눌려 있어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나다. 속도를 높여도 불안함 없이 조용히 나아가며,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돋보인다.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북미 시장에서 특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 주행이 안정적인 만큼 성능이 조금 더 강력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기아가 보다 강력한 성능을 내는 EV9 GT를 내놓은 것 처럼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아이오닉9 N을 기대하는건 과한 욕심일까. 

 

 주행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건 '가상 기어 변속(VGS)' 기능이다.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차의 변속감을 구현해 자연스러운 주행 감각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아이오닉5 N에 적용한 VGS 노하우를 활용한 기술이다. 

 

 변속기의 움직임은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 따라 달라진다. 노멀 모드에서는 토크컨버터 타입의 변속기 처럼 반응한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토크컨버터 특유의 묘하게 늘어지는 다운시프트 느낌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스포츠모드에서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날 시승행사에서 만난 현대차 연구원들에 따르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의 패턴을 모방했다. 실제로 스포츠 모드에서 달리다 보면 DCT 특유의 약간의 울컥임과 미묘한 변속 충격까지 그대로 구현해놨다. 

 

 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기능으로 치부할 기술은 아니다.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각을 상쇄시키기에 좋은 기능이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에 불편함을 느낀다는걸 생각하면 해당 기능을 블루링크 스토어에서 유료로 설치해야 한다는건 유독 아쉽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낯선 인식을 지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그렇다. 

 


 

 ▲ 총평
 아이오닉 9은 단순히 크고 공간이 넓은 데 그치지 않고, 편안한 승차감, 긴 주행거리, 정숙한 실내, 뛰어난 주행 안정성까지 두루 갖췄다.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주행감을 제공하며,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돋보인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아이오닉9은 대형 전기 SUV 시장을 넘어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아이오닉9은  7인승 익스클루시브 6,715만원, 프레스티지 7,315만원, 캘리그래피 7,792만원이며, 6인승 익스클루시브 6,903만원, 프레스티지 7,464만원, 캘리그래피 7,941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